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 연대기 II (재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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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24수능에서 33144라는,
공부한 걸 고려하면 사람보단 오랑우탄 점수에 가까운
괴멸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쌍사!
슬프긴 했지만 어찌 됐든 재수를 해야 할 상황...
일단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무엇이 문제였는지부터 점검해보기로 합니다.
국어는 일단 경험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수특수완 + 일부 최신 기출 정도나 풀었지
몇년치 기출을 제대로 뜯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2409, 2411 둘 다 문학에서 시간이 갈린 만큼
문학만 어떻게 손 좀 보면 승산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제일 문제는 수학이었습니다.
고3 내내 낮3을 웃돌았던 과목인 만큼 미친듯이 막막했습니다.
2411 때 틀린게
12, 14, 15, 21, 22, 27, 28, 29 ,30,
즉 위 사진의 241112조차도 못 푸는 실력이었다는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한숨만 나오죠...

하지만 어찌 됐든 극복해야 할 벽,
수분감을 사서 계속 기출 뺑뺑이를 돌리기 시작합니다.
주어진 시간은 충분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시간을 무제한으로 박아가면서 생각해보고,
정 안풀리는 문제는 아예 풀이를 통으로 외운다는 생각으로
하루 7~8시간 이상을 수학에 올인합니다.
이제 남은 건 탐구 선택이죠?
일단 본인 지능으로는 과탐을 뚫을 수 없다고 판단한 쌍사는
꼴도 보기 싫은 물생은 내다버립니다.
그리고 '내가 무슨 과목을 하면 가장 잘할까' 를 생각해봤습니다.
그렇게 사탐 시험지들을 하나씩 스캔해보는데...
세계사 시험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곤 그냥 평소 흥미 있던 역사 지식으로 풀어보는데...
어라? 38점이 뜹니다.
제대로 공부해본 적도 없는데 38점?
놀랍게도 1년 꼬라박은 물생 원점수보다 더 높았습니다 ㅋㅋㅋ

이거 제대로 킬각 나왔다고 판단한 쌍사는
즉시 동아시아사 + 세계사를 픽합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앞으로 2년 내내
성적표에서 최소 2개의 1등급을 보장해주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게 됩니다.
과목 선택 및 로드맵 그리기까지 다 마치고 나자,
이젠 정말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약 5달 간 문제들과, 그리고 스스로와 사투를 벌였습니다.
잇올 1인실에서 문제 하나에 울고 웃고 별짓거리 다 했습니다.

근데 5월 중반쯤 되니 슬슬 쫄리기 시작하더라구요.
생각해놓은 것보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당시 끝낸 문제집이
- 강기본
- 강기분
- 새기분 (1회독 마무리 중이었음)
- 인강민철
- 수분감 (대충 2~3회독 쯤 한 듯)
- 뉴런
- 4의 규칙 S1
- N티켓 S1
- 쌍사 개념완성 + 마더텅
정도였습니다.
늦어도 4월 말까진 기출을 완벽하게 끝내고
6모 전까지 조금 난이도 있는 N제를 풀어보는게 계획이었는데...
기껏해야 입문 N제나 좀 푼 게 끝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과목이 잘 돼가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국어도 글 읽는 게 영 시원찮고,
쌍사도 아직까진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쌍사는 6모 목표를 수정합니다.
원래 목표는 22122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판단하고
국수 높3~낮2 + 1 2 2로 조정했습니다.
이거라도 맞으면 감지덕지라는 마인드였습니다.
그렇게 25학년도 6월 모평 날이 찾아왔습니다.
6개월 간 공부한 것을 평가받는 시험대 같은 자리였습니다.
'제발 23122만 받아내자,
여태까지 공부한 만큼만이라도 점수 나왔으면 좋겠다'
라는 마인드로 최대한 풀어나갔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
6모 표본인 걸 감안해도
(좋은 의미로)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점수를 받게 됩니다.
국어도 에이어 지문 제외하면 당황하지 않고 운영했고,
수학도 나름 평온하게 풀었습니다.
영어도 그 악명 높은 시험지에서 1등급 1.47% 안에 들었고,
쌍사도 첫 시험임에도 불구, 47 50이라는 점수를 받아내는데 성공합니다.

6개월 만에 지거국에서 연고대 하위과 성적이 됐다...?
뭔가 인지부조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엉뚱하게도
쌍사는 6모 점수를 별로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국어는 에이어 빼고 다 무난했고,
수학도 계산 위주라 우연히 나에게 잘 맞았을 뿐이다.
영어랑 사탐도 방심할 수 없다!'
는 마인드로 또 다시 3개월을 보내게 됩니다.
이 기간이 사실 가장 지루했습니다.
국어는 기출 회독과 연계 지문 슬쩍,
수학은 드릴 같은 N제 무작정 들이받기,
쌍사는 개념과 기출 회독...
크게 다를 것 없는 3개월의 하루하루가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 즈음부터 오르비를 시작했을 겁니당
그렇게 순식간에 9평 날이 찾아왔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저는 모교에 가서 모평을 치릅니다.
덕분에 고등학교 선생님들과도 자주 뵐 수 있었고요.
9평 날도 어김없이 시험장 자리에 앉아있는데,
수학 선생님께서 옆에 오셔서 슬쩍 귀띔을 해주셨습니다.
"정확한 정보인진 모르겠다만, 이번 시험 엄청 쉽다고 들었다.
쉽게 나와도 난이도에 당황하지 말고 풀어라"

저는 속으로
'내 실력이 바닥인데 쉬워봤자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6평의 22111에서 떨어지지나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반쯤 허탈한 상태로 9평을 치르게 되는데...

?????????????????
국어 2개 + 수학 1개 + 영어 1개 = 도합 4틀이라는
경이로운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쌍사는 기어코 5050을 찍어보게 됐고요.

분명 시험이 매우 쉬웠던 건 맞았습니다.
풀면서도 '이게 난이도가 맞나?' 싶었고,
실제로 역대 평가원 시험 중 가장 무성의한 회차도 맞았으니까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실수 하나 없이 저 정도 점수를 찍어냈다...?
이번엔 6평 때보다도 더 세게 인지부조화가 왔습니다.

스스로도 성과를 납득하기가 어려웠던 쌍사는
'이게 무슨 일일까' 를 고심해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6평9물 = 수능은 불' 라는 공식이 생각났습니다.
아하, 이거 지금 평가원이 수능으로 개조지려고 연막하는 거구나.
작년에 킬러 배제 어쩌구 하면서 한 번 속았으면 됐지 두 번 속겠냐?
라는 쪽으로 점점 생각이 쏠리게 됩니다.

점수는 훌륭했지만 오히려 의심만 가득해지게 된 쌍사!
그렇게 절대 해서는 안될,
훗날 땅을 치고 후회할 결정을 들고 나옵니다.
"수시를 쓰자"
결국 9평 직후 고대 학종 + 외대 교과 수시를 써버렸습니다.
그것도 대충 붙을 만한 성적대로...
당시에는 굉장한 선구안이라고 자화자찬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다가올지는 꿈에도 생각 못한 채...

나머지 2달 반은 딱히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실모 풀고 오답하고, N제 좀 돌리고,
기출 생각 안나면 다시 복습하고,
가끔 오르비에 뻘글 좀 쓰고...
그렇게 11월, 수능날이 어김없이 왔습니다.
수능 날은 모든 수험생이 그렇듯
쏜살같이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국어는 한 바퀴 돌리긴 했는데 잘 본 건지 모르겠고...
수학도 못 푼 게 너무 많고...
영어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푼게 많고...
쌍사도 꽤나 난이도 있었고...

제2외 보는데 창문 쪽으로 멍때리면서 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망한 거 같은데 엄빠한테 어떻게 말하지?
삼수를 해 말아?
수시는 붙을 수 있겠지...?
23221은 뜨려나...?
그리고 폰을 받아 가채점을 해보는데...

?
이럴수가...
막 엄청 잘 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못 본 것도 아닌
한마디로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불수능이 될 거라는 제 예상과는 반대로,
평가원이 25수능을 황밸로 출제했던 겁니다.

이젠 다른 의미로 비상이었습니다.
수능 성적표 상으로는 성한 라인도 충분히 써볼 수 있었지만...
외대 수시는 붙는 것을 목표로 계산해 넣어둔 상황...
수시가 붙어버린다면
수능 성적표는 걍 종이쪼가리행 당첨이었습니다.
수많은 오르비언들이 외대 탈락을 같이 빌어주었지만...

결국 외대는 1차 추합에서 붙어버렸고,

고려대 학종은 눈앞에서 끊겨버렸습니다.

그렇게 쌍사의 1년은 사실상 증발해버렸습니다.
현역은 너무 오만해서 망쳤다면,
재수는 과한 불신으로 망쳐버린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수험생이었다면 멘탈이 반쯤 나간 상태로
이쯤에서 입시를 관뒀겠지만...
억울해 뒤질 거 같았던 쌍사는
정말 마지막으로 도전장을 내보기로 합니다.
- 3편으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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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수시 납치는 죄악이네요.... ㅇㄴ 근데 6모 9모 잘보고도 자만 안하고 공부 하신거 ㄹㅇ 대단하시네욧한방에 성공하시길 빕니다
외대 교과 잘 몰라서그런데 최저 없나요?
글고 쌍사 개념 뭘로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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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사 개념은 걍 이다지T 들음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글이에요
Thank you
이게 납치지
와미친...
근데 이거 쌍사 개인의 경험으로 그칠 게 아니라
되게 유익한 시리즈가 될 거라고 장담함
현역, n수 결정하신 분들, 고민중이신 분들
웃어넘기고 공감만 할 게 아니라 잘 읽어보시길 바라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그래도 마냥 잃은 것만은 아니고 얻은 것도 있잖아
앞으로도 잘 풀릴 거야
ㅋㅋㅋㅋ 진짜 웃기네 억까도 이런 억까가 없는듯
대단합니다
걍 멍청한거죠...
너 재능있어.
걍 유튜바 해.
잇올이면 사실상 독학인데 대단하시네..
좋은 글이다
이런거만좀써다오..
진짜 파란만장하네
납치 걱정 없는 수시
대 황 술 절대찬양해
ㅋㅋㅋㅋㅋㅋ
글 너무 재밋어요ㅋㅋ 삼수편 기대되네요

진짜 명문이다글 진짜 잘쓰신다
3편 언제 올라오나요? 삼수 예정인데 보면서 도움도 많이 얻고 반성도 하고 가요 뭐하셨는 지도 상세히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익한 글 잘 읽었고 이 글로 처음 뵙는 거라 상황은 잘 모르지만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랄게요
혹 목표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메디컬이고 삼수 고민중이거든요!
메디컬인데 삼수 하시는 이유 알 수 있을까요? 제 목표… 이런저런 생각 많이 해보지만 딱히 없는 거 같아요 대학이나 과로 목표를 정하는 게 한계를 정하는 거 같기도 하고, 간 것도 아닌데 거만해지는 거 같기도 하고, 아직 감히 흔하게들 말하는 좋은 곳에 갈 성적도 아니라서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치열하게 삼수 생활 해서 부모님한테 올해는 내가 봐도 너 참 바르게 잘 살았다라는 말 듣는 게 제 목표입니다! 참고로 전 쌩삼수라서 걸어둔 곳이 없네요.. ㅎㅎ 그래서 정시 원서에 대해 무지해서 어떻게 알아봐야할 지 고민이에요
이거보고 삼수하는 사람들은 없길 바랍니다.
외대교과 추합이먄 원래 공부를 잘하는분이었네
근데 솔깃하네 나도 쌍사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