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쌍 [1423628] · MS 2025 (수정됨) · 쪽지

2025-12-07 15: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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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연대기 III (삼반수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6144834

1편 (현역편) : https://orbi.kr/00076096341/

2편 (재수편) : https://orbi.kr/00076116404/




















현역 입시를 망치고 재수를 했건만

이번에는 스스로의 안일한 판단으로 함정에 빠져버린 쌍사...


이쯤에서 살짝 현타가 왔습니다.






















이제 입시보다도 보다 근본적인 것들에 대해 의문이 피어났습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지?'

'어디까지가 맞는 판단이었고, 어디서부터 그릇된 판단이었지?'

'앞으로 살아가면서 유사한 상황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당시 오르비했던 사람들은 제가 하루종일

뻘글만 배설하는 걸로 보였겠지만

화면 뒤에선 머가리 텅텅빔을 맞은 상태였습니다.


걍 아무 것도 하기 싫었고

1년 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는 참 어리석은 사람이구나...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12~1월은 사실 거의 뇌 빼고 보냈습니다.

친구랑 콘서트 가고... 수능 끝난 덜렁이들끼리 만나서 밥쳐먹고...

쨌든 외대를 다니긴 해야 하니 자취방도 알아보고...






















그러나 인간 특이죠?

몇 주만 지나도 기억은 흐릿해지고

멘탈이 조금씩 바로잡히면서 다시 수능에 대한 불꽃이 타올랐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점수가 아깝다고 하시면서


"일단 1학기는 외대 다녀보고, 2학기는 너의 판단에 맡기겠다.

대신 이번에 확실하게 입시를 끝내자."


라고 하시며 삼반수 지원을 허가해주셨습니다.

확실히 제가 부모님 하나는 정말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빠 사랑해

























그렇게 쌍사는 외대에 입성했습니다.

비록 만족스러운 정착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게 대학이구나~ 느낄 정도는 됐습니다.


























(F는 수능 공부하느라 걍 뺀 과목이다.)


사실 외대 생활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 관심 분야가 역사랑 외국어인지라

배우는 과목 자체는 매우 재밌었습니다.


진지하게 삼반수했는데 수능 점수 박으면

걍 최대한 높은 학교 어문 박고 학점 관리나 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거기다 제가 사람 만나는 거 + 술 마시는 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지라 딱히 풀어질 일도 없었습니다.


그냥 동아리에서 만난 동기들하고

가끔 밥먹거나 노가리 떠는 정도?


동네도 조용하니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초여름엔 일요일에 햇살 맞으면서 산책 나가기도 좋았고요.


























물론 수능 공부도 했습니다.

다만 자취방에서 반수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게 생각보다 집중하기가 좀 힘듭니다.


거기에 방 관리 + 동아리 활동 + 강의 과제까지 겹치니

제가 당초 계산한 것보다 좀 저조한 공부 시간이 나왔습니다.























뭔가 또 느낌이 안 좋았습니다.

이대로 가면 6모에서 제대로 꼬라박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마지막 2주는 나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별 기대 없이 모교로 내려와 6모를 보게 되는데...




























?


정말 예상치 못하게도 역대급 커리어하이를 찍어버립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올1을 받는 순간이었죠.


심지어 2509만큼 조잡한 시험지도 아니었습니다.

확실하게 제 실력으로 평가원표 세트를 찍어누른 것이었습니다.



































'아직 감각 살아있다, 좀만 더 열심히 해서 진짜 스카이 가보자.'

이번엔 진짜로 자신감 풀충전한 쌍사는

기말 시험을 마친 후, 자취방을 내놓고 휴학을 신청합니다.


원래는 시대나 강대 반수반 생각했었는데

왕복 1~2시간의 압박 + 금전 문제 등등으로

결국 반 년 만에 다시 독재로 돌아왔습니다.






















이 뒤부턴 또 작년과 똑같았습니다.

실모 풀고, 오답하고, N제 좀 깔짝하고...


다만 이번엔 작년과 마음가짐이 좀 달랐습니다.

'2506, 2509, 2606 셋 다 괜찮게 봤는데, 2609도 잘 해낼 수 있다'

라는 다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막 불안하진 않았던 것 같네요.
















그렇게 어김없이 또 9평을 치르게 됩니다.




















이런! 수학이 2가 떠버렸네요...

분명 현장에선 88이라고 확신했는데

22번에서 AB 바꿔서 ^159^ 쓰고 전사했습니다.


그래도 그 외에는 대체로 다 만족했습니다.

운영도 이만하면 나쁘지 않았던 것 같고,

최대한의 역량을 온전히 쏟아낸 것 같았습니다.


























두 번의 모평 모두 작년보다 괜찮게 봤고,

사설 실모 폼도 느리긴 했지만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자신감은 최고조 상태!

이대로 성실히 노력하기만 하면

수능 날의 승리도 허상이 아닐 것 같았습니다.

당연하지만 수시도 0장이었고요.


오로지 수능 모가지만 썬다는 기세로 남은 2달 반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또 속절없이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수능날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긴 해도 큰 시험이 있는 날은 어쩔 수 없이 긴장되더라고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나는 더욱 진화했다' 라는 마인드를 장착했으니까요.




일찍 일어나 집에서 개같이 멀리 배정받은 고등학교로 향합니다.

삼반수인지라 이제는 같이 가는 동지도 없었습니다.






















홀수형 당첨에,

자리도 21번 정도로 안성맞춤,

책상이나 의자에 삐걱임 이슈도 없었습니다.

마치 모든 기운이 성불을 향해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국어 시험이 시작됐습니다.

























아니 이뭔


그 많고 많은 고전 소설들 중에서

신경도 안 썼던 <수궁가> 가, 그것도 판소리극 지문 형태로 나왔네요.


정신 안 차리고 읽었으면

범내려온다에 홀려서 조질 뻔했습니다.


나머지 문학은 무난하게 풀고 다시 앞쪽으로 돌아가 보는데...

























아 미친


제가 제일 약한 유형인 법 지문이,

그것도 가나지문으로 나왔습니다.


쌍사는 바로 줄건줘를 시전하며

여기서 시간 뺏기지 말고 적당히 쳐낸 뒤에

다른 지문이나 잘 뚫어보기로 하는데...




























이런 싸갈

가뜩이나 시간 없는데

뭔가 할게 매우 많아보이는 열팽창 지문이 등장했습니다.


그래도 이건 그나마 어떻게든 꾸역꾸역 풀고 옆을 보는데
























.....

능지 이슈로 인해 읽어도 뭐래는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후에 푼 사람들 중에서도 눈알굴리기 했다는 분들 많던데

전 마음이 급해져서 그 눈알굴리기조차 안 통했습니다.




그렇게 10시의 종이 울렸습니다.


























이때 진지하게 중도 포기 각서 쓸까 고민했습니다.

부모님한테 걍 미치도록 미안했습니다.


이렇게 대차게 말아먹었으면 3은 커녕

4가 떠도 이상할 거 없겠다 싶었습니다.


원래 쉬는 시간에 보려고 가져간 수학 단권화 노트도

제대로 멘탈 박살나서 못 봤고요.




























그래도 마지막 도전인데 이렇게 무너지는 건 싫었습니다.

어떻게든 남은 쉬는 시간 동안 마음 단단히 부여잡고

41111 맞아서 한양대라도 뚫어보기로 결심합니다.














10시 30분의 종이 울렸습니다.
























어라? 이거 생각보단 해볼 만 했습니다.

20번까지 질주하는데 평소보다 한참 짧은 35~40분쯤 걸렸던 거 같네요.

미적도 늘 골칫거리였던 28, 29를 풀었고요.




















다만 이 두 문제가 끝까지 발을 붙잡았습니다.

둘 다 상황을 알 듯 말 듯...





결국 못 풀고 OMR을 제출했습니다.
























그래도 수학은 그나마 위안이 됐습니다.

계산 틀린 것만 없다면 88점이었으니까요.


설마 아무리 수능 표본이 고였다고 해도

미적1컷이 88 위로 올라갈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입맛 없는 상태로

점심을 꾸역꾸역 식도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냥 띵했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모든 것이 좋든 싫든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손짓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안 그래도 만신창이가 된 멘탈은

영어에서 또 터져나가기 시작합니다.




















21~24를 읽는데, 뭔 소린지 하나도 이해가 안 갔습니다.


보통 아무리 어려운 지문을 읽더라도

최소한 화제와 주장이 무엇인지 정도는 대강 잡히기 마련인데,

머릿속에 그냥 물음표만 떴습니다.
































이때 진짜 패닉이라는게 뭔지 실감이 나더라구요.

15분쯤 썼는데 답은 하나도 안 보이고...


영어에서까지 무너지면 걍 더 이상 시험 보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지난 3년이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증발하는 것이었습니다.
















허나

진짜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여기서도 일단 진짜 대가리 꽉 잡고 31번으로 돌진합니다.




















근데 갑자기 무슨 신내림이라도 받은 것마냥 정신이 맑아지더니

모든 문제가 1분 컷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슥슥 답이 보였어요.


전 그래서 평가원이 앞쪽에 힘 빡 주고 뒷쪽은 그나마 쉽게 내준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31~40 정답률 초토화된 거 보고 오히려 놀랐습니다.


암튼 어찌저찌 아까 못 푼 21~24도 클리어하고, OMR을 제출했습니다.

























나머지는 그냥 평소 모평대로 흘러갔습니다.

세사에서 살짝 찝찝한 문제가 몇 개 있긴 했지만


'수능 역사에서 내가 못 풀면 누가 맞추겠냐?'

라는 마인드로 쿨하게 답안지를 냈습니다.



























그렇게 제2외까지 치고 시험장을 나왔습니다.

밖은 벌써 어둑어둑하고... 그 어느 때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메가스터디를 켜서 가채점을 돌려봤습니다.
































그 결과가 이것입니다.


수학은 다행히 실수한 거 없었고,

영어도 신내림 받은 부분 거의 다 맞았습니다. (24, 34틀)

탐구도 5050 결국 받아냈습니다.


국어도 4뜰 것을 각오한 것 치고는

생각보단 높게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었고요.


















마냥 만족스럽기만 한 결과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2년전의 33144와 비교하면 개인적으로는 감개무량합니다.


특히 학창 시절 내내 저를 끈질기게 괴롭힌 수학을

수능에서 1로 마무리한 것만 해도 충분히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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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자신감은 오만이지만

근거 있는 자신감은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스스로를 믿고 끊임없이 성취해내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물론 이미 성취하신 분들은 축하드리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기는쌍사의 <삼수연대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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