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당에서 최립에게 잊음을 논함」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5690236
나는 최립에게 이렇게 말했다.
“천지간에 만물의 소리는 어디에서 나오겠느냐?
초목은 움직이지 않으면 그 자체로 소리가 나지 않으나 바람이 불면 소리가 난다.
그런즉 초목이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은 바람이 아닌 것은 아니다.
금석은 때리지 않으면 그 자체로는 소리가 나지 않으나 물건이 때리면 소리가 난다.
그런즉 금석이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은 물건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소리가 나는것 병이 되고 소리를 내게하는 것이 병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근거에서 연유할까?
무릇 크고 작은 만물이 소리를 내는 것은 또한 반드시 그렇게 만드는 것이 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안으로는 오장이 있고 밖으로는 형체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어찌 소리를 내겠는가.
기가 안에 쌓이고 밖으로 드러난 뒤라야 소리가 나는 것이라고 치자.
그런즉 사람이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은 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말이 옳을까?
소리는 한 가지겠느냐?
그래서 쓸모없는 소리를 쓸모있게 하는 자가 되면, 재채기 소리와 코 고는 소리를 잊어버린다.
쓸모 있는 소리에는 아름다운 소리와 추한 소리가 있다.
쓸모없는 소리를 못하는 자 중에 추한 소리를 하는 자는 아름답지 못한 소리를 하지 않는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소리에는 실상이 있는 소리가 있고 흩어지는 소리가 있다.
입에서 나와 글로 쓰이지 못하는 소리는 아름다운 소리이나, 실상이 있지 못한다.
실상이 있는 소리에는 바른 것이 있고 삿된 것이 있다.
또 바른 것 같으면서 삿된 것도 있고, 혹 삿된 것 같으면서 바른 것도 있다.
바른 것을 잊기 때문에 삿된 것을 잊을 수 없게 되고, 삿된 것을 잊을 수 없기 때문에 바른 것을 더더욱 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바른 것 같으면서 삿된 것과, 삿된 것 같으면서 바른 것에 빠진다.
사람의 소리로서 남에게 듣기 좋고, 남에게 듣기 좋아 글로 쓰이고, 글로 쓰였으면서 바름에 합당하다면
그것을 일컬어 좋은 소리라 한다.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립은 좋은 소리를 내는 사람에 가깝다.
지금 그의 문장이 비록 완성된 것은 아니라면, 사람들은 그 뜻은 바름을 향한다고 하지 않는다.
쓸모 있는 소리 중에는 아름답고, 실상 있고, 바른 것도 있게 마련이니, 그가 날마다 좋은 소리를 가까이 접하지 않는다고 하여,
좋은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옳지 않다.
이와 같은 이치를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고 인정하는데, 바르게 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넘실거리는 바다 사이로 소리를 내는 만물이 퍼져 있는데, 그 본체가 크면 그 소리가 늘어선 듯하고,
그 본체가 작으면 해오라기가 출몰하는 듯하다.
이것이 최립은 소리가 크다고 한 까닭이니, 그 본체가 큰 것을 알 만하다.
내가 또 들으니 크게 부딪치면 큰 소리가 나며, 작게 부딪치면 작은 소리가 난다고 한다.
큰 바람이 초목을 움직이면 천지를 뒤흔들 듯하나, 작은 바람이 불면 한 번 살랑거림에 불과할 뿐이다.
사람의 소리는 기가 크면 그 소리가 크게 나고 기가 작으면 그 소리가 작게 나니, 최립의 기는 가히 크다고 하겠다.
그대는 나를 위해 이 소리의 기문을 지어 주길 바란다.“
-서영보, 이이, 유한준, 수연 let's go
옯문학 on.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아 삼겹살먹고싶다 4 0
돈이없오
-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기억나는 느낌
-
맨날뻘글쓰는애있는데 내지인임 2 1
개는 내가 안다는 사실을 모르고 아무도 모를줄알고 뻘글 계속씀 ㅋㅋ
-
한석원 김범준 누가 낫나요 4 0
수학 인강 안 듣고 학원만 다니다가 들어보려고 하는데 저 두 분중에서 고를 예정임...
-
수논은 감각적 직관 못씀? 1 0
뭔가 갑자기 접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거
-
정시파이터 최고의칭찬 3 1
너는 모의고사는 잘나오면서 내신이 왜이러냐
-
궁금합니다 독재에서도 처음엔 많았는데 6평 끝나고 사탐런으로 엄청 줄어서 몇명 없었는데
-
sk8ter boi 4 0
음음
-
2022년 7월: https://orbi.kr/00057971264 2022년...
-
나는 아가인데 4 0
왜 스카지
-
오늘 러닝 ㅇㅈ 3 2
후드에 반바지 입고 뛰어가지고 내일 걍 몸살 지대로 올듯...
-
아하 고대 사료를 보니 교대와 서울대가 한 문장에 쓰일 수 있었구나 3 2
아 저 시절은 국어(언어) 만점이 120점이고 수학(수리탐구) 만점이 80점이었구나...
-
자기 안자기? 1 1
자~~~~~~기~~~~~~~~~~~~~~~~~~
-
9모로 장학 3 0
수영탐으로 장학 주는 곳은 없음?ㅜㅜ 이딴걸론 안주겠지?
-
슈냥햄 2 3
부산사투리
-
직전 학년도 수시/정시 합격자 대학교 지원 금지 or 수능 응시 횟수 3회까지로...
-
이정도면 고대 스모빌 붙음? 4 0
스나이퍼에서 확률 꽤나 높게 나오길래
-
동국대가 가고십은 밤이군아 2 0
동대야 날 가져가 ㅠㅠ
-
요즘 오르비도 안하긴 했는데 진짜 더 열심히 살아야지
-
정법이 작수때는 1컷을 46으로 예상한 곳은 없었음? 2 0
ㅈㄱㄴ 채점 사이트 다 47로 예상했음?
진짜 평가원스럽긴한데 조올라어렵네
<보기> ~~~새로운 의미가 어쩌구 저쩌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