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쓴맛 덕분에 국어를 잘하게 된 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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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은 자랑(?)이지만, 정신과 의사 선생님도 "나도 여러 케이스 만나봤지만 니 인생은 대하소설이 한 편 나오는구나." 감탄하실 정도로 우리 집은 가정사가 복잡해.
1988년생인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좀 모자라 보인다.', '부잡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어.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 모두 장남 장녀셨고 당시로는 친가와 외가 모두 형편이 나쁘지 않아서, 양가의 장손으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부족함 없는 유년기를 보냈지. 공부는 아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좀 한다는 정도,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도학력고사에서 반 35명 중 8등 정도 했던 기억이 있어.
내 인생이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한 건 1998년 IMF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아버지께서 외할아버지께 보증을 서 드렸는데, 그 보증이 IMF의 여파를 맞고 그만 잘못되고 만 거야.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는데, 외갓집은 야반도주해서 잠적했고, 우리 집은 하루아침에 25평 아파트에서 쫓겨나서 서울 달동네 모처 반지하 6평짜리 2칸방에서 아버지, 어머니, 나, 남동생 네 명이 살았어. 아무리 내가 멍청하고 부잡해도 우리 집이 망했다는 건 바로 체감할 수 있었지. 밤이면 어머니께서 우리 형제 잠자리 머리맡에서 여러가지 이야기와 넋두리를 들려주셨어.
외지에서 온 덜 떨어져 보이는 전학생? 당시 일진들 입장에서는 삥 뜯기 딱 좋은 타깃이었겠지. 없는 동네 일진들이 더하다고, 만 15세 이전에 일진들 앞에서 똥물도 먹어보고 팬티까지 벗겨져 봤어. 근데 팬티 속에 엄마가 준 만원 숨긴 걸 들켜서 하반신 벗겨진 그 상태로 구타까지 당했지. '사람이 사람한테 이런 짓까지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그 때 이미 깨달았고, 초중딩 주제에 유서도 진지하게 몇 번 써봤던 기억이 있어.
그리고 5년쯤 지나서 우리 집 형편이 좀 나아지고 나도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적응해서 왕따는 탈출했을 무렵, 잠적했던 외갓집과 연락이 닿게 됐지. 보증 때문에 그 동안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도, 우리 아버지는 외할아버지께 "그 동안 고생 많이 하셨다."고 말씀하셨어. 오히려 우리 어머니께서 "아버지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고 울면서 거세게 화를 내셔서 아버지나 외할머니가 말리실 정도였지. 그리고 그 만남이 있은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돼서 외할아버지께서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어.
외할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나서, 아버지께서 나랑 내 동생한테 외할아버지한테 보증을 서실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해주셨어. 내가 1988년 2월에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는데,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 여러가지 병을 달고 태어났대. 그런데 원주기독병원도 물론 큰 병원이지만 당시 의료 수준으로는 나를 살리기가 어려워서 젊은 아버지 어머니 모두 울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계셨어. 그 때 서울대학교병원으로 데려오고 수술비까지 마련해주신 게 다름아닌 외할아버지셨대. 그러니까 아버지는, 물론 장인어른이기도 하지만 큰아들을 살려준 은인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던 거지. 그리고 그 덕을 입고 살아난 나는 나를 살려주셨던 외할아버지를 욕하고 다녔던 거고. 자연히 내가 외할아버지에 대해 품고 있던 억하심정은 해소됐어. 그리고 나는 전혀 원하지 않았지만, 내 인생에서 만난 모든 사람의 행동과 심정이 이해가 되는 거야.
여기에 더해, 고등학교 때 나한테 ADHD가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지. 어렸을 때부터 내가 덜 떨어지고 둔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그게 질병 수준이었던 거지.
이렇게 어린 시절에 인생의 페이소스(pathos)를 너무 깊숙히 맛봐서 그런지,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따로 학원 강습이나 과외 교습 같은 걸 받지 않았는데도 모든 국어 과목(공통 국어, 문학, 독서, 국어생활 등)을 저절로 잘하게 됐어. 물론 나는 '내 자식은 국어 공부 못 해도 좋으니, 절대 나처럼 비참한 사춘기를 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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