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난 작수 ㄹㅈㄷ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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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우리 고등학교 근처에 상당히 험준한 학교가 있었는데
다들 수능 학교 배정받을 때 '제발 그 곳만은 피하자' 하다가 집단으로 그 학교에 배정받는 이슈 발생
보통 험준한 학교가 아닌게 그 지역 근처 사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유명했고
전날 수험표받고 답사 갔다 온 애들이 단체로 몸살을 호소함 ㅋㅋ
아오 내일 좀 힘들겠네 하고 만 뒤에 자고 일어나서 당일 날 새벽에 학교에 가는데
무슨 버스가 산을 빙글빙글 도는 것마냥 끝없이 올라가는 거임??
그래도 버스 타고 어쨌든 그까진 편하게 올라온 거니까
내려서 좀 걸으니 오르막이 길게 쭉 뻗어있길래 '역시 명성답군' 하고 가방을 매고 뚜벅뚜벅 걸어갔고
오르막길 끝에 우리 학교 후배/선생님들이 응원 나오셨길래 반갑기도 하면서 조금 긴장되는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 코너를 도는데

??

?????
(사진은 직접 찍은 거 아니고 인터넷에서 가져옴)
아하! 난 이제 큰일 났구나!
이제서야 어제 친구들의 앓는 소리가 실감나며 내가 정말로 제대로 보고 있는 건가 싶었음 계단을 뚜벅뚜벅 올라가니 잠이 확 달아나고 숨이 차오르고 연계지문 지식이 하나씩 사라지고...
힘든 것도 힘든 건데 저 계단에서 넘어지면
최소 중상 및 1년 간 수능 응시 불가
최대 수능 응시 평생 불가일 것 같길래
정신줄 바짝 잡고 한 걸음씩 걸음마 때듯 올라갔음
문제는 저기서 끝이 아니라 저 정자 같은 곳을 넘어가면 또 계단에 계단이 기다리고 있고 교실까지 올라가는 걸 생각하면 거짓말 안 치고 Z축으로 100m 이상을 내 무릎으로 올라온 것 같음
어찌저찌 교실에 도착해서 아는 얼굴들도 좀 보이고 연계지문을 마지막으로 슥 훑어보고 있는데 갑자기 무슨
삐 삐 삐 삐 삐 삐
소리가 들리길래 무슨 전쟁이라도 났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이게 수능 예비령이었음; 무슨 군대에서 들릴 법한 소리가 나니까 구라 없이 민방위? 계엄령?이라 해도 믿을 만함. 그날이 수능 날이 아니었으면 진짜 식겁했을 듯
무슨 이런 학교가 다 있지 속으로 생각하고는 그래도 수능을 쳤음 계단도 미친듯이 올라오고 경보음도 들으니 긴장은 확 풀렸던 것 같음.
그렇게 제2외국어까지 모두 응시하고 드디어 12년간의 공부와 3년간의 입시 생활이 끝났다는 시원섭섭함과 함께 집에 가려는데

이 미친 계단은 고3 현역의 수능 끝난 뒤 아련한 감정을 느끼게 할 여유도 주지 않았음
심지어 해가 다 졌고, 핸드폰도 혹시나 싶어 챙겨오지 않았어서 칠흑같이 어두운 저 계단을 친구들과 사람들에 의지하며 한 발짝씩 내딛어야 했음
수능 치고 귀가하는 중 계단에서 넘어져 중상을 입은 수험생으로 뉴스에 나오고 싶지 않았기에, 정말 수능 탐구 영역을 칠 때보다도 더 조심스럽게 에너지를 들여가며 한 계단씩 내딛어야 했음
1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당시 상황은 단지 유머로 소비되기에는 그 사안의 심각성이 상당했음
결론?: 험준한 학교에 배정받아도 긴장도 풀 수 있고 나름 괜찮은 점은 있음, 다만 내려오는 길에 익일 9시 뉴스에 나오고 싶지 않다면 매우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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