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오늘의 상식: 밥 먹고 보니 지갑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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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신용카드 하나쯤은 쓰기 마련이다
현 시점 세계에 무려 2.8억 장이 넘게 발행되었다는 신용카드
그러나 이 신용카드는 사실 밥 먹고 보니 주머니에 지갑이 없었던 한 사업가의 곤란으로부터 시작됐다
발전하는 도시 뉴욕의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Frank McNamara)
어느 하루는 그가 식당에서 밥 한 끼 하고 나서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자신이 식당에 낼 돈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사업가이기도 하고 행색을 보아서 무전취식으로 오해를 받았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 곤란한 상황을 해결하고 나니 사업가 기질이 발현해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당장 돈이 없어도 신분증으로 어디서든 외상을 간편하게 할 수 있다면?'
사실 그때도 외상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외상을 해주려면 기본적으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신뢰는 단골이 아닌 이상 가게 입장에서 쌓기 쉽지 않았던 것
프랭크 맥나마라의 아이디어는 이 '신뢰'를 채워줄 '신분증'을 발급하는 조직을 만들어서 단골이 아니어도 외상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와 자신의 인맥을 바탕으로 맥나마라는 수십 명 규모의 Diners Club을 설립했고
14개의 뉴욕 레스토랑을 끌어들여 사상 최초의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카드를 가지는 것이 무슨 유행이라도 된 것처럼 다이너스 클럽은 순식간에 수십 명에서 수천 명, 수천 명에서 백만 명을 넘길 만큼 성장했고
가맹 업종도 단순한 식당을 넘어 호텔 등 다양한 업종으로 뻗어나갔다
지역도 뉴욕을 넘어 전국으로 뻗어 나가면서 미국인들에게 신용카드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할 수 있었고
이에 돈 냄새를 맡은 은행들이 꼬이기 시작한다
1958년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이 신용카드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하면서 BankAmericard를 출시한다
그리고 은행과 신용카드의 만남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시너지를 발생시키고야 마는데
우선 은행은 손이 컸다
처음 14개로 시작한 다이너스 클럽과 다르게 수천 개의 가맹점을 미리 포섭할 역량이 있었고
무엇보다 은행이 만든 카드인 만큼 금융 산업의 모티프가 많이 포함되어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카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종전의 다이너스 클럽에는 없던 할부와 리볼빙이 처음으로 도입된 카드가 이 BankAmericard다
게다가 은행 대출에서 신용도를 따지는 것처럼 신용카드 거래에서 신용도를 따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가 시초
말 그대로 더 이상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신용 거래 수단으로 카드가 취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카드 홍보를 위해 은행이 벌인 미친 짓인데
카드가 처음 발행된 1958년,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캘리포니아 프레스노에 랜덤 우편 발송으로 카드 6만 장을 그냥 뿌려 버린다
조건은 단순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거래한 적 있고 소득이 있는 성인일 것
그 외에는 아무 조건도, 발송 대상이 되는 이유도 없다
그냥 '내 카드를 써주세요' 이 목적 하나만으로 아무에게나 카드를 발송해 버린 거다
도대체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고 이런 미친 짓을 저질렀냐고 묻는다면...
사실 아무 대책이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왜냐면 애초에 이 은행이 선택한 방법이 '일단 저지르고 하나씩 배우기'였기 때문
실제로 이 이후에 신용카드 연체, 카드를 동원한 각종 사기 등이 판쳤고 은행 손실이 막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은행은 연체자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가맹점들과 정산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 패턴이 어떻게 되는지 차곡차곡 데이터와 모델을 쌓아나갈 수 있었고
거기에 홍보 효과까지 겹쳐 나중에는 BankAmericard가 신용카드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다
후일 이 BankAmericard는 타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거래망이 전국, 그리고 세계로 뻗어 나갔으며
신용카드 부문이 뱅크오브아메리카로부터 독립해 1976년 VISA카드로 탈바꿈한다
지금도 여러분이 하나쯤은 갖고 있을 바로 그 비자카드가 맞다
한편 1966년 BankAmericard의 성장세를 경계한 다수의 은행들이 합작하여 만든 카드가 있는데
그 이름은 인터뱅크 카드(Interbank Card)
얘는 나중에 커서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된다
지금도 세계 점유율 1위와 2위를 다투는 카드들인데 가슴이 웅장해진다
참고로 다이너스 클럽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지금도 살아있고 무려 작년에 75주년을 맞이했다
중간에 시티은행에도 인수되고 지금은 디스커버로 옮겨오는 등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유수의 신용카드로서 멀쩡하게 살아있는 셈
그럼 이 거대 기업의 창립자인 프랭크 맥나마라는 어떻게 됐을까?
창업 초기에 20만 달러 받고 회사를 팔았다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자기 사업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 그냥 싼값에 팔아 치운 거라는데
아무래도 사람 자체가 일류 사업가는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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