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전시험 평백 100의 문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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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너무나 늦게 글을 쓰게 되어서 죄송합니다.비문학 관련 과외를 하다보니 따로 문학 관련 글을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평소처럼 공부법을 쓰기 보다는,문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한 문제 앞에서 오래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단어 하나에 ‘꽂혀서’ 말도 안 되는 선지를 고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첫 고등학교 중간고사 문학 시험에서, 두 선지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그런 방식으로 네 문제를 틀린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한 단어에 집착하다가 문제를 틀리게 되는 걸까요?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문장을 우리의 언어가 우리의 세계를 반영한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약 20년을 살아오며 우리는 문학 작품이나 사회적 환경 속에서, 각 단어가 주는 고유한 상징성을 자연스럽게 체화하게 됩니다.
눈을 감고 떠올려 보면, ‘어둠’이라는 시어는 절망과 슬픔을, ‘빛’이라는 시어는 희망과 아름다움을 연상시키기 마련입니다. 「빨간 모자」나 「아기 돼지 삼 형제」를 읽은 아이들이 ‘늑대’라는 단어에 폭력적이고 잔인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비문학과 달리, 문학은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영역입니다. 그렇기에 시인이 선택한 단어는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 그 단어가 지닌 사전적 의미보다도 그것이 사용된 상황과 맥락이 훨씬 중요합니다.
하나의 단어에는 실로 다양한 이미지가 담길 수 있습니다. 좋은 시인이라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성질을 끌어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바를 드러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단어에 대해 이미 가지고 있는 상징성만을 기준으로 해석해 버리고, 그 결과 오답 선지를 고르게 됩니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시에서 단어 하나만 놓고 그 의미를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처음 접한 김춘수의 「아침 이미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屈服)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어둠’의 이미지와 달리, 이 시에서는 어둠의 모성성이 강조됩니다. 앞서 말했듯, ‘어둠’은 절망과 슬픔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품어 주는 휴식과 탄생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답이 명확할 때는 큰 어려움 없이 문제를 풀어냅니다. 그러나 답이 헷갈리기 시작하면, 갑자기 ‘어둠’이라는 시어 하나에 꽂혀, 문맥과 어긋난 선택지를 고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우리는 단어 자체에 대한 선입견이 아니라, 그 단어를 둘러싼 모든 맥락을 고려해 의미를 확정해야 합니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강아지 한 마리를 보고 시를 썼다고 가정해 봅시다.
“강아지를 보는 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과 같다.”
이 구절만 놓고 본다면, 독자가 민트초코를 좋아할 경우 저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일 것입니다. 반대로 민트초코를 싫어하는 독자라면, 제가 강아지를 싫어한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요.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의도를 전달하고 싶었던 저로서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화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독자가 자신의 의도를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감정이나 상황 맥락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 강아지를 보는 건 마치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과 같았다. 나는 정말 너무나 행복했다.”
이처럼 ‘행복하다’라는 감정어가 제시되었기 때문에, 강아지와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 모두 긍정적인 대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혹은 다음과 같은 방식도 가능합니다.
“나는 친구와 함께 애견카페에 놀러 갔다. 강아지를 보는 건 마치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과 같았다.”
애견카페에 간 상황 자체가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합리적 추론을 가능하게 합니다. 맥락이 의미를 규정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저는 시를 읽을 때 크게 두 가지를 중심에 둡니다.
첫째, 시인이 이 시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잘 쓴 글은 하나의 주제나 목적을 중심으로 응집되어 있습니다. 시인의 의도를 파악하면 전체 맥락이 하나로 묶이고, 시어의 의미 역시 그 안에서 추론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의미를 100%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시인이 외부 세계에 대해 느낀 생각이나 감정에 주목한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합니다.
둘째, 시인이 설정한 상황은 무엇인가?
생각보다 문학의 고난도 문제는 시어의 의미보다 상황에 대한 내용 일치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 속에서 설정된 상황을 꼼꼼히 따라가며 선후 관계와 인과 관계를 파악해야 이러한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바로 기출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시를 읽다 보면 감정이나 맥락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 역시 문학을 공부하며 가장 깊이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시라면,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 정도로 의도와 맥락을 갑작스럽게 뒤집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접한 시들 중에서도, 맥락과 감정이 아무 설명 없이 급변하는 작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단어 하나에 매달리는 일이 아니라 그 단어가 놓인 자리와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는 일일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은 쪽지 혹은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답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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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