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와 선지는 평가원이 준 하나의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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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능이 얼마 안남았네요
재수생의 입장으로서 참 심란한 시기네용.. 공부도 잘 안되고, 괜히 문제나 만들게되고 ㅠㅠ
하여튼 제가 다니는 학원의 선생님도 그렇고 꽤 많은 분들께서 수능에서 문학이 과연 변별력이 있는가? 하는 의문을 많이 가지시더라구요.
네, 저는 문학이 적어도 고등학생들이 보는 수능 시험에서는 존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주관성의 영역이 강하면 안되겠지요
일단 수능 국어 영역에서 항상 예술이라고 극찬받는 비문학의 영역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비문학 지문은 완벽하게 ’닫힌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이러하다는 학문적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서술한 것이기에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이분법적 흑백 논리로 되어있는 지문과 선지는 질서정연할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러면 문학은요? 지문 자체는 열린 세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의 마음은 예측 불가능하고, 아득하며, 타인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재료로 쓴 문학은 그렇기에 더욱 더 주관의 요소에 많이 휘둘릴 수밖에 없죠.
심지어 출제진이 문학작품을 직접 써서 출제하지도 않고요.
그럼 우리가 극찬하는 ‘닫힌 체계’는 문학 파트에서 어디에 숨어있을까요?
바로 보기와 선지입니다.
보기는 아시다시피 문학 작품에서 해석을 돕는 도구정도로는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조금 과소평가 된 것며,
저는 심지어 그것을 ‘공리’로 일컫겠습니다. 이번 9모 문학 24번(경사, 달빛체질, 용연사기 세트) 를 보시면
24번 보기에 ’개념과 이미지 간의 대응관계가 보편적 인식과 다르게 개성적으로 나타난다‘고 되어잇습니다. 사실 이 보기가 정답을 고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정답이 아닌 선지들을 판단하는데는 절대적인 기준이 됩니다.
제가 실전에서 선지 판단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시는 보조 관념을 통해 원관념을 드러내는데, 이때 추상적인 개념도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상화될 수 있다. 시에서 형상화는 개념과 이미지 간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러한 유사성은 밝은 속성을 가진 대상은 긍정적으로, 어두운 속성을 가진 대상은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편적 인식에 바탕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개념과 이미지 간의 유사성이 화자 개인의 경험이나 인식에 기반해 개성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① (가)에서는 ‘젊음’에 대한 화자의 인식과 ‘젖은구두’를, 무거움 이라는 유사성을 바탕으로 연관 지어, 과거를 힘겨웠다고 여기는 화자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군. (보기에 비추어 개연적으로 오답일 가능성 낮음)
② (가)에서는 ‘시야가 열리는’ ‘바다’에 대한 인식과 ‘잔잔한’ 모습을, 고요하고 평화롭다는 유사성을 바탕으로 연관 지어, 화자의 평온한 내면 상태를 드러내고 있군.
③ (나)에서 ‘태양 체질’을 ‘뜨겁’다는 것과, ‘달빛 체질’을 ‘뒤안’처럼 ‘아늑하’고 ‘조용한’ 것과 연관 지어 표현한 것은, 추상적 개념을 감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겠군. (그냥 오답일 껀덕지가 없음..)
④ (가)에서 ‘해가 저물’ 때의 심리를 ‘설레는 구름’과, (나)에서 밤에 느끼는 심리를 ‘크나큰 기쁨과 만나는’ 상황과 연관 지어 표현한 것은, 모두 화자의 개성적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겠군. (보기에 비추어 오답일 가능성 낮음)
⑤ (가)에서 ‘길’에 놓인 ‘자갈’을 ‘빛나는’ 것으로, (나)에서 ‘달빛’을 ‘밝은’ 것으로 표현한 것은, 각각 눈이 부신 속성을 가졌다는 유사성을 바탕으로 연관 지어, 희망을 추구하는 화자의 내적 지향을 드러낸 것이겠군.
-> 이건 보기에 없는 이단아 아닌가요? 매우 주관성이 강한 뉘앙스의 표현입니다. 근데 이를 자세히 보면, 2번 선지에
'고요하고 평화롭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평온한 내면 상태가 맞다면, '결핍이 전제된' 희망 추구가 아닐 것이고,
희망 추구가 맞다면, 우리는 그걸 평온한 내면 상태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앞서 분석한 선지를 보시면 평가원이라는 세계는 희망을 추구하는 화자의 내적 지향이란 부분을 다른 밑줄 친 부분을 동원해
이게 답이 아니라고 외치는게 느껴지시나요? 여기서 출제자의 의도를 엿볼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 두 시의 키워드는 '충족감'으로 연결되어 있다는거죠.
다르게 풀이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이런 식으로 비문학 독해하듯이 문제 풀어요. 지문에서 근거할때는 소설에서 사실관계 일치 불일치 문제 풀때 그러고, 대부분은 보기랑 선지 위주로 독해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수능에서 왜 문학이 존재해야 하는가? 우리는 인간이고, 따뜻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특히나 한창
자라는 꿈나무들이 차가운 세계에만 매몰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평가원도 그걸 의식적으로 느끼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가 연계교재를 공부하는거, 문학작품의 개념어를 공부하는거, 수능공부 하면서 마음속 한켠에 맘에드는 시 하나
간직하게 되는 거 다 인간으로서 가치있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수능은 공정성과 변별력을 우선시해야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보기와 선지라는 출제자만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거고욧.
이만 저는 쉬러 가겠습니다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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