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CC였던 엄마와 아빠의 슬픈 사랑(고대숲)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737918
아빠는 학부생 때 늘 강의실 뒤쪽에 앉으셨대요. 그날도 평소처럼 뒷자리에 앉아 수업은 듣지 않고 사람 구경을 했죠. 그리고 그때 저 멀리 앞자리에서 수업을 듣고 있던 엄마를 보셨다고 해요. 뒤로 묶은 머리에 하얀 목살을 드러내고 열심히 필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찼다고 아빠는 말씀하셨어요.
뭐, 보통의 연애가 그렇듯 두 분의 연애도 한쪽의 일방적인 다가감으로 시작했나 봐요. 아빠는 그 수업이 있는 날이면 엄마만 보셨다고 해요. 그리고 조금씩 가까운 자리에 앉다가 어느 날엔가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으신 거죠. 과제를 핑계로 말문이 트고 그 뒤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만나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커피도 마시면서 연애가 시작된 것이죠.
엄마는 몸이 많이 허약하셨다고 해요. 저를 낳고 반년 만에 돌아가셨으니 말이죠. 아빠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신 해에 엄마가 저를 가지셨으니까 대충 아빠가 졸업을 앞둔 즘에 제가 태어난 거죠. 저는 그때 갓난아기라 엄마 얼굴도 잘 모르고 아빠가 얼마나 힘드셨는지 알 수가 없어요. 다만, 제가 사진 속 엄마의 나이가 되면서 그날의 슬픔을 추측할 뿐이죠.
아빠는 제가 엄마와 꼭 닮았다고 말씀하세요. 사실 제가 봐도 전 사진 속 엄마와 많이 닮았어요. 저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며 아빠는 종종 눈가가 촉촉해지고 하셨죠. 그런 날이면 저는 늘 빈자리였던 엄마에 대한 궁금증을 아빠를 통해 해소하곤 했어요. 엄마의 대학시절 이야기라든지, 엄마는 무엇을 좋아하셨는지, 어떤 음악을 들으셨는지 말이죠.
하루는 아빠에게 너무 일찍 엄마를 잃으셔서 불행하냐고 물어본 날이 있었어요. 제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엄마 몸이 약해지지 않았을 거고 그러면 엄마는 지금 살아계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날이죠. 아빠는 곰곰이 생각을 하시더니 웃으시면서 제게 말씀하셨죠.
“네 엄마 장례식을 끝내고 학교를 걸은 적이 있단다. 네 엄마와 같이 걷던 교정과 함께 누워있던 잔디밭을 지나가며 울고 있었지. 너도 알 듯 엄마는 봄에 돌아가셨잖아? 아빠가 학교를 찾아간 날 새벽에 봄비가 내렸어. 눈물을 다 흘리고 세상을 보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빛나 보이는 거야. 하늘이 개면서 햇빛에 젖은 풀들이 반짝거린 거였어. 온 세상에 슬픔이 씻겨나간 것 같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지. 그 반짝임에 엄마를 대신해 너를 반드시 잘 키워내겠다는 맹세를 했단다.”
저는 그날 아빠가 보셨다는 그 반짝이는 광경을 아직 본 적이 없어요. 다만 추측할 뿐이죠. 아빠와 엄마가 다니셨다는 대학에 오기 위해 지난날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요. 이제 새터를 다녀오고 나면 곧 3월이네요. 입춘도 한참 전에 지났다는데 캠퍼스에 완연한 봄이 오면 매일 밤 봄비가 오길 기도하면서 자려합니다. 모든 생명이 숨을 쉬고 긴 잠에서 깨어나 빛나는 그 장면을 보고 나면 어쩌면 저도 알 수 있을 거예요. 삶이 소중해지는 그 순간을 말이죠. 무엇보다 소중하고 하늘아래 가장 빛나는 바로 제 삶에 대한 소중함을요.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저도 아빠와 같은 멋진 남자를 만날 수도 있겠죠? 봄이 기다려집니다. 어서 빨리 만나고 싶네요. 소중한 미래의 인연과 싱그러움을 담은 봄비 그리고 반짝임까지.
지난날 한 젊은이의 맹세를 기억하시냐며, 이렇게 멋지게 자란 저를 세상에 드러내면서...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속보) 난 리 난. N .페. 이 대. 란 요. 약 0
https://m.site.naver.com/1Abu2
-
영어 탐구 싹 다 노베에 수학은 개념도 가물가물하지만 인가경은 노려볼만 하니까
-
학교가야..
-
아까 조언해주신 것 참고해서 이런 식으로 하려고 하는데 (오티에서 계속 반복하는것도...
-
질문)두시간만 풀집중해도 힘이 훅 빠지는게 정상인가요? 6
두시간 이상 집중해서 공부하기가 힘듭니다. 주의력 결핍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
정시파이터 최후 1
대부분의 수시애들이 원트에 만족하고 다닐때 미련 절절남아서 반수계획 세움 수시는...
-
주말이면 컵라면 소믈리에가 되어버림 냉장고를 못쓰니 냉동식품도 못먹고 흠
-
답없노 1
에휴
-
https://orbi.kr/download/united/18185501/0 이...
-
딱 일주일에 오마넌벌었어용 중간에 여행도 갔다오고 공백 좀 있는데 만족스러움 헤헤
-
학업,인간관계등 여러모로 스트레스 받아서 지금 일회용 전담 피고있는데 이거로 은근...
-
그럼 몇몇쌤은 가오부린다 생각함 걍 담임쌤한테 난 ㅈㄴ 오지는 실수다라 주장하듯...
-
오르비의 인증은 2006년부터 문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0
https://orbi.kr/00072316523/ 종종 고대 시절 오르비 얘기...
-
“나라가 잘 보살펴줘 고마워”…기초수급 90대, 300만원 기부 0
기초생활수급자로 알려진 90대 할머니가 “나라에 받은 은혜를 갚고 싶다”며 이름을...
-
https://orbi.kr/00072318375/%255B%ED%8C%9C%ED%9...
-
아침 두유먹기 카페인음료 사먹지말고 스틱커피 잔뜩사두기 시험공부할때 야식 컵라면...
-
작년이랑 교재 다른 건가요?
-
구매해주신 분께는 10,000XDK씩 환급해드립니다 이건 제가 봐도 혜자네요.
-
이미 생윤을 하고 있는 수험생입니다. 아직 3모도 보지 않았지만, 지금 미적을...
-
하
-
글 보니까 누가 70부턴 추합자컷이어서 정신병걸리기 싫으면 50컷 보고 지원하라는데
-
이걸 깨달았을땐 늦어버렸다
-
속보) 난 리 난. N .페. 이 대. 란 요. 약 0
https://m.site.naver.com/1Abu2
-
안녕하세요 책읽어주는 팜하니입니다 지금 제가 리뷰해드릴 책은 바로바로… 네 이름만...
-
난 평생 아침부터 실모들고 독서실에 갈 운명인줄 알았는데 3
지하철타고 꿈에 그리던 대학을 가다니 너무 설렌다
-
잡담태그 잘 써요
-
KICE ANATOMY 1.괜히 3모전 N제 푸는 씹허수 가오충처럼 안보임...
-
연세대를 향하여 아자아자아자!
-
진짜임
-
유발 하라리 - 넥서스 사피엔스도 정말 유명하고 내용도 좋은데, 가볍게 읽기에는...
-
유럽정상들 “한달 휴전” “의지의 연합”…알맹이 빠진 ‘우크라 해법’ 0
“유럽은 급히 재무장해야 한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
시바 존나 힘드넹 오늘도 공부는 해야갰지...?
-
올비언들 알려주세여 ㅠㅠ
-
웹툰 추천좀 3
네웹에서 볼만한거 추천좀 왠만한거 다 봄
-
국어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문학에서 시간 좀 줄이고 싶어서 그런데 시간 짬날때마다...
-
배가 빵빵하군 5
빵빵 빵빵하게
-
봐볼까
-
내일부터 점심 6
학식으로 고정이다..
-
쌍란 뜸ㅋㅋㅋㅋㅋ 은근 기분 좋네
-
미적 0
06 재수생입니다. 국어영어는 항상 잘 나오나 수학이 문제여서 재수를 하게...
-
반박은 안받겠습니다..
-
"대통령님 이제는 10대가 지키겠습니다"… 전국탄핵반대청소년연합 시국선언 [뉴시스Pic] 2
[서울=뉴시스] 추상철 이영환 기자 = 전국탄핵반대청소년연합이 3일 서울 종로구...
-
27수능 준비하는 지1 노베입니다. 조언이 필요해 글 씁니다. 정말 간절하니 제발...
-
어그롭니다 작수 백분위 68 4따리입니다 확통 다맞았어요 공통이 그만큼 ㅈ됨 시발점...
-
1+1 안하길래 괘씸해서 안삼 그래서 카리나가 모델인 스프라이트 샀음
-
자취방 입주완 20
새삶을시작
-
신규 칼럼 예고 3
분석서 제작 중! 수록 내용: 우수문항 선정 + 코멘트 및 분석 + 손해설과...
-
속보) 난 리 난. N .페. 이 대. 란 요. 약 0
https://m.site.naver.com/1Abu2
와우..
ㅈ된다
새벽도 아닌데 감성이 터진다...
글 읽다가 울먹울먹함 8_8
와..
이건 진짜 처음 봤던게 1년전 같은데 아직도 보면뭉클
인생은, 그리고 사랑은 아름답다.....
글 쓴 분 그리고 옮기신 분 고마워요 ㅠ
좋아요 주려고 로그인했어요..
맞아 이거 본 기억 난다. 보면서 좀 눈물도 나고 그랬는데
아 신이시여... 어째서..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