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문학] 토지의 두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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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토지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에용
오밤중 잠이 안와서 >_<
이미 재수를 끝낸 서희 얼굴에 경련이 인다.
"넌 일개 수험생에 지나지 않단 말이야! 거 꿈 하나 거창하지. 아무리 서울대 가는 소리 질러봐야 이곳엔 서울대도 없고 으음, 있다면 2과목 가산점이 있겠구먼.
흥, 그 비어버린 두개골로 어쩔텐가? 난 지금이라도 널 희롱할수 있어.
오페론으로 버릴수도 있고 우라실로 짓밟을수도 있고 자연선택설로 말려 죽일수도 있다 그 말이야.
날 쉬운 수능 기조쯤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큰 잘못이지. 아암 큰 잘못이고 말고, 나 술 안 취했어.내 핏속엔 1퍼센트 정책이 아니고오, 음 그렇지 그래. 11수능의 피가 흐르고 있으게야.
아니다. 아니 그보다 플라스미드 들고 4페이지를 지키는 대장균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니겠어?"
"이놈아!"
드디어 서희 입에서 욕설이 굴러나왔다.
"네에, 애기씨. 말씀 하시오"
"너 나를 막볼 참이구나"
"네에. 막보아도 무방하구 처음 본대도 상관없소이다. 십여 년 세월 수천 수만 번을 보아와도 늘상 처음이었으니까요"
평가원은 끼들끼들 웃다가 또 고개를 푹 숙인다. 서희는 망토를 벗어던지고 방바닥서 굴러 떨어진 꾸러미를 주워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러더니 다음 순간 그것을 평가원의 얼굴을 향해 냅다 던진다.
"죽여버릴 테다"
서희는 방바닥에 주질러 앉아 울음을 터뜨린다. 어릴때처럼, 기가 넘어서 숨이 껄떡 넘어갈 것 같다. 언제나 서희는 그랬었다. 슬퍼서 우는 일은 없었다. 분해서 우는 것이다.
다만 현역때와 다르다면 4페이지를 꽉 물고 다른 페이지는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우는 것 뿐이다.
"난, 난 생명과학하고 도망갈 생각까지 했단 말이야. 다른 과목 다 버리고 달아나도 좋다는 생각을 했단 말이야"
철없이 주절대며 운다.
"그 교수 방에 그, 그 교수방에서 국어 비문학을 봤단 말이야, 으흐흐흐흣....."
길상의 눈동자가 한가운데 박힌다.
"그 비문학이 뭔지나 알어? 아느냐 말이야! 으흐흐...... 과탐 4페이지란 말이야, 4페이지"
하더니 와락 달겨들어 나둥그러진 수능 인쇄본을 낚아챈다.
겉페이지를 와득와득 잡아찢는다. 4페이지가 밖으로 나왔다. 그것을 집어든 서희는 또다시 평가원의 면상을 향해 집어던진다. 생명과학2 4페이지가 얼굴을 스쳐서 무릎위에 떨어진다.
"PCR은 내버려! 내버리란 말이야! 흐흐흐.....으흐흐흣"
유전 데려와! 유전 데려와! 하며 발광하고 울부짖고 까무라치고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고, 그칠줄 모르게 패악을 부리던 현역시절, 그때 서희를 생생하게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는 평가원이지만 평가원은 어떻게 할 바를 모른다.
문제 뽕이 깨고 정신이 번쩍 들지만 무릎 위에 떨어진 시험지를 집었다간 불에 덴것처럼 놓고 또다시 집었다간 놓고 하면서 서희의 울음을 그치게 할 엄두를 못낸다.
드디어 그는 시험지를 두손으로 꽉 움켜쥐고서 마치 훔쳐서 달아나는 도둑놈처럼 방을 뛰쳐나간다.
문밖에서 엿들을려고 서 있던 지구과학2 응시자와 하마터면 이마빡을 부딪칠뻔 했다.
제 방으로 돌아온 평가원은 우리속에 갇힌 짐승처럼
"미쳤을까? 애기씬 미쳤을까?"
중얼거리며 맴을 돈다.
다음날 아침 평가원은 서희를 몰아댔다. 강대로 가자는 것이다. 두 남녀는 시험장을 나왔고 함께 길을 걸었고 마차에 올랐으나 성난 얼굴로 서로 외면하는 것이었다. 상대편 얼굴 보기가 민망하기도 했으나 그보다 역시 아직은 서로의 마음에 풀리지 않는 멍울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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