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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뒤는 [697133] · MS 2016 · 쪽지

2026-01-03 06: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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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과 결정 시 유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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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시 원서 접수가 마무리됐다.

사실 원서철에는 단 1점이라도 남기지 않고 학교를 높여 쓰는 ‘점수 맞추기’가 최우선이다.

나 또한 그 치열함을 잘 알기에, 원서 전략이 중요한 시기에는 "어느 전공을 써라" 혹은 "어디가 더 낫다"는 식의 말을 아껴왔다.

일단 붙는 것이 지상 과제인 시기에 그런 조언은 자칫 혼란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합격증을 여러 개 손에 쥐고 어디를 등록할지 고민하는 단계를 겪게 될 텐데, 이때부터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제는 점수가 아니라 명확한 '판단 기준'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20대의 일상뿐만 아니라 졸업 후 마주할 삶의 궤적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서울대, 한의대, 교대를 모두 학생으로 다녀보며 그 안의 생태계를 직접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진로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 나이에 비해 꽤나 여러가지 사람들을 접해보았다.

여러 선택지를 앞에 두고 고민할 여러분이 내가 겪은 시행착오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인에게 가장 유의미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글을 쓴다.



1. 좋아하는 것을 찾기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을 피하라

많은 사람이 "네가 좋아하는 전공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수험 생활만 해온 학생들에게 자신이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경험해보지 않은 학문과 직업을 어떻게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반대로 생각해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내가 무엇을 도저히 견딜 수 없는지, 어떤 환경을 가장 피하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명확한 판단 기준이 된다.

요즘은 칼졸업하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대학에 가서 여러 경험을 쌓으면서 하고 싶은 일이나 진로를 고민하고 선택해도 크게 늦지 않는다.

복수전공 등의 길도 이전보다 훨씬 넓게 열려 있다.

그러나 이런 선택권을 갖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학점은 받아놓을 필요가 있다.

너무 기피하고 싶은 학과라면 최소한의 학점을 관리하는 것조차 버거울 것이기 때문이다.



2. 문과는 학벌이 최우선 순위가 맞다

이미 입결이 이를 대변하고 있지만, 인서울, 경기도권이나 지거국 라인까지 문과는 학과보다 대학이 더 중요하다.

전문직이나 고시 준비에서 전공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니 넘어가겠다.


나머지 진로에서 학벌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복수전공의 존재다.

서강대처럼 복전이 자유로운 학교가 아니라면 경영 복전의 난도가 무지막지하다는 소문에 수험생들이 겁을 먹기도 한다.

그런데 학교 입장에서도 자교 졸업생들의 진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경영 복전이 막혀있더라도 여러 가지 길이 준비되어 있다.

경영과 유사한 전공(서울대의 경우 소비자학과, 연합전공 등)을 잘 준비하면 복수전공을 할 수 있거나(보통 이런 학과들은 학점 컷보다 종합 평가로 선발한다), 학과 차원의 자율성이 크다 보니 전략적으로 준비하면 의외로 난도가 낮아지는 전과 기회도 존재한다.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학점 관리만 적당히 한다면 꼭 경영학과가 아니더라도 취업에 유의미한 전공 타이틀을 따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전문직과 고시류를 제외한 문과 진로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학교 수업이 아니라 학회, 인턴, 면접이기 때문이다.

사실 구직활동에서 면접 비중이 생각보다 높은데, 면접을 잘 보려면 인턴이나 대외 활동을 통해 업무 이해도가 높은 상태여야 유리하다.

이런 인턴과 대외 활동은 보통 전공을 보고 뽑지 않으며, 대학이 좋을수록 접할 수 있는 정보나 기회가 많아지는 측면이 있다.


특히 학회 내부적으로 공고가 올라오는 인턴이 꽤 많고, 채용연계형 인턴은 정말 저런 식으로 모집되는 경우가 많다.

학회에서 맺는 네트워킹의 가치가 매우 높고 학회 활동도 실제 학교 수업보다 진로 역량을 키우는 데 훨씬 중요하다.

당연하지만 학회의 질은 대학 간판과 정비례한다.

일반적으로 학회들은 선발 시 학과를 크게 고려하지도 않을뿐더러, 학회 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경영학적 지식(재무, 회계 등)은 혼자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터넷에 강의도 많고, 난도도 할 만하다.



3. 입결은 현재 수험생들의 선호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최근 한방병원 자보(자동차보험) 관련 이슈로 한의사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다.

지금 한의대는 많은 수험생이 선망하는 최상위 입결을 자랑한다.


하지만 입결은 현재의 선호도일 뿐, 미래는 여러 구조적 문제를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

단순히 입결이 높다고 높은 수입이 보장되기에는 사회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3년 전 최고의 입결이었던 컴공이 지금 수험생들 사이에서 어떻게 고려되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내 주변 한의사 분들을 봐도 그렇다.

사실 10년 전 한의대는 지금만큼 인기는 아니었다.

당시 서성한 라인 상경계열과 겹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약 5년 전부터 서울대학교의 상위권 학과와 비슷한 라인을 형성했다.

그런데 막상 서성한 성적으로 입학해 한의대를 졸업하신 분들은 페이도 아주 높았고 구직도 언제든 가능했다.

반면 그 호황기를 보고 입학한 최근 졸업자들은 그만큼의 높은 페이를 받지 못하거나 구직에 꽤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일반 학과의 취업과 비교하면 형편이 훨씬 나은 편이긴 하다.)


최근의 자보 이슈가 어떻게 작용할지는 나도 알 수 없고 크게 관심도 없다.

하지만 이런 사례들이 말해주듯, 높은 입결과 어려운 과정이 반드시 그에 비례하는 보상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4. 리스크 없는 선택은 없다, 감수할 몫을 판단하라

의대를 포기하고 다른 학과에 진학했다는 기사가 나오면 댓글은 늘 "후회할 거다"와 "소신 있는 선택이다"로 갈려 싸운다.

사실 주변에 그런 선택을 했다가 후회하는 사례가 실제로 많기에 "후회할 거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기는 하다.


메디컬이나 전망 좋아 보이는 학과를 포기할 때는 본인의 리스크와 선택지를 냉정하게 저울질해야 하는데, 어린 나이에는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처럼 쉬는 시기에 최대한 많은 것을 알아보고, 내가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대를 포기하고 공대에 진학한다면, 의사의 삶과 수입을 포기하는 대신 공대에서 내가 원하는 진로로 진출할 확률이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알아봐야 한다.

확률은 확률일 뿐 나에게 항상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를 알고 판단하는 것과 모르고 판단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결론

결국 선택의 책임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그 책임이 무거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이 글이 여러분의 시야를 조금이라도 넓혀주었기를 바란다.


점수라는 숫자에 매몰되어 내린 결정보다, 내가 무엇을 견딜 수 있고 어떤 리스크를 짊어질 것인지 고민한 뒤 내린 결정이 훨씬 더 단단한 법이다.

부디 여러 장의 합격증 중에서 여러분의 20대를 가장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는 한 장을 고르시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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