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좀해줘 [641415] · 쪽지

2016-01-22 19: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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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는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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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독재학원을 그만 두었다


난 그래도 외로운걸 견디는 거에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엄청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이 맞벌이셨기 때문에


난 항상 집에 혼자 있었다


6살 주제에 집에서 딱히 혼자 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허구한날 마당에서 그냥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것이 아직까지 습관으로 굳혀졌다


초중딩 때도 지금과는 성격이 많이 달라서


말수가 적고 내 눈이 삼백안이기 때문에 얘들이 날 좀 꺼려해서


주로 혼자 다닌 것 같았다


고딩이 되고나서는 정신나간 놈들하고만 친구가 돼서


전교에 돌아이로 유명해져 사람들과 많이 접촉했지만


그래도 난 혼자 있는게 편했다


고시원에서 살면서 강대 다닐때도


울반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방학이나 아니면 아무때라도


자기 집에 갔었지만 1년동안 난 한번도 내려가지는 않았다


초반에는 친구들이랑 우르르 몰려서 밥 먹으러 갔었지만


나중에는 그냥 내가 혼자 먹겠다고 하고 무리?에서 나왔다


역시 혼자 있는게 편했으니까


그래서 독재도 뭐 그냥저냥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3면이 책상으로 막혀진 독서실 책상에 앉으니


수많은 생각과 자괴감이 밀려왔다


남들은 다 어딘가로 가고 있는데


넓은 세상을 보고 있을 건데


나한테 허락된 공간이 이 1평도 안되는 막혀진 책상에 앉아 있으니


세상에서 버려진 것 같다


마치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우주쓰레기가 되는 기분이랄까



재수 때가지만 하더라도 참 패기가 넘쳤던 것 같다


수능 시험장 들어가서도 내가 이렇게


개같이 공부했는데 망할리가 없다 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긴장, 불안감 따위는 없었다


내가 너무 재수를 쉽게 봤던 걸까


마치 보란듯이 처참히 망하고


살면서 한번도 안한 마킹 삑사리까지 떴다



원래 난 고민이 많은 편이 아니라 무조건 하고 보는 성격에


속하는지라 어떻게해야하지?라는 고민은 별로 안하고 살았다


하지만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수능치는게 더 두려워진다


다시 열심히 한다고 해서 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또 20대의 1년을 바쳐서 많은 걸 포기하고 다시 공부하는 것도 무섭다



그리고 제일 슬픈 것은 이런 똥글을 쓴다고 달라지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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