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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본능 [1425240] · MS 2025 (수정됨) · 쪽지

2026-02-19 01: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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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추 +한국음악에 대한 개인적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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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런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신해철씨를 보면 구시대에 트렌디함을 추구하신 분인거 같다고 느낍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보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90년대를 한국 음악의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시대의 가수분들은 가사에 본질이 있고 사운드를 매개로 이용한면이 강한 느낌입니다. 실제로 당대 가수의 가사는 그 자체로 떼어 봐도 될 정도로, 하나의 문학적 완결성을 가진 작품에 가깝습니다. 그러다 92년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며 '사운드'라는 개념을 한국 음악에 대중적으로 각인시킵니다.


이후 노래들을 들으면, 아예 사운드가 전면으로 나와서 노래는 하나의 공간을 이루고 가사는 그 공간 속 부수적 요소가 된 면이 어느정도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가사는 원래의 위상과 달리, 하나의 완결된 문장에서 구로, 구에서 단어로 층위를 내리며 그 공간의 질감, 공간감의 극대화를 위해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사운드와 가사, 두 개념이 모두 정착되지 않은 과도기적인 시기인 90년대의 노래는 보통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스타일을 고집하거나, 사운드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그 장르적 속성의 구현 자체를 시도하는 등 투박한 면이 있습니다.


사운드 혁신에 효시에 가까운 노래인 서태지의 난 알아요를 들으면, 비트와 효과음이 매우 전면적으로 배치됩니다. 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총성소리 등이, 일종의 혁신이라는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그 존재감은 노골적입니다. 


신해철은, 이 새로운 충격과 과거의 메세지 중심 음악을 융합하는 것을 시도합니다. 가사는 여전히 문장 단위로 완결성을 지니고 있으며, 한 편의 독백처럼 흐릅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운드는 이미 공간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반복하지 않아도, 그 공간 안에서는 충분히 사랑 노래가 완성됩니다. 사운드는 성숙해졌고, 문장은 남아 있습니다. 두 시대의 감각이 겹쳐 있는 자리에서, 90년대의 과도기의 어느 한 정점을 봅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신해철이라는 인물의 시도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노래 추천 글이었는데, 뭔가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 제 노래 취향과 철학을 어느정도 담은 글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거같아요. 새벽에 필받아서 쓴거라 표현이나 글의 전개방식이 좀 어색하거나 과하거나 할 수 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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