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그구몽 [1277070]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5-12-17 10: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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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학과 한약사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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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약학과 관련 글이 많이 올라오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한약학과에 진학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처럼 충분히 알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선택했다가 후회하는 분이 또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글을 씁니다.

혹시 “예비나 4칸이라서 하는 말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까 봐 관련 사진도 함께 올립니다.



지금은 다시 입시 치러 다른 학과에 재학 중이지만, 제가 원서낼 당시와 거의 비슷한 이야기들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 같고, 오히려 입결은 더 높아진 상황입니다. 물론 진학 후 만족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잘못된 정보로 진학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남깁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습니다.



1. 입시 커뮤니티의 말들을 그대로 믿고 결정하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한약사·한약학과는 워낙 정보가 적은 분야라 수험생 입장에서는 커뮤니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커뮤니티 정보의 신뢰성은 한 번 더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르비, 수만휘, 포만한 같은 입시 커뮤니티에서 한약학과 관련 글에 답변을 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매우 제한적입니다. 댓글 이력을 조금만 살펴보셔도, 몇 년 동안 거의 한약학과 글에만 꾸준히 답변을 달아온 분들이 반복해서 보일 겁니다.

오르비 역시 닉네임만 바뀌었을 뿐, 작년·재작년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과 댓글이 계속 올라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심한 곳은 한약학 갤러리입니다.

그곳은 조금만 비판하거나 의문을 제기해도 글이 삭제되거나 차단되는 경우가 많고, 사실상 한쪽 방향의 이야기만 남는 구조입니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곧 한약사도 약사 없이 처방조제가 가능하다’,

‘5년제로 전환된다’,

‘통합약사가 된다’

같은 이야기들이 기정사실처럼 퍼졌지만,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실이 된 것은 없습니다.


저 역시 욕설이나 비난 없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으니 잘 알아보고 결정하라”는 댓글 하나를 남겼을 뿐인데, 해당 댓글은 삭제되고 이용 정지를 당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순수하게 한약사가 좋아서 정보 공유하려기보단 소수 직군이라는 특성상 입결이나 위상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입시 시즌마다 비슷한 글들이 반복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입시 커뮤니티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실제로 한약국이나 약국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본 뒤 결정하셨으면 합니다.



2. “돈만 있으면 페이약사 고용해서 편하게 돈 번다”는 생각으로 진학하지 마십시오


요즘 한약사에 대해 “금수저가 가면 개꿀 직업”이라는 이미지가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0억, 20억을 들여 약국을 차린다고 해서 쉽게 오토로 운영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약국 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이고, 입지가 좋은 자리를 한약사 신분으로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설령 자리를 구했다 하더라도, 약사를 기존 시급보다 더 높은 비용으로 고용해 한약사 운영 약국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그 월급을 주면서 내가 큰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약사가 갑자기 아프거나 출근하지 못하면 약국은 문을 닫아야 하고, 그 경우 병원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매일 “혹시 오늘 결근하지 않을까” 눈치를 보며 운영해야 하는 구조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심지어 통과 여부와 별개로, 한약사가 약사를 고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될 정도로 약사 사회의 반감은 큽니다.

실제로 한약사가 처방 약국을 개설하면 약사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매약국만으로는 어떨까요?

커뮤니티에서는 매약국으로도 충분히 벌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왜 대부분의 약사들이 힘들어도 처방 약국을 유지하려 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매약국만으로는 수익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매약국은 근무 환경도 결코 편하지 않습니다. 일반 직장인과 같은 출퇴근 시간이 아니고, 주말·공휴일·명절, 유동 인구가 많은 시간대, 밤 9시까지도 근무해야 합니다.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월 500’ 같은 사례가 많지도 않겠지만 실제로는 이런 조건이 전제된 경우여야 합니다. 


두서없이 길게 적은 점은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마 이 글에 대해 또 다른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라도 후회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 이후로는 댓글을 달거나 추가적인 글을 더 이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그냥 지나칠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고민 중인 분들께는 선택을 앞두고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각자의 상황과 기준에 맞는 길을 잘 선택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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