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수1호팬 [1437077] · MS 2025 (수정됨) · 쪽지

2025-12-31 03: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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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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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이맘 때 즈음에는 다시 떠오를 새해를 바라보곤 합니다.


 작년 이맘 때에는 28살의 형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그리 되겠다고 다짐했었고, 재작년 이맘 때에는 겸손하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했었네요. 3년 전에는 미지근하게 살아보겠다고, 잔잔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을 했고, 4년 전에는 인격적으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어떻게 사는 삶이 미지근한 삶인가요. 뜨겁지 아니하면서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더운 사람들을 식혀줄 수 있으면서 추운 사람들을 데워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미적지근한 인생은, 뜨거운 사람들에게도 차가운 사람들에게도 크게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사는 삶이 겸손한 삶인가요.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것, 겸손한 티를 내며 자신을 뽐내는 것이 겸손인 줄 알았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겸손을 위해 에너지를 소진했었고, 그러한 겸손은 저의 허영심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했더랬죠. 겸손을 목표로 했음에도, 겸손해 보이는 것에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겸손한 나를 만들기 위해 치장했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올해는 변화된 형의 모습을 떠올리며, 모방해보고자 했습니다. 나름의 목표, 자그마한 이상향에 도달해보고자 노력했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음에 좌절했지요. 하지만 그런 일련의 노정이 인생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고민한 겸손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재작년에 지향했던 미지근한 인생, 올해에는 살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3년 전에 목표로 했던 인격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어요.


 내년에는 그저 잔잔하게, 은은히 오래가는 것들로 인생을 채우고 싶습니다. 그저 천천히, 지나온 세월을 되짚어 보며, 좋은 자극들로 페이지를 써내려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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