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은 중요할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6587958
나는 광역시 내에서 압도적으로 공부를 못하는 중학교(아마 우리 기수 4년제 진학률이 10퍼센트대일 것)에서도 상위권이 아니었고 공부를 시작한 이후에는 교대, 그리고 메디컬과 서울대라는 좋은 학벌까지 모두 경험해봤다.
보통 학벌이 중요하다고 하면 인맥, 강의 퀄리티, 성실성의 증명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내가 거의 끝에서 끝까지 다 경험해 보니 그런 것도 중요하긴 한데 부차적인 문제였다. 진짜 중요한 이유는 다른 부분들이다.
이 시기에 N수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을텐데, 이런 부분들을 잘 고려해보고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물론 본론에 앞서 확실히 할 점은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학벌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취업이나 일상적인 업무를 할 때 학벌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학벌은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다.
좋은 대학에 갔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낮은 학벌이라고 반드시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겪은 상위권 학벌의 이점은 분명했다.
1. 성공의 '미화된 결과'가 아니라 '처절한 과정'을 직관한다
오타니 쇼헤이가 WBC 결승전 직전, 라커룸에서 팀원들에게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오늘 하루만큼은 그들을 동경하지 맙시다. 동경해버리면 넘어설 수 없습니다."
우리는 보통 성공한 사람들을 매체를 통해 접하며 그들을 신화처럼 동경한다.
하지만 동경하는 순간 그 성취는 나와 분리된 '남의 일'이 된다.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과거는 필연적으로 미화되거나 생략되기에, 우리는 그들의 '완성된 결과'만 보며 경외감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상위권 집단에 있으면, 내 친구나 후배가 무언가를 성취해가는 '날것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기 쉽다.
나랑 똑같이 야식 먹고 게임하던 사람이 아이템 하나 붙잡고 밤을 새우고, 거절당해서 멘탈이 털리다가도 결국 성과를 내는 그 '비루한 시작'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가까운 이들의 성취 과정을 중계로 보게 되면, 성공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계산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온다. "아,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꽂히는데, 이는 외부 강연을 백 번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동기부여인 동시에 최고의 공부가 된다.
오타니가 말했듯 그들을 동경하지 않고 대등하게 자주 '직관'할 수 있는 환경, 그것이 높은 학벌이 주는 가장 큰 무기다.
2. 나를 믿어주는 '시선의 느낌'이 다르다
나는 5수 나이에 한의대를 그만두고 인문학을 전공하러 서울대에 올 만큼 남의 말을 꽤나 안듣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나조차도 깨달은 것은, 인간은 절대 주변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성취의 경험이 적은 집단에서 무언가 도전하겠다고 하면 "그게 되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이나 질투가 먼저 섞여 오기 쉽다.
하지만 서울대나 메디컬 같은 집단은 내가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면 진심으로 "진짜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믿어준다.
왜냐하면 그들 주변에는 이미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것을 해낸 사람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성취해본 사람들끼리는 타인의 도전을 쉽게 비웃지 않는다.
내가 매일 마주하는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해낼 사람'으로 대우해준다는 것, 그 평균적인 확신이 내 한계에 영향을 준다.
3. '멋있는 꼬리표'가 주는 실질적인 효용
마지막으로, 학벌은 아주 멋있는 꼬리표가 된다.
"그게 무슨 실익이 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이 사실은 '가오(체면)'를 충족하기 위해 돌아간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건 꽤 유의미한 이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가 멋져 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고, 학벌은 그 욕구를 아주 직관적이고 강력하게 채워준다.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해야 할 때, 이 꼬리표 하나가 주는 자신감과 사회적 대우는 생각보다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익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그 '멋있음'을 유지하려는 심리가 다시금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결론
물론 그럼에도 학벌을 필요로 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은 이제는 소수에 가깝다.
대부분의 직종은 방향성 잘 잡고 1년이라도 일찍 뛰어드는 게 나은 경우가 많다.
학벌이 주는 '환경'과 '시선'은 분명 강력한 무기지만, 그것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무작정 남들을 따라 높은 곳만 바라보기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보는 연말연초가 되었으면 좋겠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입시걱정이 없으니까 편하구나 ㅋㅋ
-
나 한남 아닌데 4 0
한남앰펑 이 사람한테 관심 받아버림 ㅋㅋ
-
어중이떠중이들다섹스하러갔노 7 6
시발시발시발
-
08수능수학 커리 1 0
고2까지 수학은 내신틱? 하게만 공부해봤고 모고 보면 항상 50점 후반~60점...
-
현우진 뉴런 들을때 질문이요 0 0
현우진 뉴런 이번 방학에 수1 수2 미적 들으려 하는데 자이스토리로 기출을 1회독...
-
아수라장 개빡치네 2 1
아무리 랜덤증강이어도 미포한테 강심증강주는건 너무하잖아
-
크리스마스에도 공부할 거야 11 1
암요 암
-
트리좀뇨 3 3
주인님의 트리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내트리를꾸며줘...
-
원서 이렇게 넣으면 하나는 확실히 붙겠죠? 확실히 붙어야만해 4 0
현재기준 가군 5칸 나군6칸 다군9칸 지원하려고합니다 재수는 절대 안되기떄문에...
-
홍익대 24 25때보다 컷 3점오른거 왜그런거임? 5 0
232425때 높공 컷이 129.xx던데 지금이 132.xx인게 말이됨?
-
보통 어디가 기준일까요 나머지 2개다 상향 박아도 될정도 보통 6칸이면 된다 하는데...
-
애니 10 1
티비로 크게 보고싶다ㅜ
-
중대 재학생입니다 14 1
질문 받아용
-
오르비에서 만남을 추구 1 0
추구추구
-
진학사 이렇게 뜨는 건 1 0
24학년도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죠?ㅠ넘 헷갈리네요
-
틀린 거 분석도 같이 해야함 진지함...
-
삼수생 대학가는것좀 도와주세요 11 0
가군에 부산대 도시공(6칸추합) vs 단국대 인프라공(5칸추합) 둘중에 고민중입니다...
-
연세대 이월 0 0
올해 많이 된 편인건가요??
-
슬슬 정병오는데 0 0
고대 653 낮사범이나 어문 되는거 맞죠 이거
-
투썸 여붕이들 이쁨 4 0
일할맛 나누 ㅈㄴ 착하고 이쁜 사람들밖에 없는데 서브웨이 관둘까 생각중
-
일단 나부터...ㅠㅠ
-
근데 별로 좋지는 않네
-
인간만 암컷들이 화장도 하고 꾸밈 아이러니하게 이 주장을 더 강화하는건 남자는...
-
화언,독작,문학 다 통합된다는데 지금언매보다는 쉽게내겠지?
-
인터넷에 글이라도 써보는데 그마저도 반응못받으니깐 최고로 쓸모없는 인간인 것 같은...
-
슈키 슈키 쇼키 쇼키 숏키셋테 1 1
-
어디까지일까요? 중경외시건동홍같은 공감받지못할만한 대답은 삼가주시길
-
크리스마스 혼자보내기 싫어? 0 1
그동안 뒷바라지한 부모님과 함께 하는건 어터신가여
-
알바로 애들 수학 수업하는데 1 0
지수법칙 개념강의가 진짜 넘 힘들더라 심지어 중간에 증명하는 거 절어서 개쪽팔림;;...
-
오늘 먹은거 총정리 2 0
오랜만에 상경해서 맛난거 먹으니 좋았음 진짜돼지가되.
-
진학사 최초모집인원 6 0
최초모집인원이 만약 7명이면 인원을 수시 이월 없다는 가정 하에 딱 7명만 뽑는다는 뜻인가요?
-
죠죠 스타크루 보는 중인데 3 0
죠죠는 시즌 몇이 고점임? 일단 시즌 1은 그정돈가 싶엇고 시즌 2는 좀 많이...
-
국어 수능 풀 때 자꾸 시간 초과함 24 3
이거 습관 어케 고치지 10분정도 초과하는데 문제는 시간을 초과해서 다 풀어도 다 틀린다는 거
-
참 맛있는데 바리에이션 커피급으로 맛있음
-
내 인생이 레전드네
-
남은건 비오는 시험지와 마더텅... 정확힌 아침 8시부터 지금까지함 근데 점심시간...
-
수학 조언 부탁드립니다 3 0
재수 예정인 학생인데 확통 72 받아서 4 나왔습니다....
-
안좋아지지않나요 저는 위장이약해서...
-
커피가 달면 못 먹겠음 10 0
이상함
-
오늘 오답하면 정신 나갈 거 같아서 프린트랑 마더텅 유기함 9 0
대신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풀 수능 국어는 챙겼다
-
님들은 카페인 머마심 25 1
아아? 핫식스? 몬스터?
-
건대 전전으로 전과 1 0
건대 전전으로 전과하셨던 분 계신가요? 건대 전전가기에 점수가 조금 모자라서...
-
오늘부터 니혼고 공부합니다 3 0
사놓고 읽을수가없거든
-
이정도면 안정? 2 0
이거를 안정으로 잡고 나머지 4~5칸 쓰려는데 이정도면 안정인가요? 작년보다 표본 많이 들어왔어요
-
수능 성적 0 0
한국사 3 국어 5 (백분위 44) 수학 3 (백분위 84) 영어 4 생윤 4...
-
지금 스카가는 사람 2 0
GOAT
-
착하게살고싶은데 2 0
착하게살고있음 ㅇㅇ
-
롤 듀오하실분 4 0
브실규간
-
이브인데 헬스장에 사람 개많네 26 0
아
제일 중요한 건 내가 똑똑하다는 걸 남에게 증명을 안 해도 됨
평생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똑똑하다는 걸 증명할 일이 생각보다 자주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게 필요할 때는 아주 강력한 도구지만요.
오..저도 학벌이 과연 중요한가 생각해서 다시 수능을 보는게 맞나 싶었는데 이 글로써 조금은 의문이 풀릴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선 주변 환경, 분위기를 높게 평가하시는군요. 전 한 영역에 있어 다양한 집단을 직접 겪어보는 경험이 부재해서 환경이 과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가 잘 다가오지 않았는데 경험한 분의 후기로 인해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 제 결정을 보다 확고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잘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만족스럽거덩요
3번이랑 비슷한 이야기인데 이거 ㄹㅇ 꽤 큽니다.
비루한 시작과 성공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내 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꽤 메리트 같네요..휴..올해 연대붙길!!
좋은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학벌을 갖기위해 '무언갈 열심히 해본 기억'도 아주 중요한것 같아요
이것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학벌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 같아서 일단 배제했었습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본 기억, 경험은 인생 전반에 걸쳐 큰 무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대학에서의 면학분위기 차이가 크다고봅니다

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그리고 후반부에 물론 학벌이 주는 강력한 힘도 있지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며 또 객관적 고민을 해볼 수 있겠어요
감사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명문입니다
학벌은 고작 10대의 4~5년 딸깍 노력해서 얻기에는 가성비가 너무나도 좋아요.
4~5년딸깍해서 의치한 가면 60년 먹고 살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학벌이 이제는 퇴색되는것 같은게, 1년에 서울대만 4000명 쏟아져 나오니까 학벌도 무의미해 지는거죠.
이제는 그것보다 반포아파트 가지고있는 부모를 만나는게 더 나은것 같아요. 1년에 서울대는 4000명 계속 나오는데 반포아파트는 한정되어있으니까요. 그런데 강남서초에서 의치한 서연고가 계속 나오죠.
과거에는 지식의 되물림이 경제적 되물림이었다면 결국 현재는 경제의 되물림이 지식의 되물림이 되어버린현상이 된거죠.
또한 서울 집중화 현상이 이제 초입이고 계급제가 생긴만큼 이제는 지역의 되물림이 계급의 되물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는 상승하려면 부모,학벌,운,능력 뿐만 아니라 출신지까지 영향을 미칠것 같네요.
결국 최근에 학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건, 이제 학벌 뿐만 아니라 그 외로 챙겨야할것들이 너무나 많아졌다는 말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오히려 외모가 더 빛을 발하는 시대이지 않을까 싶네요.
조금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메디컬은 일반적으로 '학벌'이라고 칭하는 것과는 좀 다른 성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을 하려면 반드시 입학을 해야하고 일반 학과들과 비교했을때 리턴이 어마어마하게 크기도 하죠.
제 글은 일반학과에 한정된 이야기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메디컬 양반들도 님이 말한 포인트들에 다 해당될거같은데. 학벌을 꼬리표라고 표현하셔서 메디컬도 으찌보면 꼬리표에 해당은 되니까요
아마 1,2,3에 다 포함될거에요. 요즘 라이센스따고 타직종으로 나오는 양반들이 많아져서요.
아 메디컬은 본문 내용에 +@까지 더 있어서 더 좋다 이런 논지였습니다.
그죠 근데 저때까지만해도 현역 서성한 삼수 서울대면 닥후였는데 요즘에는 닥전같네요.
시간들이고 돈들여서 학벌 업그레이드하는것보다 그 시간에 다른거 하자라는게 요즘 대세인것 같네요. 낭만이 사라지고 팍팍한 느낌입니다.
중요한건 맞는데 예전보단 위상이 떨어진것도 사실임. 명문대 나온애 채용하는것보다 AI에 아웃소싱하는게 비용적으로 더 이득이라.
예전이는 막노동, 건축같은 블루칼라부터 로봇에 대체될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론 고도의 사고가 필요한 화이트칼라 직군부터 AI에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임. 학벌좋다고 밥먹여주는 시대는 끝났음. 살아남으려면 학벌에 자부심 가질시간에 AI가 대체할수 없는 본인만의 플렌을 세우는게 바람직함.
올해 서울대 취업박람회도 개박살났던데 AI랑 무관하지 않을거임.
내년에는 아마 더 박살나있겠지.
마지막 문단이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