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오노스 [904605]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5-11-17 11:10:40
조회수 773

(스압)어느 사수생 이야기를 보고...(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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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이오노스입니다.


오늘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공감도 되면서

해당 영상 댓글에다가 제 얘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다가 그냥 오르비에 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저에게 있어서는 늦은 밤, 10시 20분에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써 봅니다.


부끄러워서 공개하지 않았던 작년 수능 성적,

그리고 올해 가채점 성적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또, 이미 공개는 했었지만,

다시 한 번 제 현역, 재수 시절 성적표도 첨부합니다.


이 성적표들을 공개하는 건

저에게 있어 마이너스인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진심을 담아 얘기하는 것에 있어

도움이 될 것 같아 공개합니다.



제가 지금껏 공부한 양입니다.

기억이 나는 걸 최대한 적었는데,

빠뜨린 게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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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수능 대비 (현역)

-사실 상 학교 수업 외 없음. (이지영T 인강 완강X)


--------------


20 수능 대비 (재수)

-수험 커뮤니티를 처음 접하고

중독되어(사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ㅠㅠ)

공부법, 오르비 칼럼 읽는 데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습니다.

수학은 개념이 중요하다는 말에 아는 개념 강의를

무지성으로 들었습니다.


-국어 실모: 바탕 전 회차, 216T 모의고사, 수완 실모

-문학: 문학총론, OVS, 고농축 산문, 매3문학 약간

-독서: 지피지기 백전불태 (유대종T 강의), 진또배기 약간

-문법: 문법총론


-수학: 검더텅(완독 실패), 무불개, 뉴런(초반에 드랍), 개념코드+기출코드(완강 실패)

-수학 실모: 꿀모, 킬캠, 양승진 모의고사

-영어: 리로직(순삽인지 빈칸인지 기억X), 수특 약간, 수완 실모


-생윤: 잘생긴 개념, 잘잘잘 정리, 종익T 실모 전 회차, 수완 실모

-사문: 윤성훈T 개념, 스피드 개념, 토픽 20, 실모 전 회차, 수완 실모


--------------


21~24 수능 미 응시 (방황)


-문학: 문학더하다(유대종T), 문학총론(완강X)

+21~24 나기출, 24 나기출 고난도 옛기출, 22 유네스코

+고전시가올인원, EBS 파이널집, 문학올인원

-독서: 수국입(유대종T), 21~24 나기출,  독서론+유네스코

-언매: 언매올인원

-화작: 화작총론+기출 N회독


-수학: 50일 수학, 고1 생질, 고1 교과서, 쎈 B스텝, 노베 도형(2회독)

-공통: 교과서, 쎈 B스텝, 십일워, 생질, 킥오프

-확통: 오버더(독학서), 십일워


-물리: EBS 30일 기초, 더 비기너, 24 수능 개념(완강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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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수능 대비 (3수)

-충분히 공부할 시간은 많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우울증을 핑계로

후반에 국어, 미적만 좀 했습니다.


-문학: 나기출, 나기출 베이직, 피램 생각의 전개, EBS 파이널집

+E뮨 모의고사

-독서: 나기출

-국어 실모: 혜윰 시즌2, 전형태 모의고사


-공통: 킥오프, 수분감 (스텝0, 스텝1 일부), 상승효과 3.5, 상승효과 라이즈

-수학 실전 개념: 뉴런(수열, 지로함)

-미적: 기개공, 시발점, 수분감 스텝0, 킥오프 N회독, 수분감(스텝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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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수능 대비 (4수)

-역대급으로 사건 사고가 많아서...

마음이 정말 힘든 한 해였습니다.


-문학: 21~26학년도 기출(독학서나 강의X)

-독서: 23, 24, 26학년도 기출(독학서나 강의X)

-화작: 19~24학년도 기출


-수1: 킥오프, 뉴런(수열, 지로함), 스블(지로함), 과외

-수2: 킥오프, 과외

-기하: 생질, 시발점, 과외

-확통: 25 수특(정승제F)

-수학 실모: 스피드 러너 파이널 시즌2 1, 2회차


-사문: 시스템 개념완성 코어 1~15강


올해 가채점 결과입니다.

화작 86점 (독서 -12점, 화작 -2점)

기하 73점 (19~22번, 28~30번 틀)

영어 73점

동사 17점

사문 3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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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공부한 걸 정리하다 보니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정말 한심하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공부한 것만 공개하려고 쓴 글은 아닙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인생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의식의 흐름에 맡겨서 쓴 글이기에

TMI가 넘쳐납니다.


저는 부산 영도 출신입니다.

오목가슴(명치가 아이언맨 마냥 움푹 들어감)이라 그런지

폐활량이 좋지 않은 편입니다.

어릴 때부터 허약해서

병원도 자주 다니는 편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독서를 중요시해서

형과 저, 그리고 제 남동생에게

책을 많이 읽게 하려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 말씀을 잘 듣는 아이였어서,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책을 계속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닌텐도가 생긴 이후에는

밤에 몰래 게임을 할 때가 많긴 했습니다.

게임을 주말에만 하게 하셔서

욕심을 부린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계속 많이 읽었습니다.


제가 기억나는 책들은

-성경 N회독

-조선왕조실록 만화 N회독

-먼나라 이웃나라 N회독

-고전소설 만화 시리즈 N회독

-청소년을 위한 고전소설 N회독

-청소년을 위한 한국소설 N회독

-청소년을 위한 해외소설 N회독

-마법천자문, 수학도둑

-WHY 시리즈 N회독

-앗! 시리즈

-해리포터 소설

-각종 영문학 원서 N회독

등이 있네요.


어머니의 커리큘럼은

-한글로 된 책 많이 읽히기

-영화 자막 없이 보기

-영어 원서 CD 틀어놓고 읽기

-하교 후 학교 공부 복습 및 시험 벼락치기 테스트

였습니다.

그 덕에, 중학교 기말고사에서 전교 2등까지 해본 적이 있고,

외고에 들어가서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되었죠.

그리고 언어 관련해서 감이 생긴 기반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때 별명이 '도덕 교과서'였습니다.

그때는 개신교에 대한 인식이 좋았는지,

"지원이는 교회 다녀서 착해."

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항상 예의범절에 신경을 많이 썼고,

거짓말도 잘 못 하다 보니,

생전 처음 해본 마피아 게임에서

마피아가 됐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마피아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게임이 끝나고 정체가 밝혀지자

다들 충격을 먹었다는...일화가 있습니다.


어릴 때 상당히 잘 우는 아이였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눈물 없이 하루가 끝나지 않는 아이였다고 하네요.

부모님은 엄하게 저와 제 형제들을 키우셨습니다.

뭔가 잘못을 저지르면 항상 체벌이 가해졌죠.

심하게 매질한 건 아니었지만,

뭔가 잘못하지 않을까 항상 겁이 나긴 했습니다.


저는 상당히 겁쟁이입니다.

너무 겁이 많아서 어두운 곳에도 잘 못 다녔고,

하나님을 두려워해서 지금도 항상 잘못을 하면

최대한 빨리 반성하고 피해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고

회개 기도를 드리는 사람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쯤에

여자애 3명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모둠으로 꽤 길게 있었는데,

그룹 활동에 끼워주지도 않고

계속 괴롭게 해서

그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여자 또래들을 대하는 게

편하지가 않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해에

인천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께 받은 초콜릿을 먹고

온 몸에 두드러기 같은 게 나서

꽤 오래 고생을 했습니다.

너무 간지러운데, 자꾸 긁으면 피가 나니까

온 몸을 때리면서 밤을 샌 적도 있습니다.

그 이후로, 추운 곳에 있으면

높은 확률로 배탈이 나고

기운이 빠집니다.


중학교 처음 입학하고

본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3등,

기말고사에서 전교 2등을 한 적이 있습니다.

2학기 중간에서 전교 23등으로 내려갔었지만,

어찌저찌 해서 전교 9등으로 졸업했습니다.

중학교 수학에서 도형을 참 어려워 했습니다.

수학 외에 과목들은 거의 다 수월했던 기억이 나네요.


중학교 때,

부모님께서 집을 비우시면

몰래 롤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숙제를 내주시고 가셨는데,

참...답지를 베낄 때가 많았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말에 하루 1시간,

시험 끝나고 몇 판 하는 게 최대였습니다.


중학교에서도 주변에서 착하고 성실한 아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원어민 선생님과 대화가 잘 통해서

선생님께서 생기부에 영어로 제 칭찬을

적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영어 교과서 몇 번 읽는 걸로

항상 좋은 점수를 받아서

외고에 갈 생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고등학교...지금도 생각하면

그립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저는 영어-일본어과인데,

남학생 비율이 다른 과에 비해 높아서

뭔가 마음이 더 편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정신연령이 낮았었는지,

학교 들어가자 마자 저에게 잘해준 여사친이

제게 호감이 있다고 착각하는 걸 넘어서

짝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고백도 안 했는데 차이고 ㅋㅋ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한 마음입니다.


저는 영어를 잘하지 않습니다.

그걸 외고에 가서 깨달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제가 영어를 엄청 잘한다고 생각하더라구요.

왜냐면 남들이 시험 범위 영어 지문 달달달 외울 때,

저는 주제 파악만 하고

내신에서 그냥 영어는 3~4등급,

영어 디베이트 과목 시험은 2~3등급이 나오니까

'쟤는 영어 공부 진짜 안 하는데

성적이 괜찮네.'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듣고 읽는 건 어느 정도 했지만,

쓰고 말하는 게 너무 약해서...

힘들었네요.


특목고라서 그런 건지,

과제가 아주 쏟아졌습니다.

매주 영어로 토론하고,

영어로 발표하고,

각종 PPT 만들고

자료 조사하고,

글 쓰기 시험 준비하고,

개인 공부는 할 엄두도 안 나더라구요.

1학년 때는 어찌저찌 넘어갔지만,

2학년 때는...와

개인 공부랑 수행평가는 대충 넘겼는데,

모둠으로 하는 거는 그렇게 하면 

양심이 없으니 최대한 했어요.

그것만 해도 힘들더라구요 ㅠㅠ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주로 노래 부르면서 잊어보려고 했습니다.

최악의 선택이었죠.

그 결과, 음역대도 많이 떨어지고,

머리 속에서 지금까지도

노래 멜로디와 가사가 들려서

고생 중입니다.


자습실에서 남들이 다 공부할 때,

저는 공부할 의지력이 바닥난 걸 핑계로

펑펑 놀았습니다.

그림 그리기도 하고, 몰래 폰도 하고...

지금도 죄책감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제 생활패턴을 모르는 선생님들에게는

엄청 성실하고 예의 바른 이미지로 남았습니다.

매 년 봉사상, 또는 선행상을 받았고,

생일 때마다 롤링페이퍼에

그렇게까지 착하게 안 살아도 된다는 문구가

빠지지 않았죠.


몸이 안 좋아서 특별 대우도 받았습니다.

앞서 초등학교 때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난 이야기를 했죠.

그 이후로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눈이 가렵고 배탈이 끊이지 않으며

기운이 완전 빠지고

배가 심하게 아파서

자습 도중에 응급실 간 적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힘들어해서

그 누구에게도 절대 허락해주지 않던

빈 교실에서 혼자 자습하도록

신경 써주셨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병을 얻었습니다.

배에 자꾸 가스가 차서

소리가 나는데,

그거 때문에 수업시간에

항상 서서 수업을 들었어요.

서 있으면 그나마 괜찮았거든요.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도 좀 하겠습니다.

저는 재미 없다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제 별명을 '노잼'이라고 붙였습니다.

또,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도 들었구요.


글을 읽으셨으니 아시겠지만,

저는 예수님을 믿습니다.

그런데, 일본어과 남자 애들이

저를 개몽?시키고 싶었는지

자꾸 저에게 종교를 가진 게

어리석다는 식의 발언과 질문들을

많이 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 친구들이 나쁘다고 얘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즐거운 추억도 많아요.


아무튼,

저는 주로 친구가 많이 없는

소위 '아싸'라고 할 수 있는 친구들과

아주 가깝게 지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싸'라는 표현을 썼을 뿐,

그 친구들을 비하할 생각은 1도 없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친했던 친구는

고1 영어 토론 과목 최하위반에서 옆자리에 앉아서

친해진 친구입니다.

제가 입학시험을 말아먹어서

시작을 최하위반에서 했거든요.

그러다가 2학기는 최상위반을 갔는데...ㅠㅠ

토론에서 항상 고생을 했네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1학년일 때는 그 친구에게 아주 잘해주었습니다.

문제는 2학년에 올라간 뒤,

너무 편하다는 이유로 그 친구를

대하는 태도를 바꿨습니다.

싫어하는 장난도 치고, 랩 좋아하는데

랩 못한다고 놀리고...

3학년 때는 그 친구와 조금씩 멀어졌는데,

어느 날 저한테 와서 울면서

너랑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을 때, 저는 아니라고 답변했지만

결국 완전히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친구 얘기입니다.

그 친구는 노는 걸 아주 좋아했습니다.

선생님들도 다 이 친구가 계속 놀자판인 걸 알아서

바로잡아보려 했지만, 이 친구의 말빨과 자신감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했죠.

점심 시간, 자습 시간에 몰래 PC방을 다녔는데,

제가 이 친구와 친하게 지내면서

점차 이 친구를 닮아갔습니다.

이 친구는 공부를 1도 안 했지만,

읽은 책도 많고, 영어도 엄청 잘해서

국어도 아마 항상 1등급이었을 겁니다.

글을 잘 써서 결국 재수 때, 논술로 명문대를 갔죠.

그리고 저도...재수를 하게 됐구요.


재수를 할 때,

어머니는 저를 재수학원으로 보내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고3 윈터스쿨을 경험하면서

재수학원에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을 걸 알기에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씀드렸죠.

일단, 게임과 유튜브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정보를 찾아서

수험생 커뮤니티를 알게 되었죠.

수학이 약하니 친절한 선생님 수업을 듣고 싶었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김성은T 수업을 듣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진도 나가는 속도가 상당히 느렸습니다.

개인 공부는 1도 안하고 인강에 의존을 많이 했죠.

고2때부터 다녔던 수학 학원도 계속 다니긴 했는데,

수학 실력을 올리는 게 참 힘들었죠.

수학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무슨...재능 타령이람.)

당연히 6모에서 수학이 2등급 이상이 나올 리 없었고,

어머니는 좋은 대학 가려면 6모에서 1이 나왔어야 했다며

결국 저를 재수학원으로 보내셨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안 가고 싶었어요. 

재수학원 시스템 때문은 아니고,

여름이라 에어컨을 세게 틀어 놓는데,

거기서 1000% 확률로 몸이 망가진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결국, 1주일만에 몸이 안 좋아져서 어머니가 미안하다며

힘 없이 누워있는 저를 대신해서

재수학원에서 짐을 싸서 나오셨습니다.


그렇게 재수학원을 나오고 나서

수학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졌습니다.

무불개를 듣고 7월 모의고사에서 2등급이 나오는 등,

성적은 올랐지만, 빠르게 1등급으로 가려면

뉴런이 좋다고 해서

뉴런을 들었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너무 어려웠습니다.

매 수업마다 새로운 게 쏟아지는 느낌이었죠.

체화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수학만 할 수는 없으니 드랍했습니다.


그러다가 '행동영역'이라는 걸 익하면

좋다는 얘기를 듣고

개념코드와 기출코드를 선택했습니다.

강의가 저와 잘 맞는 듯했고,

이해도 잘 되었습니다.

그렇지만...분량이 어마어마해서

완강도 못하고 수능을 쳤습니다.


수학만 문제가 아니라,

사탐도 기출 1회독도 안 했고,

국어는 기출로 접한 지문보다

바탕 모의고사에서 본 지문 수가 더 많을 정도로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않아서

현역 때와 마찬가지로 백분위 92를 받았습니다.

위 성적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국나영생사아 241343 이라는 성적을 받았습니다.


수능이 끝난 당일,

어머니께서 수고했다고 하셨지만,

성적이 나온 뒤,

엄청 저를 혼내셨습니다.

"난 널 믿었는데, 넌 날 배신했다."

라는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 빠졌었고,

수학 강사도 계속 바꿨고,

맨날 자습은 안하고 인강만 본 걸 실패 원인으로 생각해서

반성하고 삼수를 선택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어리석은 결정을 했습니다.

문과는 빨리 대학을 가야하고,

명문대 아니면 취직도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과로 전향해서 수능을 또 치고,

성적이 낮으면 깔끔하게 아무 대학이나

공대를 가서 그냥 평범하게 취직해서

살아야겠다는 거였죠.


어머니께 이과로 가겠다고 말씀드리니

어머니는 아주 한심하다는 식으로

"미친 소리를 한다.

목사님조차도 본인 자식이 문과에서 

이과로 전향한다는 말을 들어도

안된다고 할거다.

이과 공부를 하는 건 타고난 애들이 하는 거다."

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에 저는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 나는 건강하지도 않고,

노래를 잘하지도, 몸을 잘 쓰지도,

그림을 잘 그리지도, 남을 웃기기도 못하는데...

잘 하는 건 그나마 공부라고 생각했어.

근데 고등학생들이 치는 수능 이과 공부도 못 할 거라면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잖아?

그럼 난 잘하는 게 아무 것도 없네?

내 미래는? 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내 삶에 목적이 있나?'

라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머니와 한참 싸우고 나서

내린 결론은

인생을 살기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한 끼, 혹은 굶고

철학자 마냥 하루 종일 산책을 했습니다. 

'어디 조용한 데 누워서

굶어 죽을 때까지 누워있을 곳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계속 제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하고 원망하고 저주했습니다.


원서를 넣을 때, 인하대 영어영문학과와

제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상명대 경영학과에 정시 원서를 넣었습니다.

인하대는 예비 2번?이었던 것 같고,

상명대는 바로 합격했습니다.

저는 집에서 가까운 인하대를 다니면서

반수할 생각으로 인하대를 선택했죠.


어머니는 제 상태를 보시고

너무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하셨습니다.

울면서 여러 번 미안하다고,

이 성적으로 인하대에 합격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하셨죠.

어머니는 입시를 잘 몰라서,

수학이 4등급이면 지방대에 간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인하대를 합격해서 다니기로 하긴 했지만,

저는 자존감이 바닥이었습니다.

예전에 저와 가까운 어떤 분이

"외고생이 재수해서 인하대 가면 부끄럽지 않나?"

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그런 분이 있거든요.

그 얘기가 제 머리 속에 계속 맴돌았어요.

그리고 아까 말한 가장 친했던 친구가

현역으로 인하대 합격해서 다니고 있어서

혹시 그 친구를 마주칠까 봐 두렵기도 했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수능 잘 봤냐고 연락 오는 친구들...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 등등

명문대 친구들이었고,

교회에서는 제 친구들이

제가 외고생이라는 이유로

'엘리트'라고 불렀습니다.

대학도 잘 갈 거라고 생각했구요.


점차 자괴감이 심해졌고,

결국 저는 완전한 우울에 잠겨버렸습니다.

어느 날 읽은 책에서

맨날 우울한 얘기하는 사람을 멀리 하라는 문구를 보고,

'그래. 내가 친구들 만나면

우울한 얘기만 하겠지.

친구로서 마지막 도리는 지키자.

내 우울한 얘기를 들을 일 없도록

SNS도 다 탈퇴하고,

교회도 나가지 말자.'

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어머니는 저에게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을 걸 권했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제 얘기를 들으시더니

왜 그렇게 했냐는 식으로

훈계를 하셨고,

받은 약을 먹으니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늘어져서

'아, 난 우울증 약을 먹을 만큼

심각한 건 아닌가 보다.'

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고,

정신과 치료를 포기했습니다.


저는 인하대 20학번입니다.

네...코로나 학번이죠.

모임 같은 건 꿈도 못 꿨고,

수업도 다 온라인이었습니다.

영어를 잘하지도 않는데

왜 영문학과를 가서...

수업도 너무 듣기 싫었고,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호흡이 약간은 버거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증세가 점차 심해져서

결국 1학기 중간고사 이후,

모든 걸 드랍하고

학사경고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2학기는 휴학 신청을 했죠.


그리고는 혼자 살고 계시는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려고

부산을 갔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 코로나가 본격화되기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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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길어져서

여기까지를 1편으로 하고,

2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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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zymandias · 1415947 · 4시간 전 · MS 2025

    ...ㅠㅠㅜㅜㅜ

  • 자이오노스 · 904605 · 4시간 전 · MS 2019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는 너무 살기 싫었지만,
    지금은 죽기가 싫네요.
    이제 몸과 마음 건강만 회복된다면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 Ozymandias · 1415947 · 4시간 전 · MS 2025

    힘내세요!

  • 자이오노스 · 904605 · 4시간 전 · MS 2019

    감사합니다!

  • 주님아 · 1330712 · 4시간 전 · MS 2024

    성불하시나요 노스님

  • 자이오노스 · 904605 · 4시간 전 · MS 2019

    성불...이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곧 런칭하는 사이트에서 문학 컨텐츠 제작을 맡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국어를 파서 내년 수능 1등급 한 번 받아보라고 하시네요.

  • 다벗고롱패딩 · 1409945 · 4시간 전 · MS 2025

    공감 가는 부분도 있고 마음아픈 부분도 있고...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네요
    속편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자이오노스 · 904605 · 4시간 전 · MS 2019

    감사합니다!
    정말 두서 없이 쓴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우리의예 술 · 674902 · 4시간 전 · MS 2016

    수고 많으셨습니다....

  • 자이오노스 · 904605 · 4시간 전 · MS 2019

    아닙니다...
    매일 제 자신과 싸우기만 했지,
    수능 과목과 제대로 겨뤄본 적이 없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인데요...
    따뜻한 말씀 감사드려요.

  • 우리의예 술 · 674902 · 39분 전 · MS 2016

    자신과 싸우는 것도 앞으로의 인생에서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 자이오노스 · 904605 · 35분 전 · MS 2019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의예 술님도 올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
    남은 한 해와 다가오는 내년에 좋은 일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 개적폐교과의대 · 1331243 · 4시간 전 · MS 2024

    현역입니다. 오르비에서 수능일대기가 아닌 퓨어한 인생이야기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글을 읽으니 저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네요. 항상 건승하시길 빕니다.

  • 자이오노스 · 904605 · 4시간 전 · MS 2019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걱정...미래에 대한 건 누구나 걱정하지요.
    걱정에서 멈추지 않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목적 중 하나는,
    저처럼 고등학교 공부 때문에 발목 잡혀서
    마음 고생하실 수도 있는 분들이
    글을 읽고 정신 차리셨으면 하는 것도 있습니다.
    개적폐교과의대님도 항상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 개적폐교과의대 · 1331243 · 3시간 전 · MS 2024

    감사합니다 새겨듣겠습니다.

  • 수능연마의 서 · 1016129 · 3시간 전 · MS 2020

    쭉 읽어보니깐 제 인생과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네요.. 어릴적부터 몸이 안 좋고 애매한 교우관계에
    잘모르고 명문고 갔다가 온갖 고생하고 지금 다니는
    대학도 흥미를 못 느끼고 학벌에 대한 감정까지..
    심지어 부산출신에 교회다녔다는 것도 똑같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 자이오노스 · 904605 · 3시간 전 · MS 2019

    저와 비슷한 인생을 사셨다니...
    마음 고생이 얼마나 컸을지 가늠이 안 갑니다.
    저는 이제 학벌에 대한 미련은 버렸습니다.
    뭘 하고 살지 계속 고민은 하는데,
    어머니 조언대로 수능 국어 쪽에서 일해보려고 계획 중입니다.
    수능연마의 서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부디 하고자 하는 일들이 잘 풀리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