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lime [1200541] · MS 2022 · 쪽지

2025-12-15 20: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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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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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나면 적어도 1~2달은 마냥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끽해야 일주일이더라

난 지금 살 날 얼마 남지 않은 개처럼 구석에 박혀 누워있다.

그냥 너무나도 무기력하다. 지난 1년을 끝없이 달려왔고 수능이 끝나니까 너무나도 후련하더라

근데 지금은 아무 생각 없다.

나한테 남아있는게 뭐냐

친구들은 다들 친해보인다. 나만빼고 잘들 떠든다.

1년간 내게 사회는 오르비였는데 진짜 현실로 나오니 그동안의 고립이 체감된다.

누구는 군대를 갔고 누구는 시험을 준비한다.

나혼자 고삐리로 세상에 남아있다.


그래서 삼수는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작년처럼 하지도 못할 뿐더러 1년 더 고딩으로 살아야한다는게 너무 무서웠다.

성적도 중경외시~건동홍까지는 갈만해보인다.

그냥 여기서 그만두고 우선 대학에 간다음 생각해보려했다.

고딩 생활 끝내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고 거기에서 사람도 여럿 만나며 즐겁게 지내고 싶었다

근데 부모님이 삼수를 하란다

취업시장은 지옥이고, 취업하고 나서도 지옥이라고

무슨얘기인지는 어깨너머로 대충 들어와서 알 것 같았다.

지금의 너는 딱히 목표도 없으니 삼수를 하면서 생각해보란다.

대충 보면 꽤 괜찮은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삼수를 하고 난 뒤의 나는 어떨지 생각해봤다.

지금보다 더 고립되어 있을 것 같다.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 꽤나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데 한번 더 수능을 준비해 반 친구 하나도 없는 고삐리 수험생으로 살아가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군대에 가거나 공익으로 근무중일 것 같고, 그게 아니더라도 대학생과 고딩이 사는 세상은 많이 달라보이더라

더는 어울릴 수 없는 벽이 생길 것 같다.

재수 시작할때 부모님께서

어차피 1년 안본다고 떠날 친구면 그냥 떠나게 두는게 맞다고 말하셨다

물론 1년 안봐서 떠난 친구는 많지 않다. 그러나 다만 어색해졌다.

그리고 여기서 1년 더 지나면 그땐 정말 끝일거같더라


대학다니면서 반수하는 방법도 생각해봤다.

일단 이건 어머니를 설득하는데엔 성공했다.

그런데 엄마말로는, 아빠는 지방대 보내놓고 잇올다니며 학고반수를 생각하고 있다더라

수능 그거 반년 준비해서 되겠냐고

아빠를 설득해야하는데 난 전혀 못할거같다

우리 아빠는 말을 정말 잘한다. 저거 하나로 사회 초년생때 영업직 연봉 5천을 넘기신 분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생각해보면 내가 아빠를 설득하는데 성공해본적이 없다.

어떻게든 싫어서 반박해보려고 해도 결국 아빠 뜻대로 되더라

이젠 진지하게 대화를 해보려하면 머리가 하얘지고 말을 더듬게된다. 이미 삼수 반대 의사를 여러번 밝혀왔지만 결국 이지경까지 왔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엄마는 아빠랑 얘기하기 전엔 내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결국 엄마도 설득당하고 아빠 뜻대로 하자고 해버린다.

설득은 요원해보인다.


결국 그렇게 해서 쌩삼수 성공 후 의치한약수에 간다고 한들 나에게 남는건 뭘까 생각해봤다.

물론 지금 내 상태가 좀 이상해서 오버떠는 것일텐데

결국 나에겐 친구도 자존감도 남아있을 것 같지 않다.

단지 난 메디컬 나온 엘리트 전문직이야

딱 이것만 남아서 가끔 메인글에 보이는 선민의식 가득한 의뱃 빌런들처럼 될 것 같다.

난 엘리트 의대생이라며 우쭐해하고 연봉이 억단위로 박히는 통장이 있건만

그래서 이 돈으로 뭘하지 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넓은 집에 아무도 없는 미래만 상상이 된다.

젋은 시절 꿈이고 열정이고 다 잊어버려선

의미없는 자본에 취해있는 비참한 삶을 살지 않을까


애초에 쌩삼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재수가 망한건 부담감에 의한 멘탈문제였다. 이건 확실하다.

수학풀때 손을 벌벌 떨다가 진정이 안돼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오던게 기억에 남는다.

쌩삼수땐 이 멘탈을 실력으로 커버쳐야한다

될까과연

반수는 돌아갈 곳이 있어서 부담이 덜하다

난 관광수능처럼 시험을 칠때 가장 잘 볼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반수를 택하려 했던 이유도 있다.

이걸 말해보니 어차피 부담감은 누구나 느끼는 것이라며, 극복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냥 사는게 서럽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설득도 못하겠고 반항할 깡도 없다.

도망은 무서운데 안주하기엔 망할게 확실해보인다

어디로가야할까모르겠다

푸념좀

하고싶었다

rare-마후유 rare-역시 비는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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