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두종철 [986620]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6-01-22 00: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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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전 한 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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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체크남방을 입은 대학원생 하나가 학과 조교에게 가서 떨리는 손으로 가제본된 논문 한 권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논문 양식에 오타는 없는지, 인쇄 오류는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조교의 입을 쳐다본다. 조교는 학생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학교 내규와 대조해 보고 "이상 없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이상 없다'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논문을 받아서 가방 깊이 집어넣고 허리를 몇 번이나 굽히며 간다. 그러더니 뒤를 자꾸 돌아보며 지도교수 연구실 앞으로  가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방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논문을 내어 놓으며, 

"이제는 정말 더 고칠 곳이 없는 게 맞습니까?" 하고 묻는다.

지도교수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자네, 이 논문 어디서 베꼈어?"

학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챗GPT라도 돌렸다는 말이냐?"

"누가 인문학 논문을 그렇게 씁니까? AI가 고문헌의 뉘앙스를 아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학생은 손을 내밀었다. 교수는 웃으면서

"됐다." 하고 돌려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연구실을 나선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대학본부 앞에서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졸업논문이 구겨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그의 거친 손가락이 종이 위를 스칠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도서관 구석진 서가 밑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논문을 무릎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종이를 전공 서적 사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시오, 표절 시비 걸려는 게 아니오."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베낀 것이 아닙니다. 돈을 주고 산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대학원생에게 박사 학위를 거저 줍니까? 장학금 한 번 편히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밥 사주시는 선배님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줄 한 줄 읽은 원서에서 몇 문장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문장 사만 팔천 개를 챕터 하나와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졸업논문 한 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논문을 얻느라고 석사부터 꼬박 칠 년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박사논문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학위로 무얼 하려오? 교수가 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저, 박사 학위가 한 장이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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