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 칼럼(1) - 19수능 가능세계 42-3 선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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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칼럼으로 인사드립니다.
'7개월만에12등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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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글을 올리고, 추후에 여러 칼럼들을 쓰려다 과외/학교를 병행하다가 찾아뵙지 못했네요 ㅎㅎ;
이번에 과외 생활을 거의 마무리 짓고 대치동의 작은 학원에 입성하게 되면서, 이번 2026년은 비문학/문학 칼럼들을 자주 쓰려고 합니다 ^-^
오늘은 수업 전에 시간이 조금 남아,
2019학년도 수능 국어 ‘가능 세계’ 지문 42번 문항의 3번 선지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사실 당시 이 선지가 논란이 많았죠.
제가 논리학 전공이 아니라 제기되었던 모든 반박을 온전히 검토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실 이 선지가 '출제 오류'까지 논외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수능이라는 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평가원은 '배경지식'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독해력'을 테스트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평가원은 우리가 지문을 얼마나 '잘 이해(=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논리적으로 판단하여 문제를 풀 수 있는지(=독해력)를 봅니다.
자, 거두절미하고 문제 풀이를 해 봅시다.
③가능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 어느 세계에서든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겠군.
논란이 되었던 가능세계 지문의 42번의 3번 선지입니다. 이것 역시 적절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과연, 정말로 그렇게 볼 수 있을까요?
3번 선지를 보면, '가능 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이라는 조건이 주어집니다.
따라서 이 선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단순합니다.
'가능 세계의 완결성'에 대한 정보가 무엇이 있었지? 지문에 어떤 내용이었지? 찾아보자'입니다.
지문에 따르면, '가능 세계의 완결성'은 '어느 세계에서든' / '임의의 명제 P에 대해' / "P이거나 ~P이다."라는 배중률이 성립/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 세 가지 조건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1) '모든 가능 세계에서는' /
(2) 임의의 명제 P에 대해 /
(3) 모순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즉, 전건(=(1))은 일치하니, 뒤에 있는 내용과 (1)~(3)이 일치하는지를 보면 됩니다.
즉, 3번 선지가 옳으려면 뒤에 제시된 두 명제가 모순 관계를 이루고 있어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가능세계'에 이 배중률(모순관계)이 성립된다는 내용이 있으면 됩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이 조건만 확인하면 됩니다.
선지의 후반부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제시됩니다.
(2)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
(3) 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겠군. 이라고 합니다.
우선, 아까 말했다시피 전건에서 '어느 세계에서든'이라는 조건은 지문과 일치하니,
선지의 후반부에 오는 두 명제는 모순 관계여야 합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명제-'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모순 관계가 아닙니다.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라는 명제가 참인 가능세계에서, 예를 들어 10명 중 1명만 연필을 쓰고 나머지 9명은 쓰지 않는 세계를 상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명제는 논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동시에 같은 세계에서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라는 명제 역시 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지 후반부에 담긴 이 두 명제 -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는 한 가능 세계 안에서 동시에 참일 수 있으며,
이는 곧 모순 관계가 아님을 의미합니다.
왜냐? 지문에서 다보탑을 예시로 들며, 두 명제가 동시에 참일 수 없는 명제라고 규정하였기 때문입니다.
모순 관계라 함은, 1문단처럼 'p와 ~p', 즉 상호 배타적인 관계(=한 가능세계에 둘 다 참일 수가 없음)여야 합니다.
즉, '다보탑은 경주에 있다'라는 명제가 참인 가능 세계에서, '다보탑은 경주에 없다'라는 명제가 참일 수 없습니다.
(애초에 있다/없다는 중간값이 존재하지 않지요.)
그러나 3번 선지에 언급된 두 명제는 이러한 모순 관계가 아닙니다.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라는 명제가 참인 가능 세계에서,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라는 명제가 참일 수가 있지요.
이 점을 확인한 순간, 더 볼 필요 없이 3번 선지는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그저 <보기>를 기준으로
‘완결성’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와 브레튼우즈 <보기> 문제, 코끼리/개미 문제가 좋습니다..
비문학에는 복잡한 논리학적 배경지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평가원이 요구하는 필수 개념을 제외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갈리는 고도의 이론까지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능 국어는 학문적 논쟁의 장이 아니라, 지문에 제시된 기준을 정확히 읽고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평가원의 문제 출제 원리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명료하고, 납득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지문 안에 판단 기준은 이미 제시되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정확히 찾아 적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다만 이러한 기준을 읽어 문제에 적용하는 사고 과정을 체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쌓이는 과정이 곧, 국어 실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출제 원리, 지문 독해 방법을 알려주어 실력이 만드는 과정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 국어 강사의 역할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결국에 이 19수능 42-(3)도, '논리학 논쟁 문제'가 아닌 '독해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제 곧 수업이 시작되어 이만 마치겠습니다. 다음에 브레튼우즈, 헤겔 지문.. 분석할 생각에 약간 설레네요.
질문 있으면 편하게 댓글, 쪽지 주셔도 됩니다. 그럼 다들 열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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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세계 역대급이었지 진짜ㅋㅋㅋㅋ 기출중에 난이도 얘보다 어려운것도 있겠지만 순수하게 머리에 내용이 남을정도 임팩트는 얘포함 얼마 없던거같음
ㅋㅋㅋㅋ그쵸..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학문 중 하나가 논리학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내용부터 난이도가 있는데 '모순 관계'를 지문에 던지고 '반대 관계'를 <보기> 문제에 던진 게 킥이었죠 ㅎㅎ

사실 3번선지만 놓고보면 참일 여지가 더 크다는 사실
사실 '완결성'<<< 이 친구만 떼놓고 보면 그렇죠 ㅎㅎ 그래서 이 선지에 대한 반박이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