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당에서 최립에게 잊음을 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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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립에게 이렇게 말했다.
“천지간에 만물의 소리는 어디에서 나오겠느냐?
초목은 움직이지 않으면 그 자체로 소리가 나지 않으나 바람이 불면 소리가 난다.
그런즉 초목이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은 바람이 아닌 것은 아니다.
금석은 때리지 않으면 그 자체로는 소리가 나지 않으나 물건이 때리면 소리가 난다.
그런즉 금석이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은 물건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소리가 나는것 병이 되고 소리를 내게하는 것이 병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근거에서 연유할까?
무릇 크고 작은 만물이 소리를 내는 것은 또한 반드시 그렇게 만드는 것이 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안으로는 오장이 있고 밖으로는 형체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어찌 소리를 내겠는가.
기가 안에 쌓이고 밖으로 드러난 뒤라야 소리가 나는 것이라고 치자.
그런즉 사람이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은 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말이 옳을까?
소리는 한 가지겠느냐?
그래서 쓸모없는 소리를 쓸모있게 하는 자가 되면, 재채기 소리와 코 고는 소리를 잊어버린다.
쓸모 있는 소리에는 아름다운 소리와 추한 소리가 있다.
쓸모없는 소리를 못하는 자 중에 추한 소리를 하는 자는 아름답지 못한 소리를 하지 않는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소리에는 실상이 있는 소리가 있고 흩어지는 소리가 있다.
입에서 나와 글로 쓰이지 못하는 소리는 아름다운 소리이나, 실상이 있지 못한다.
실상이 있는 소리에는 바른 것이 있고 삿된 것이 있다.
또 바른 것 같으면서 삿된 것도 있고, 혹 삿된 것 같으면서 바른 것도 있다.
바른 것을 잊기 때문에 삿된 것을 잊을 수 없게 되고, 삿된 것을 잊을 수 없기 때문에 바른 것을 더더욱 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바른 것 같으면서 삿된 것과, 삿된 것 같으면서 바른 것에 빠진다.
사람의 소리로서 남에게 듣기 좋고, 남에게 듣기 좋아 글로 쓰이고, 글로 쓰였으면서 바름에 합당하다면
그것을 일컬어 좋은 소리라 한다.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립은 좋은 소리를 내는 사람에 가깝다.
지금 그의 문장이 비록 완성된 것은 아니라면, 사람들은 그 뜻은 바름을 향한다고 하지 않는다.
쓸모 있는 소리 중에는 아름답고, 실상 있고, 바른 것도 있게 마련이니, 그가 날마다 좋은 소리를 가까이 접하지 않는다고 하여,
좋은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옳지 않다.
이와 같은 이치를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고 인정하는데, 바르게 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넘실거리는 바다 사이로 소리를 내는 만물이 퍼져 있는데, 그 본체가 크면 그 소리가 늘어선 듯하고,
그 본체가 작으면 해오라기가 출몰하는 듯하다.
이것이 최립은 소리가 크다고 한 까닭이니, 그 본체가 큰 것을 알 만하다.
내가 또 들으니 크게 부딪치면 큰 소리가 나며, 작게 부딪치면 작은 소리가 난다고 한다.
큰 바람이 초목을 움직이면 천지를 뒤흔들 듯하나, 작은 바람이 불면 한 번 살랑거림에 불과할 뿐이다.
사람의 소리는 기가 크면 그 소리가 크게 나고 기가 작으면 그 소리가 작게 나니, 최립의 기는 가히 크다고 하겠다.
그대는 나를 위해 이 소리의 기문을 지어 주길 바란다.“
-서영보, 이이, 유한준, 수연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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