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대 졸업하고 요리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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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일을 평생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뒤늦게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된 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다. 배울수록 오묘한 요리와 요식업의 세계에서 내 꿈을 더 활짝 펼치려 한다.”
1996년 의사고시를 며칠 앞둔 날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도망치듯 미국 보스턴으로 날아갔다. 뚜렷한 계획도 없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가발 공장, 태국 음식점, 일식집…. 결국 그 가운데서 자신 속에 숨겨져 있던 꿈을 찾았다. 요리사의 길이다.
노종헌(42)씨,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스테이크 전문점 더반(THE BARN)의 오너 겸 셰프다. 가업으로 이어진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요리사를 선택한 대찬 사람이다. 수차례 인터뷰를 거절하다 어렵게 만난 그는 “그저 맛으로 평가받고 싶을 뿐 사람들의 호기심 섞인 관심은 부담스럽다”며 겸손해했다.
닥치는 대로 일하다가 길을 찾다
그는 고려대 의대 1987학번이다. 의사고시를 앞두고 고민의 늪에 빠졌다. ‘내가 정말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며칠 밤을 뒤척였다. 결론은 진로 전환이었다. 의사로서 가업을 이을 것이라고 여기던 가족에게 ‘폭탄선언’을 한 뒤 그는 도망치듯 미국행을 택했다. 뚜렷한 계획도 없이 우선 회계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의 집안은 부모를 비롯해 외조부까지 의사였다. 그를 고운 눈으로 볼 리 없었다. 아버지는 “학비 외에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어지간한 단순노동은 다했다. 우연히 일하게 된 태국 음식점에서 그는 자신에게 내재돼 있던 꿈을 찾았다. 그곳에서 우연히 요리하다가 ‘요리가 내 길’이라고 느꼈다.
“사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굉장한 미식가셨다. 어머니는 음식점 경영이 소원일 정도로 요리를 좋아하시기도 했고…. 그런 부모님 덕에 나도 어린 시절부터 세계 여러 나라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 밑바탕이 날 요리사의 길로 이끈 것 같기도 하다.”
그는 미국에서 요리사가 되는 지름길을 찾다가 미국 최고의 요리전문학교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발견했다. 뉴욕에 있는 이 학교는 캠퍼스 안에 일반인을 위한 식당 다섯 군데를 운영하며 학생들을 훈련시켰다. 입학생 중 40%가 중도 탈락했고, “돈 내고 노예생활 하는 곳”이란 말이 나올 만큼 교육과정이 엄격하고 까다로웠다. 요리라곤 라면도 끓여본 적이 없는 그가 처음에 적응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
“프랑스ㆍ이탈리아ㆍ미국ㆍ영국ㆍ일본ㆍ중국 등 전 세계 요리를 3주에 하나씩 익힌 후 교내 레스토랑에서 직접 요리해 손님에게 내고 평가받는다. 언젠가 파스타를 만들 때였다. 갑자기 12인분 주문이 들어와 급한 마음에 한꺼번에 면을 삶았더니 파스타가 아니라 칼국수가 되더라. 다시 반죽해 국수부터 뽑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데, 수석 조리사가 ‘너 같으면 이런 파스타를 먹겠느냐’며 쓰레기통에 처넣더라. 그 일 이후 절대 요령을 피우지 않는다는 게 철칙이 되었다.”
정성이 최고의 양념
2년6개월 동안 요리를 익힌 그는 귀국한 뒤 서울 워커힐호텔 주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자신이 좋아서 택한 일이어서 일에 푹 빠져 살았다. 1년 뒤엔 수석조리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여세를 몰아 일본계 미국인 요리사와 함께 호텔 직영으로 서울 압구정동에 퓨전음식점을 오픈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한국인의 입맛을 리드하겠다는 의욕 때문에 너무 시대를 앞서는 요리를 내놓은 게 실패 원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요리사의 열정만 갖고 무모하게 도전했다. 요리에 대한 자신감 외에 아는 게 없었으니까…. 그게 문제였던 듯하다.”
새로운 항로에 뛰어들어 우여곡절을 겪은 그에게 “정말로 이 길을 택한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빵 굽고 고기 굽는 냄새가 너무 좋다”고 한마디로 말한다. 병든 몸을 고치는 의사 대신 행복감을 맛보게 하는 요리사가 된 것에 스스로 무한만족한단다.
그는 ‘정성이 최고의 양념’이라는 신념으로 요리에 임한다고 했다. 이런 그의 요리철학에 최근 한 가지가 더 보태어졌다. “손님이 짜다면 진짜 짜다”는 것.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한 블로그에 소개된 서울의 한 허름한 식당 간판에 쓰인 이 글을 보고 벼락을 맞은 듯했다. 이제까지 난 고객보다는 내 처지에서 사람들의 입맛을 ‘계도’하려 했던 것 같다.”
“이젠 접시에 나 있는 숟가락 흔적만 봐도 사람들이 요리를 어떻게 먹었는지 알 수 있다. 빈 접시가 돌아왔을 땐 정말 기쁘다. 사람들에게 맛으로 행복감을 선사했다는 뿌듯함은 내게 전율까지 일으킨다.”
수백 년 유지되는 스테이크 하우스 꿈꾸다
그가 운영하는 더반은 건조 숙성 스테이크를 비롯해 정통 스테이크를 선보인다. 165㎡(50평)의 작은 공간에 40여 석 규모로 소박하지만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췄다. 영문 더반의 뜻은 ‘곳간’이다. 그처럼 화려한 요리보다는 풍성한 음식, 소박한 서비스로 승부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스테이크 요리 마니아가 많다. 국내 유명 설렁탕집처럼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을 이어가는 역사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로 키우고 싶다.”
그의 스테이크는 담담하지만 풍미 넘치는 맛이 일품이었다. 화려한 명성이나 기득권을 버리고 삶의 행복을 찾은 이가 빚어내는 당당하고도 겸손한 맛으로 느껴졌다.
“요리사의 길을 걷기 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진정 사람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법까지 알게 됐다. 요리사의 길에 들어선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요리는 여전히 내게 희열이고 흥분이다. 천직을 제대로 찾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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