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뻔한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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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디시 수갤·빡갤에서 활동하는 전직 수능 국어 강사 겸 현직 무직 백수입니다. 사실 수능 당일까지 글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최근 저에게 수능 직전 국어 공부 방향에 관해서 쪽지로 여쭤보신 수험생이 5명이나 계셨습니다. 이 분들 질문을 수능날까지 무작정 무시하는 것도 실례가 되는 것 같아 이 글로 답변을 갈음하려고 합니다.
일단 수능 17일 남은 지금 저 같은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쪽지로 국어 공부 방향을 질문하면 안 됩니다. 애초에 저는 중등교육 국어과 교원 자격도 없고 심지어 지금은 수능 국어를 가르치지도 않는 무직의 시정잡배이니, 아무리 다급해도 저 같은 썩은 지푸라기를 잡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올해 9월까지 직접 가르친 애들도 이미 제 손을 떠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제는 수험생 본인이 스스로 가닥을 잡고 남은 기간 미리 짜놓은 공부 계획을 충실히 실행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17일 후 수능 국어 실전 80분 동안 여러분이 의지해야 하는 건 여태 길러놓은 '자기 자신의 언어적 사고력' 하나뿐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 자기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해 수능 대박이니 역전을 노리는 행태보다는, 여태 해왔던 공부를 스스로 정리하며 마무리하는 자세를 권장합니다.
이번 수능 국어에 뭐가 나올 것 같은지, 불일지 물일지 예상에 대해서도 더 이상 제게 여쭤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죠. 제가 이번 수능 국어에 독서 소재나 문학 작품 뭐가 나올 지 미리 예지할 수 있으면, 무명의 전직 국어 강사로 남아 있을까요? 수능 연계 교재에 나와있는 모든 독서 소재와 문학 작품(6·9평에 이미 출제된 것들을 제외하고)은 수능에서 연계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험생이 수능 연계 교재에 있는 모든 독서 지문과 문학 작품을 최소 한 번은 탐독하고 시험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너무 늦은 이야기겠지요. 그리고 수능의 언어 영역(국어·영어·제2외국어)은 출제 범위가 '범교과'이기 때문에 교과서나 수능 연계 교재에서 접한 적이 없는 그 무엇이 수능 국어 영역에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실전에서 생소한 지문과 맞닥뜨렸다면, 빨리 평정심을 되찾고 '내게 어려우면 남들에게도 어렵다.'는 마인드로 접근하시길 바랍니다.
XX일의 기적? 막판 대역전? 치타는 웃고 있다? 개추하면 수능 만점?
글쎄...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모두 아무리 못해도 여태 최소 15년 동안 삶을 살아오셨을 텐데, 인생이 그렇게 내 생각처럼 만만하게 원하는대로 돌아가던가요? 적어도 제 인생은 아니었는데...
수능판에 15년(수험생으로 3년+국어 강사로서 10년 이상) 넘게 발 담그고 있으면서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국어의 경우 6·9평 성적보다 수능 성적이 더 잘 나온 학생은 열에 한 명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대략 60~70% 정도의 학생이 6·9평 성적과 유사한 수능 성적을 받고, 20~30% 정도의 학생은 울상을 지으며 6·9평 성적보다도 떨어진 수능 성적표를 가져옵니다. 매년 종강할 때마다 "아무리 결과가 잘 안 나와도, 이것도 인연인데 인간적으로 수능 끝나고 얼굴은 보고 살자."고 늘 당부함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의 학생은 수능 이후 연락이 두절되는 게 연례행사입니다.
'연례행사'란 단어를 떠올리니 또 한 가지가 생각나네요. 디시 수갤·빡갤과 오르비에는 놀랍도록 닮은 연례행사가 존재합니다. 그것은 11월 중순 수능이 끝나면 그 동안 왕성하게 활동했던 네임드 고닉들은 잠수하거나 탈퇴하는 반면 ㅇㅇ(유동 아이피)과 저렙 노프사 듣보닉들이 고득점한 수능 가채점표나 성적표, 메디컬·명문대 합격 인증을 연달아 올리며 대거 유입되는 현상입니다. 수능을 17일 앞둔 지금 이 늦은 시간에 수험생이 새르비하며 이 글을 읽는 것도 저는 굉장히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능날까지 2주 남짓밖에 안 남았는데 컨디션 관리하셔야죠.
기껏해야 국어 기출 문제 모아오는 틀딱 주제에 잔소리가 너무 길었네요. 아시다시피 저는 디시 출신의 근본 없는 놈이고, 성격도 꼬여 있는 데다가, 온라인이라도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다는 신조로 오르비에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 불특정 다수에게 무턱대고 긍정적으로 수능날 다 잘 될 거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그저 여태까지 쌓아온 실력과 날카롭게 갈고 닦은 판단력을 믿으라는 말씀만 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현장에서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그렇다고 들뜬 마음으로 방심하지도 마시고,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시험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수능날 저녁에 웃는 얼굴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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