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소고 [1145727]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6-01-01 12:59:29
조회수 377

04년생의 조건부 재수선언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6772983

씹장문글 처음 써 봐서 잘 안 읽힐텐데 중간부터 봐도 됩니다.


그리고 글이 어디까지나 하위권 학생의 생각을 필터링 없이 옮겨서 좀 웃긴 모먼트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22년,

수시로는 부산대를 못 갈 거라 판단했고, 고2 겨울방학부터 학종을 버리고 정시로 방향을 틀었다.

그전까지 하고 싶은 공부만 하던 탓에 수학 말고는 전부 바닥이었다.

국어는 지문을 읽어도 머릿 속에서 휘발되고, 영어는 듣기를 들어도 계속 틀렸다.


고3 여름방학,

결국 정시를 포기하고 최저를 맞추기로 결심했다.

국어·수학·사문.

최저는 2합 5, 국어 포함 2합 9.

그 당시 모의고사는 대충 6 3 4 4 4 정도 나왔다.

목표는 국어 5, 수학 2~3, 사문 1로 잡았다.


국어는 거의 버리는 대신에 수학과 사문에 올인했다.

수학은 베이스가 아주 없지는 않았는지 3은 안정적으로 나와줬고,

사문은 가장 올리기 쉽다고 생각했기에 개념부터 시작해서기출을 다섯 번 돌리고, 실모를 서른 개 넘게 풀었다. 당시 내신에서 사문을 쳤었는데 어려운 시험에서 20분만에 다 풀고 잤던 기억이 있다.

어렵다던 적중예감도 두 개 이상 틀린 적이 거의 없었다.


공부를 계속하면서 노력도 재능인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절대적인 공부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 시기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아직도 자부한다.


2022년 11월 17일 수능날.

학교에 일찍 가서 책상이 삐걱대는지 확인하고, 화장실 동선 확인하고,

마인드를 세팅한 뒤 국어 화작 두 세트를 풀었다.


국어는 생각보다 쉬웠다.

‘아, 5는 나오겠다.’ 그 정도였다.


수학 시험 전에 6월, 9월 모의고사 기조 보면서 찍어놨던 문제 유형이 세 문제나 그대로 나와서 희열을 느끼며 커리어 하이를 예상했다

그래도 2등급은 나오겠구나 잘하면 1등급도 보이겠다는 생각했다.


점심은 소고기뭇국을 간단히 먹고 늘 하던 커피냅을 하려 했는데, 그날따라 잠이 않오더라.

영어, 한국사 시간에 자려고 했지만 결국 한숨도 못 잤다.


생윤 파본 검사 시간에 사문 시험지를 슬쩍 봤다. 슬쩍 봤음에도 지문이 생각보다 길어서 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2번에서 멈칫, 3번에서 론 헷갈리고,

10번 멘탈이 완전히 갈려서 그때부터는 울먹이면서 풀었다.


다 끝나고 메가스터디 빠른 채점을 해보니 국어는 예상했듯 점수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수학에서 점수가 60점대가 나오길래 보니 3점 세 개, 4점 하나가 엑스표가 쳐져 있더라. 계산실수 .. 절댓값 뭐 그런 거였다.

사문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나의 현역 수능이 끝이 났다.


결과.

국어 낮5, 수학 높4, 사문 높4.


집에서 소리치면서 처절하게 울었다. 수능친지 햇수로 4년이 되어가지만 살면서 그때만큼 처절하게 운적이 그때뿐이다.

부모님께, 누나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국 증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더 처절하게 만들었다.


수시 여섯 장 중 최저 없는 학종 하나와 하향으로 쓴 두 개의 대학만 충족시켰다.


학종으로 쓴 건 작년에 16번까지 빠졌는데 예비 24번이라 기적이 있지 않은 이상 힘들어 보였다


그때 반수를 결심했다.

“5지망 가면 1학기 4.5 받는 조건으로 반수 허락해달라.”고 선언했다.


수시 마지막 날에 예비를 보니 6번이더라

기대도 안 하고 친구랑 썰매 타고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휴대폰을 보니 부모님, 담임쌤, 친구, 그리고 051로 시작하는 번호가 부재중이 찍혀 있더라.


기적처럼 몇 시간만에 예비 6번까지 빠졌고, 문 닫고 입학했다.


입학과 동시에 수능과 학벌에 대한 미련은 사라졌다.


대학에 가면 행복한줄 알았는데 진짜 운도 참지지리도 없는지 친구가 대학에 한명도 없었다. 우울감이 심해져서 반수를 할까 고민도 했는데 2학기 동아리를 하게 되면서 고민은 잠시 사라졌다.


그리곤 2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7월에 입대했다.


군대 때 외로움인지 우울감인지 아니면 사람을 정직하게 만들어버리는 건지 자꾸만 수능이 떠오르더라


수능 영상만 보면 대학공부 땐 느껴지지 않는 뜨거움이 계속 느껴졌다.


국어? 꾸준하게 하면 안 되는 게 없잖아.

수학? 그래도 자신있잖아 기출만 풀어도 2등급은 나오겠는데

영어? 듣기만 맞았어도 3등급은 고정이잖아

사문? 일주일만 줘도 1등급 나올 수 있어

경제? 1년 반이나 배웠는데


2025년 2월, 휴가 복귀 기차 안에서 울면서 결심했다.

‘다시 치자.’


복귀하자마자 공부를 했는데 꽤 잘 되더라 이대로만 하면 진짜 부산대는 무조건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는 하루하루였다.


하지만 현실은 군대였다.

꼬인 군번이라 평일엔 공부 시간이 안 나왔고,

전우조 때문에 혼자 사지방 가서 공부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리고 군대가 근무니 집합이니 점호 때문에 흐름도 많이 끊긴다.


무엇보다, 군수의 길은 내가 나 자신을 만족시킬 만큼의 노력을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포기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포기하면 안 됐었는데.


몇 달 뒤, 군수를 준비하는 선임과 후임을 보며 생각했다.

“쟤네는 꿈을 향해 가는데, 나는 무서워서 도망쳤구나.”


시간이 꽤 지나 2025년 12월 말출.


20살 때부터 해오던 생각이 몇 년이 지나도 결국 사라지지 않더라 시간이 극복해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닌 일도 있는 거 같다.


2022년 11월 17일에 갖혀 3년이 넘도록 흐르지 않던 시간을 이젠 흘러가게 해야 할 때가 왔다.


오랜 고민 끝에 조건을 걸고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재수이자 오수다.


학기 중으로 학과 자격증 취득과 학점 4.3 이상.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위해선

이정도의 퍼포먼스는 나와줘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있다.


만약 24살 1학년으로 입학한다면 누군가는 낭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늦은 나이 늦은 밤에 홀로 매일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며 목표를 이뤄낸다면,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던져버리며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면 이게 평생 나의 가슴에 남아 삶의 길잡이가 되줄 것이라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후회가 많았다.

수험생 때 머리를 쥐어뜯은 공부를 하지 않은 것,

1학년 1학기를 아쉽게 보낸 것,

대학시절 학점을 안 챙긴 것,


이 모든 후회들이 수능만 잘 쳐서 대학을 옮긴다면 극복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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