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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tmacht [1390254] · MS 2025 · 쪽지

2026-02-08 0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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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오늘의 상식: 마지노선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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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선

명사

1. 어떤 일이나 사안에 대하여 받아들이거나 인정할 수 있는 최저의 한계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마지노선.


'이보다 나쁜 제안이나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표현하고 싶을 때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오히려 한계, 최저한도 등 유의어보다 더 많이 떠올리고 쓰는 표현이기도 한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가 외래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리고 마지노선의 마지노가 사람 이름이라는 건 더더욱 모른다


1920년 1월 10일, 베르사유 조약이 정식 발효되며 제1차 세계대전은 완전히 끝났다


그러나 전쟁을 끝낸 바로 그 베르사유 조약 때문에 이미 전쟁이 끝났음에도 또 다른 전쟁의 불씨가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고


전쟁에서 승리한 기쁨도 잠시, 장차전(앞으로 다가올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프랑스 군부 내에서는 지난 대전쟁의 전훈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다들 알다시피 제1차 세계대전의 전투 양상은 태반이 참호전이었다


전쟁 초기 치러진 몇 차례의 결전을 제외하면 거의 각자의 군대가 축성한 참호선으로 들어가 서로 '니가와'를 시전하는 게 전쟁의 기본 골자였던 셈이다


프랑스 군부는 오랫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정답처럼 되어버린 이 참호전을 전쟁 초기부터 시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프랑스의 청년들이 곧바로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고기분쇄기에 집어넣어야 했던 베르됭 전투의 피바다,


방어선이 붕괴되면서 총성 하나 없이 빼앗긴 두오몽 요새의 코미디,


무엇보다 프랑스 북부의 핵심 영토가 전부 파괴당하는 비극


그 모든 것들이 없이 전쟁이 조금 더 쉬워졌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결과로 프랑스 군부는 다음 전쟁이 참호전이라고 확신하고 독일과 맞닿은 국경 전체를 뒤덮는 대규모 요새 진지 건설을 시작하게 된다


사실 이게 1차대전 직후의 프랑스 상황에서는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한다


참호전에 군인들이 익숙해진 건 둘째치고 참호전 외의 전투 양상을 더 이상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힘들어졌다


이미 1차대전에서 550만 명을 넘는 사상자를 내면서 프랑스의 인구 구조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기 때문


이미 인구 증가세가 꺾이고 독일에게 인구 규모 자체도 열세인 프랑스 입장에서는 무모하게 공세를 하면서 병력을 소모하는 게 멍청한 전략처럼 보였고


무적의 요새를 틀어막은 채 니가와를 외치는 게 유일한 선택지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1차대전 때 프랑스의 자존심이 상당히 무너져 내렸던 것도 요새 건설에 한몫을 했다


이미 보불전쟁 때 국토를 큼지막하게 점령당해서 져 놓고 1차대전 때도 똑같이 국토를 점령당했기 때문


그냥 점령당한 것도 뼈아픈데 한 번 허용한 걸 두 번이나 허용했다는 것이 프랑스인들에게는 너무 자존심 상했던 것이다


여하튼 이번에는 절대 점령당하지 않겠다는 집념 하나로 건설되기 시작한 요새선


이 요새선의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낸 사람이 바로 프랑스의 국방부 장관 앙드레 마지노(André Maginot)였다


그의 이름을 따 요새선의 이름이 Ligne Maginot(마지노의 선)으로 지어지고, 이것이 영어를 거쳐 한국어로 번역되어 들어오면서 마지노선이 된 것


이 단어가 한국어에 유입된 것은 해방 직전인 1940년대 군사 용어로서 처음 유입된 것이며


1950~70년대부터는 외교 문서에 '우리의 마지노선' 같은 문구가 등장하는 등 점차 정치 외교적 은유로도 사용되기 시작하고


이후 1980년대에 가서는 아예 민간에서도 두루두루 사용하는 표현이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마지노선은 그 뒷이야기까지를 모두 알아야 진짜 아는 것이다


정치적 혼란이 극심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좌우합작으로 통과시킨 마지노선 건설 정책, 그러나 막상 1936년 마지노선이 준공되고 나서부터 문제가 여기저기 터진다


곧바로 마지노선이 해병성채화하기 시작한 것


마지노선은 건설 단계에서부터 수 개의 방어선, 철조망 지대, 통신실에 창고까지 요새를 방어하는 병사들이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게 만들 예정이었으나


지반이 연약한 습지에 콘크리트를 마구잡이로 올리면서 지반 침하가 심각했고


지하수 누수가 시도때도 없이 일어났으며


내부 습기는 이미 샤워실 수준이라 기계들 고장에 누수 감전까지 사건사고들이 곳곳에 득실거렸다


그리고 병사들이 위생적으로 살기 힘든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습한 곳에 병사들 냄새, 역류한 하수구에 지하수 침출수까지 섞여 가히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냄새가 났고


비위생적이고 습한 환경에서 질병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포탑도 굉장히 협소해서 25mm짜리로 냥냥펀치를 날리는 것 외에 위력 높은 요새포를 배치할 환경이 안 되었다고...


근데 사실 이 모든 문제점 다 상관이 없고 제일 큰 문제점은 따로 있다


재무장을 완료한 독일 국방군이 애초부터 이 마지노선은 건들지 않고 벨기에 쪽으로 돌아서 프랑스 본토를 침공했다는 것


이미 1차대전 때 벨기에 침공을 당해놓고 또 당한 프랑스의 훌륭한 군사 전략이 보이는 부분이다


물론 프랑스군도 독일군이 차마 기갑 부대를 이끌고 마지노선이 끝나는 곳인 아르덴 숲을 넘지 못하리라고 생각했을 순 있다


하지만 어쨌든 독일군은 어찌저찌 전차를 이끌고 아르덴 숲 지대를 지나 프랑스 평원을 밟았으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프랑스 군부여야 했다


마지노선은 털끝 하나 안 건드린 채 프랑스 본토를 밟은 독일군은 프랑스 북부를 여기저기 쏘다니며 6주 만에 프랑스 정부의 항복을 받아냈고


마지막까지 마지노선에서 대기타던 40개 사단은 그대로 무장해제를 당했다


이 처참한 역사 때문인지 마지노선에는 '최후의 방어선'이라는 뜻 외에 '믿고 있다가 허무하게 뚫리는 방어선'이라는 뜻도 있는데


이로 인해 영어권과 한국에서 마지노선이라는 단어의 용례가 서로 다르다


한국인들이 말 그대로 더 이상 뚫릴 수 없는 최후의 선으로서 마지노선을 쓴다면


영어권 사람들은 마지노선을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안전'이라는 의미로 쓴다고 한다


마지노선 뒤에 숨어 있다 이런 식으로...


어쩌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마지노선의 쓸모없음을 더욱 잘 지켜본 영어권 사람들이라 그렇게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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