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깎는노인 [1325791] · MS 2024 (수정됨) · 쪽지

2025-12-18 22:22:11
조회수 396

2002년의 오르비/입시는 어땠을까: 라끌 옹의 인터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6457668

[인터뷰] 이광복 \"오르비를 아세요?\"  

\"네, 대학 합격자 자동확인 서비스입니다.......귀하의 수험 번호는 합격자 명단에, 뚝...\"

쓰라리고 고통스럽기만 했던 苦3, 고3이라는 부담에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 악몽 같았던 수능날, 문제나 제대로 읽고 나왔는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이미 한 번 보아버린 수능, 후회는 이미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린지 오래다. 결국 대학 합격자 발표날은 다가 오고, 확인은 해야 하는데, 떨리는 가슴이 멈추지를 않는다. 전화기를 들기는 들었건만, 천국과 지옥을 확인하려는 순간....

\"확인할 수가 없어요...T.T\"

하지만 어쩌랴. 이미 주사위는 던져 졌거늘. 불안한 가슴, 전화로는 도저히 안 되겠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원래 들락 거리던 싸이트 한 번 다시 가 보고, 스타크래프트 한 번 땡긴다. 불안해서 그런지 두 판 내리져버리고, 기운은 더 빠진다. 에잇, 이제 어쩔 수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확인해 보자. 익스플로러 주소란에 www.snu.ac.kr을 치고는 서울대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 본다.


수험 번호란과 이름란에 수험 번호와 이름을 적었다. 이제 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왜 갑자기 손가락이 말을 안 듣냐?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누른다.

\"안 돼!!!!\"

누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도저히 못 보겠다. 화면은 수험번호 표기 화면에서 합격 불합격 공지 화면으로 바뀐 것 같은데.....도지히 고개를 못 들겠다. 맞다, 합격을 하면 합격 공지가 길게 써 있다고 했지. 불합격은 불합격이라고만 가르쳐 주기 때문에 화면이 허하다. 조금 고개를 들고 화면 밑을 봤는데, 불행히도 화면이 허하다. 젠장, 틀린건가? 반쯤 포기하고, 이제 천천히 고개를 들어 불합격을 확인해 본다.

\"오옷, 오빠 추카해요....\"
\"리꾸라 햏자, 합격 축하하오. 3월에 학교에서 봅시다.\"
\"우아, 형 이제 서울대생 되었네. 추카추카....\"

\"--;;\"

지난 1월 29일, 서울대학교 신입생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발랄한 폭동이 일어났다. 바로 서울대 합격자 발표 사이트가 일명 \"햏자\"들이라고 불리우는 네티즌들에 의해 해킹을 당했던 것, 이로서 특정 응시자의 합/불합격 확인 화면에 공지 사항이 아닌 햏자들의 축하 혹은 위로의 메서지가 뜨게 된 것이다. 사건이 잠잠해진 후에야 이것은 학교 전산 서버 해킹이 아닌 공지사항의 웹주소가 유출되면서 일어난 해프닝으로 결론이 났다.

무게있는 공지를 확인해야했던 합격자들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웃음을, 불합격이라는 쓴소리만 보여주는 쓸쓸한 공지에 불합격자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주었으니 이 아니 유쾌한 일이었겠는가? 물론 이 때문에 서울대학교 전산 서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로 한동안 전산원 관계자들이 진땀을 빼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 해프닝이 이루어진 최초의 진원지를 찾게 되었으니, 그 사이트가 다름 아닌 www.orbi7.com. 이 사이트는 해킹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이트가 아니라, 수험생들의 수험 정보 공유를 위한 사이트이다. 이름에 걸맞게 전국에 내노라하는 학생은 한 번쯤 접속하는 사이트로 인터넷을 알면서 공부 좀 한다하는 학생들이 한 번 이상은 접속한단다. 실제 이 사이트에 회원으로 있는 수험생 중에 약 150여명의 학생들이 서울대에 합격하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웬만한 유명 학원의 서울대 합격자 수와 맞먹는다.

진상이 이쯤 파악되었으니 orbi7.com의 운영자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덤으로 \'상위권 학생들의 집단\'이라는 데 대한 다소의 불편함도 더불어.

그래서 스누나우는 오르비 사이트의 운영자를 만나 인터뷰를 해보았다. orbi7.com의 운영자 대표는 이광복(의예 03)씨, 그는 ㅎ대 의대를 다니다가 올해 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한 새내기 아닌 새내기이다.

인터뷰 일시ㅣ 2월 12일 저녁 6시 경 ∥ 장소 ㅣ 미네르바

참가자 ㅣ 이광복(의예 03), 고건혁, 신대식(이하 스누나우)



\"오르비는 수능 1등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입시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만든 사이트\"

우선 가장 먼저, 오르비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스누나우 ㅣ 오르비 사이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어떻게 생긴 사이트죠?

이광복 ㅣ 2001학년도에 수능이 쉬웠잖아요. 그래서 상위권 중에 떨어진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처음엔 그런 이들이 자구책을 찾기 위해 만든 동아리 성격의 사이트였죠. 그러니까 수능 1등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입시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만든 사이트에요. 입시 정보 사이트는 많지만 상위권 학생들이 가기 쉬운 사이트는 없거든요. 다른 사람들한테 위화감 조성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도 하고... 그렇다면 아예 상위권 학생들끼리 모여보자. 그래서 이름도 Orbis Optimus, \'최고들의 모임\', 이렇게 지은 거에요.

사실 홍보 같은 건 거의 안 했는데 입소문으로 많이 알려졌어요. 상위권 학생들에게 이런 사이트가 어느 정도 필요했기 때문인 거 같애요.

스누나우 ㅣ 그럼 친구들과 같이 만든 사이트인 건가요?

이광복 ㅣ  친구들하고 만든 건데 그 친구들은 다 대학에 합격하고 저 혼자만 남았어요. (웃음) 처음엔 카페 형식으로 굴리다가 아예 인터넷 공간에 독립적으로 구축하게 됐죠.

스누나우 ㅣ사이트 회원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이광복 ㅣ  현재 등록된 회원은 8000명 정도이고요. 그 중 구체적인 개인 정보를 기입해야 등록되는 실명회원은 2000명 정도에요.

오오. 스누나우 실명회원은 달랑 200명인데. 상대가 안되는구나..--; 어쨌건 우리가 오르비를 찾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사이드를 연상시키는 그 폐인 문화. 질문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넘어갔다.

스누나우 ㅣ보통 회원들은 어떻게 놀죠?

이광복 ㅣ  대개 회원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흔히 \'폐인\'이라 일컬어지는 부류, 그러니까 24시간 사이트에 머무르면서 노는 사람들이고, 하나는 그냥 입시 관련 정보를 구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이죠. \'폐인\'들 같은 경우에는 오르비 안에서 여러 곳에 나눠져 분포하고 있어요.

스누나우 ㅣ 어떻게 나누어져 있나요?

이광복 ㅣ  한 회원의 신뢰도에서 따라 쓸 수 있는 게시판이 달라져요. 신뢰도는 얼만큼 많은 개인정보를 공개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아일럿\'이라고 해서 여러 개의 집단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활발한 곳은 이드(www.ydtown.net)이에요. 24시간 내내 10명 이상이 항상 머무르고 있거든요. 하루 동안 3천개 이상의 글이 올라온 적도 있어요.

스누나우 ㅣ 회원들의 주요 연령층은 어떻게 되죠?

이광복 ㅣ  대략 18세에서 24세 정도입니다. 가장 많은 연령은 20∼21세고요. 그들 중 반 정도는 재학생들이고 반 정도는 대학 다니면서 시험을 본 사람들이에요.

스누나우 ㅣ 오프라인 모임 같은 건 자주 있나요?

이광복 ㅣ  다양하게 일어나요. 특히 수능이 끝나고 나서 입학 전까지 꽤 여러번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죠.

스누나우 ㅣ 그럼 서울대 안에서도 오프모임을 가질 계획인가요?

이광복 ㅣ그랬으면 좋겠는데... 오르비 자체를 하나의 커뮤니티로 생각하는 사람들끼리는 유대감이 상당하거든요. 이런 사람들끼리는 모임이 가능할텐데, 저희 사이트를 비판적으로 보면서 정보를 얻어가는 이들까지 같이 하기는 힘들겠죠. 그리고 각자 과나 반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지속적인 연락이 힘들어요. 아마 서울대 안에 \'오르비 동문회\' 같은 걸 만드는 건 힘들 것 같아요.





\"이번 서울대 입학생 중 10%가 오르비를 거쳐갔다\"

스누나우 ㅣ 이번에 보니까 \"오르비 햏자\" 중 140여명이 서울대에 들어왔다던데?

이광복 ㅣ  오르비에 \"동문회 모여\"라는 식으로 올라왔어요. 같은 학교 들어온 사람들은 리플 달라는 내용으로 말이죠. 거기서 서울대 글에 리플이 140개 정도 달렸어요. 일단 그래서 140명 정도라고 생각하는 거고, 그냥 입시 정보만 구하기 위해 오르비에 들렀던 사람들까지 생각을 해보면 수는 훨씬 늘어날 거에요. 제 생각에는 대략 이번 입학생 중 10%가 오르비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요.

스누나우 ㅣ약 10%가 오르비를 거쳐갔다?

이광복 ㅣ  작년에는 그냥 공식적으로 발표된 입시 정보, 그러니까 언론이나 학원 등에서 발표한 것들만 모아놨는데 올해부터는 내부에서 정보를 가공해서 새로 만들었어요. 상위권 대학 커트라인 같은 것들. 이것들이 꽤 정확하다는 평판을 받기 시작하니까 영향력이 커져서 상위권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오르비에 들어와야 했던 것 같아요.

스누나우 ㅣ커트라인이라.. 그럼 자기 점수 공개한 학생은 어느 정도 되는 거죠?

이광복 ㅣ  천명이 약간 못 되요. 입시 결과 기록 게시판에 올린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작년에는 한 4∼500명 정도가 올렸고요.

스누나우 ㅣ 그럼 적중률이 상당하겠네요?

이강복 ㅣ  중복과 허위 투표를 걸러내서 정보를 가공하여 커트라인을 예상하거든요. 적중률이 꽤 높아요.

스누나우 ㅣ 입시 정보가 상당하다면 외부 입시 학원 같은 데서 연락 같은 게 오지 않나요?

이광복 ㅣ  아니요. 저희가 만든 정보들이 기본적으로 학원 쪽에서 제공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거든요.

스누나우 ㅣ 사이트의 영향력이 꽤 큰 거 같은데 본인의 기분은 어때요?

이광복 ㅣ  자식 키우는 기분이죠. (웃음)

확실히 고득점자들이 대부분 모여있다고 생각하면 최소한 상위권 대학에 있어서 커트라인에 관한 정보는 정확할 것이다. \'상위권을 위한 입시 정보 사이트\'에 대한 처음의 요구는 어느 정도 달성한 듯.




\"엘리트 의식을 지닌 이들 만큼 반엘리트 의식을 지닌 사람도 많다\"

스누나우 ㅣ 이제부턴 좀 민감한 질문일 수 있어요. 일단 오르비 사이트의 명확한 정체성은 \'입시 상위권 학생들의 모임\'이잖아요. 이를 감안하여 회원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동질감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광복 ㅣ  일단 엘리트 의식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엘리트 의식이 지배적인 건 아니에요. 엘리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 만큼 반엘리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거든요. 기본적으로 어떤 사상 같은 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거나 하진 않아요. 잘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꼭 보수적이거나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이번 대선에서도 이회창씨를 지지하는 사람 만큼 노무현씨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설문조사 결과도 거의 비슷하게 나왔어요. 또 의·치·한의대 생들이 많아지면서 자기가 서울대생이라고 잘난 척 하면 그에 대해 비난을 하는 사람도 많고요.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하여 외외로 그의 답은 쉽게 나왔다.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있는 만큼 엘리트 의식에 가득 차 있었던 것은 역시 편견이었나? 그래도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을텐데.

스누나우 ㅣ 그럼 외부의 시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곱게 보지는 않을텐데..

이광복 ㅣ  외부에서 좋지 않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공부 잘 하는 애들끼리 모여서, 아예 처음에는 수능 3% 이내라는 자격까지 달았었으니까.

그래서 운영진 사이에서도 논쟁이 벌어져요. 한쪽에서는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다른 한편은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개인적으로는 알려지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를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다면 이겨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언젠가는 공개적인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스누나우 ㅣ 공개적인 비판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광복 ㅣ  저희의 가장 근본적인 입장은 일단 외부에 피해를 안 주면 된다는 거에요. 우선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비판은 입시생들 사이에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일텐데, 사실 아까도 말했듯 저희가 처음에 만들 때 다른 입시 정보 사이트에서 위화감 조성을 하지 않기 위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일단은 이쪽에서 다른 쪽 심기를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스누나우 ㅣ오르비 사이트에 적대감을 품은 \';;건\'들의 공격은 없나요?

이광복 ㅣ  가장 큰 공격이 두 차례 있었어요. 한 번은 작년 원서 접수 때였는데, 자기 점수가 좋다는 글을 올리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어요. 또 한번은 올해 여름 즈음이었는데, 명문 의대 ;;건들이 한의대를 공격했어요. 한의대보다 우리가 낫다, 이런 식으로요. 이때 저희 사이트 이미지가 상당히 나빠졌어요. 아마 이 사건을 제압하는 게 조금만 늦었다면 완전 이미지가 망가졌을 뻔 했죠. 이렇게 두 번 큰 사태를 맞고 나서 아예 실명제로 전환을 했어요.

스누나우 ㅣ 그러니까 늘 학벌 관련한 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네요?

이광복 ㅣ 운영진들이 하는 일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글들을 지우는 일이에요. 하지만 운영진들이 그렇게 하고 실명제로 전환한 지금 상황에서도 그런 문제가 터질 가능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죠.

모든 대학생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이런 식의 충돌이 잦아진 것 같아요. 일단 다른 사람들이 자기가 다니는 학교나 전공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면 바로 안티를 거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건 우리 세대가 갖고 있는 특성과 연관이 되는 거고,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요.



\"의대 지망생이 늘어난 것은 요새 하나의 흐름. 그러나 인문계는 여전히 서울대\"

스누나우 ㅣ 사이트에 보니까 의대생/의대 지망생 아일럿이 따로 있던데, 대부분 의대를 지향하고 있나요?

이광복 ㅣ  의대 지망생이 늘어난 건 요새 하나의 흐름이에요. 맨 처음에 주 대상은 수능 3% 이내의 최상위권 학생들이었죠. 그러다가 대문에 그러한 자격 규정은 지워버렸는데 그래도 그 범위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죠.

스누나우 ㅣ 본인도 올해 의대에 입학하셨는데, 요새 의대 지망이 늘어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광복 ㅣ  이런 트렌드는 작년 02학번부터 나타났어요. 그때부터 의대 커트라인이 막 올라가기 시작하고.. 입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생각하기엔 일단 첫 번째로는 모집단위를 광역화한 게 커요. 전에 연대가 공대를 공학 계열로 통합하면서 연대 공대에 대한 지망이 많이 줄었거든요.

아무래도 원하는 전공 들어갈려면 1학년 때 학점 관리에 부담도 있고, 자기가 원하는 전공으로 들어간다는 보장도 없고... 거기다 언론들에서 이공계 위기를 부각시키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각인이 되니 예전 같으면 공대를 썼을 사람들이 의대로 가게 된 거죠. 결국 이런 식으로 공대에 대한 안 좋은 의식이 작년 입시 때부터 굳어지기 시작한 거에요.

스누나우 ㅣ인문계 쪽은 어떤 거 같아요?

이광복 ㅣ  인문계 같은 경우는 아직도 학벌에 대한 선호가 있죠.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전과가 자유롭고, 그렇다보니 학교 순으로 서열이 매겨지죠.



\"실력있는 사람들이 서울대에 떨어진 건 학벌 구조가 엄연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문제\"

스누나우 ㅣ현행 입시 제도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광복 ㅣ  일단 서울대만 보면 우선 특수목적고의 비교 내신이 없어지고 면접 비중이 높아진 것이죠. 일단 학생 선발에 있어서 객관성이 떨어지니까. 거기다 지역할당제를 실시한다고 하고... 사실 객관적인 기준이란 게 세우기 힘든 것이지만 어쨌든 실력있는 사람들이 서울대에서 선택을 못 받은 게 아직 학벌 구조가 엄연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상위권 학생들 중에서는 이러한 견해를 가진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은 2001년 이전 수능 점수에 기초한 특차가 가장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설문 결과도 나왔어요. 아무래도 수능 점수가 높은 사람들이 저희 사이트에 모이다보니 그런 거겠죠.

의외의 대답이었다. \"개인의 개성을 억압한다\" 정도의 식상한 답변을 기대했었는데, 그는 굉장히 솔직한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괜한 도덕심의 발로인가. 그의 답변이 마땅치는 않아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스누나우 ㅣ 그럼 과연 수능 점수 높은 사람이 서울대에 오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역할당제 같은 게 오히려 공정함을 위한 제도인 거 같은데...

이광복 ㅣ  개인적으로는 지역할당제를 지지해요. 하지만 다른 공부 잘 하는 사람, 정확히 수능 점수가 좋은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 아직 서울대의 네임 밸류가 엄연히 있는 상황에서 피해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요. 특차 제도가 있었다면 이러한 이들은 구제될 수 있겠죠.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특목고에 대해 지나치게 불리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납득이 가지 않았던 그의 대답이, 이런 얘기를 듣고보니 어느 정도 납득이 가긴 했다. 수능 점수가 높은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로서의 특차. 음. 하지만 이미 대학에 들어온 지 3년이 지난 기자가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현재의 입시 제도와 입시 현장은 지나치게 복잡하다. 어쨌건 그의 얘기는 \'공정함\'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았다.



솔직히 얘기하면, 기자는 인문계의 위기에 이은 이공계의 위기. 그리고 의대 트렌드,  돈의 흐름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러한 \'흐름\'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그런 기자에게 상위권 학생들이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만든 오르비 사이트는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그러한 불편함은 이광복씨를 만나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기자의 조심섞인 물음에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으면 당당하게 이겨나가야 한다\"라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지금 상위권 학생들의 생각이 어떤 것임을, 그것이 기자의 생각과는 달리 엘리트 의식의 집합만은 아님을 그를 통해서 엿볼 수 있었다.

하긴, 기자도 3년 전에는 그들과 같은 입장이었다. 그리고 지금 만약 그들과 같은 위치에 있었다면 그들과 똑같은 선택을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제 03학번이 된 새내기 아닌 새내기 이광복 씨, 사이트 관리하느라 앞으로 대학 생활 제대로 하기 힘들 것 같다는 그는 인터뷰 도중 의대를 진학하면서도 의사에서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하여튼 앞으로 orbi7.com과 함께 그가 앞으로 만족스런 대학 생활을 보내길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친다.



고건혁, 신대식 (스누나우 편집위원)




출처: https://orbi.kr/0001338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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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pheratz · 1386695 · 12/18 22:22 · MS 2025

    하나는 흔히 \'폐인\'이라 일컬어지는 부류, 그러니까 24시간 사이트에 머무르면서 노는 사람들이고,
    이거 보고 뜨끔했으면 개추...

  • 문법깎는노인 · 1325791 · 12/18 22:23 · MS 2024

    저 시절에는 디시도 그렇고 "폐인"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때죠

  • 개위삼 · 1207646 · 12/18 22:23 · MS 2023

  • 뉴비니나 · 1431250 · 12/18 22:25 · MS 2025

    난 폐인인갑다

  • 문법깎는노인 · 1325791 · 12/18 22:25 · MS 2024

    스누나우 ㅣ 회원들의 주요 연령층은 어떻게 되죠?

    이광복 ㅣ 대략 18세에서 24세 정도입니다. 가장 많은 연령은 20∼21세고요. 그들 중 반 정도는 재학생들이고 반 정도는 대학 다니면서 시험을 본 사람들이에요.

    스누나우 ㅣ 오프라인 모임 같은 건 자주 있나요?

    이광복 ㅣ 다양하게 일어나요. 특히 수능이 끝나고 나서 입학 전까지 꽤 여러번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죠.

    스누나우 ㅣ 그럼 서울대 안에서도 오프모임을 가질 계획인가요?

    이광복 ㅣ그랬으면 좋겠는데... 오르비 자체를 하나의 커뮤니티로 생각하는 사람들끼리는 유대감이 상당하거든요. 이런 사람들끼리는 모임이 가능할텐데, 저희 사이트를 비판적으로 보면서 정보를 얻어가는 이들까지 같이 하기는 힘들겠죠. 그리고 각자 과나 반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지속적인 연락이 힘들어요. 아마 서울대 안에 \'오르비 동문회\' 같은 걸 만드는 건 힘들 것 같아요.



    오프 모임 ㄷㄷ

  • 木星 · 1155675 · 12/18 22:28 · MS 2022

    의대 지망생이 늘어난 것은 요새 하나의 흐름. 그러나 인문계는 여전히 서울대\"

    스누나우 ㅣ 사이트에 보니까 의대생/의대 지망생 아일럿이 따로 있던데, 대부분 의대를 지향하고 있나요?

    이광복 ㅣ 의대 지망생이 늘어난 건 요새 하나의 흐름이에요. 맨 처음에 주 대상은 수능 3% 이내의 최상위권 학생들이었죠. 그러다가 대문에 그러한 자격 규정은 지워버렸는데 그래도 그 범위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죠.

    스누나우 ㅣ 본인도 올해 의대에 입학하셨는데, 요새 의대 지망이 늘어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광복 ㅣ 이런 트렌드는 작년 02학번부터 나타났어요. 그때부터 의대 커트라인이 막 올라가기 시작하고.. 입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생각하기엔 일단 첫 번째로는 모집단위를 광역화한 게 커요. 전에 연대가 공대를 공학 계열로 통합하면서 연대 공대에 대한 지망이 많이 줄었거든요.

    아무래도 원하는 전공 들어갈려면 1학년 때 학점 관리에 부담도 있고, 자기가 원하는 전공으로 들어간다는 보장도 없고... 거기다 언론들에서 이공계 위기를 부각시키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각인이 되니 예전 같으면 공대를 썼을 사람들이 의대로 가게 된 거죠. 결국 이런 식으로 공대에 대한 안 좋은 의식이 작년 입시 때부터 굳어지기 시작한 거에요.
    여기다가 인문계는 여전히 서울대

    이거보면 의대메타+문과 서울대는
    문과 한의대+컴공의 급부상+교대 약진 요 3가지빼고 거이 20년이상 메타네여
  • 문법깎는노인 · 1325791 · 12/18 22:29 · MS 2024

    역시 의대공화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