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 글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만났을 때 웃을 수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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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 게시글로 욕이란 욕은, 한탄이라는 한탄은 다 해놓고는 이렇게 차분히 앉아 글을 쓴다는게 어떻게 보면 부끄럽고도 쑥쓰럽네요. 뭐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으시겠지만 제 이야기를 조금 해보며 여러분과 잠시 작별인사를 나눌까 합니다.
사실 제가 칼럼을 쓰고 문제를 만들기 시작한 데에는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저 제가 가장 존경하는 강사분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을 뿐입니다. (아마 이 글에서 큰 영감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동경하는 선생님을 롤모델 삼아 열정적으로 칼럼을 써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미숙했던 열정 탓에 때로는 저와 의견이 다른 분들과 날 선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본의 아니게 많은 분께 민폐를 끼치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제 모습이 멋있어보여서 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제가 언매 100점인것도 아니고 그저 공통만 조금 잘하는 평범한 학생에 불과하였는데 말이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국어라는 과목에서 소위 말하는 '천상계'는 아니었습니다. 6월과 9월 모의고사 모두 백분위 97 정도에 머물렀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분들이 보기에는 준수한 성적일지 몰라도, 칼럼러나 강사를 지망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자만할 수 없는 점수였습니다.
결국 그 점수는 제게 자부심이 아닌 열등감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쟁쟁한 괴수들이 즐비한 오르비에서 제 글이 살아남으려면 완벽한 실력이라는 증거가 필요했지만, 저는 늘 그 문턱을 넘지 못하는 '평범한 우등생'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확신을 채우기 위해 저는 점차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습니다. '나도 이만큼 대단한 사람이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 시절 제가 보여준 자만심은, 사실 열등감에 잠식되지 않으려 발버둥 쳤던 비겁한 방어기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과 내가 사실은 별반 다르지 않는다고 증명하기 위해서 칼럼을 양산하듯 찍어내기도 하였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엄청나게 유명하셨던 심찬우 선생님을 비판하기도 하고 또 제 칼럼에 비판을 하는 여러 오르비언들과 살벌한 언쟁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지금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저의 그 어리석은 집착은 저를 국어 출제팀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었습니다. 처음 "오르비에서 칼럼글 재밌게 봤다. 출제팀에 들어올 생각 없냐?"라는 제안이 담긴 문자를 받았을 때의 그 벅찬 기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드디어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는구나', '내 진심이 닿은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저는 결코 저를 믿어준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출제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초고를 수십 번씩 갈아엎으며 밤을 지새웠고, 그렇게 탄생한 지문 하나 지금 보면 여전히 미숙한 구석이 보이지만 운 좋게도 저희 팀 모의고사에 정식으로 실리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그 순간 만큼은 기뻤던 것 같습니다.
첫 모의고사가 세상에 나오던 날, 저는 하루 종일 오르비에 모의고사 이름을 검색하며 반응을 살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유명 수학 출제자분께서 제 문제를 호평하신 글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의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인정받았구나', '내가 보낸 시간들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 강렬한 경험은 제게 출제의 진정한 재미를 일깨워주었습니다. 이후로는 비문학을 넘어 문학 영역까지 영역을 넓히며,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출제 작업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인정욕구보다는 오히려 제 문제를 보고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글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기간 같습니다.
하지만 출제에 너무 매몰되었던 탓일까요. 정작 수능 당일, 저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언매 실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수능 시험장에서 언어와 매체에서만 25분을 쏟았음에도 다섯 문제를 틀렸고, 부족한 시간에 쫓기다 문학 한 문제마저 더 놓치고 말았습니다.
결과는 2등급. 올해 평가원 모의고사에서는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처참한 성적이었습니다.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한동안은 깊은 우울감에 빠져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죠. 다행히 시간이 흐르고, 운 좋게 성균관대 인문논술에 최종 합격하게 되면서 비로소 그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수시 합격 발표가 난 뒤, 솔직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일부러 학교에 찾아가 후배들에게 책을 나눠주며 은근히 '잘나가는 선배'인 척 어깨에 힘을 주기도 했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유치했던 경험이 저를 다시 칼럼러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제 책을 보고 질문을 던지는 후배들에게 하나하나 답을 해줄 때, 아이들이 건넨 '정말 고맙다'는 그 한마디가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대단한 사람도 아닌 저의 조언에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묘한 전율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토록 기쁜 일이라는 걸 그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또한 단순히 열등감에 나를 증명하기 위해 칼럼을 쓴 과거의 모습과 달리 정말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기쁨이 어떤 것인지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며칠 밤을 고민한 끝에 드디어 첫 칼럼을 올렸습니다. 아마 국어 공부법을 집대성한 아주 긴 글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습니다. 오르비 쪽지로 '정말 잘 읽었다'며 정성 어린 후기를 보내주시고, 조심스레 추가 질문을 던져주시는 분들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찾아온 한 수만휘 유저분이었습니다. 제 답변을 듣고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하던 그 말 한마디는 제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타인의 성장에 제가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점점 더 칼럼 쓰기에 집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마치 무엇에 홀린 듯 칼럼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수험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법한 주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적어 내려갔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이 글을 읽고 도움을 받길 바라는 간절함에 때로는 무리할 정도로 홍보에 매달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과정에서 많은 분께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친 것 같아 송구스러운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런 제 열정이 그저 과시나 오만으로 비쳤던 모양입니다. 보기에 거북하다 네가 뭔 자격이 있냐는 날 선 비판과 비난이 쏟아졌고, 저는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안 좋은 일들이 겹치며 마음이 꺾였던 오늘, 결국 칼럼러 생활을 정리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지난 글들을 하나둘 지워가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쪽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살다 살다 오르비를 하다 눈물을 흘리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 짧은 글자들 사이로 '제 글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결국 누군가에게는 제 노력이 닿았고, 누군가는 제 부족한 글을 이정표 삼아 걷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 따뜻한 위로에 기대어, 염치없지만 조금만 더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저는 자격 미달입니다. 공통 과목은 거의 틀리지 않았다 한들, 결국 수능 성적표에 찍힌 '2등급'은 누군가에게 내세우기엔 부끄러운 점수입니다. 전문가라고 하기엔 일반인의 범주에 더 가까운 성적일 것입니다. 물론 사전에 이를 밝혔음에도 제 칼럼을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로 감사드리니다.
그렇기에 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어를 더 깊이, 그리고 처절하게 파고들어 보려 합니다. 전공 서적을 탐독하며 학문으로서의 국어를 배우고, 리트든 수능이든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조금 더 부족함이 없는 글을 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오겠습니다.
사실 제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작별 인사를 남겨놓고선, 내일 당장 오르비에 나타나 뻘글을 쓰며 놀고 있을지도 모르죠. 혹은 3월 모의고사가 끝나자마자 어느새 해설서 한 권을 뚝딱 만들어 들고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약속드립니다. 다음에 정식 칼럼으로 여러분 앞에 다시 서게 될 때는, 지금의 부족함을 채우고 훨씬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는 여러분이 제 글을 믿고 읽으실 수 있도록, 실력과 진심 모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겠습니다.
격한 감정에 써서 글이 막 정합적이지는 않네요.... 그래도 잘 읽어주셨을 것이라 믿습니다.
칼럼러 렐트리로서의 제1막은 여기서 막을 내립니다. 지난 시간의 미숙함과 뜨거웠던 열정, 그리고 뼈아픈 실패까지 모두 이 페이지에 남겨두고 떠납니다.
우리가 다시 마주하는 그날에는, 저도 여러분도 각자가 꿈꾸던 목적지에 닿아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동안 제 글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숙한 제 글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잠깐만 얼음하고 계세요 제가 꼭 땡하러 올게요.
Ps) 9모때 수학 5 영어 5 뜬건
제가 코로나 확진 받기 직전이라 열이 엄청 많이나서 그냥 수학은 3점만 풀고 잤고 영어는 듣기+18 19 20만 풀고 자서그래요. 충분히 설명드리고 처음 글 쓴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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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이 고로시 당했군
칼럼 왜지우나요 그거 내용 다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귀요미프사돌아와요이 글도 진짜 긴데도 술술 잘읽혀요 글 진짜 잘쓰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ㅜㅜ
마음 잘 정리하시고 멋지게 돌아오십쇼
무슨 일 있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다 잘 될 겁니다
비갤 씨발련들 때문에 그렇겠지

글 보는거 좋았는데요 ㅠ
칼럼 좋았는데...컬럼은 저도 잘보았고. 그냥두시지요. 학부모로서 아이에게 얘기도 했었던. 컬럼이라
칼럼 좋았는데 아쉽습니다 해주셨던 조언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