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보기와 지문의 읽는 순서에 관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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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항상 점화되는 떡밥이 지문 먼저 읽느냐, 보기 먼저 읽느냐인데 제 인사이트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참고하실 부분이 있을 듯 하여 간략하게 적어봅니다. 원래 수능 잘 보고 정제된 칼럼으로 올리고 싶었는데 공부도 안 되고 해서 쓰는 글이라 간추려 쓴 점은 양해 부탁드리고요, 제 성적은 2025수능 언매 백분위 99입니다.
개인적으로 보기의 종류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진다고 보는데
1)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보기
2)굉장히 도움이 되는 보기
3)당연한 말이라 도움이 안 되는 보기
4)난해해서 오히려 방해가 되는 보기
이렇게 나눌 수 있고 작품의 갈래 특성상 저 네 가지 종류가 균등하게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작품을 풀 때 보기의 효용성은
현대시>>현대소설>>>고전시가>>>>>고전소설 순서라고 봅니다. 즉 현대시에서는 보기가 매우 중요하고, 고전소설에서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인데 왜 이런지는 보기의 4가지 종류를 설명하며 말씀드릴게요.
1)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보기
보기를 읽으면 내용 파악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보기입니다. 보통 표상이나 비유의 속뜻이나, 작가의 삶이나 사상, 흔히 아는 역사적 배경(ex.현대시의 일제강점기) 등등을 다루며 문학에서 제일 많이 등장하는 보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특정 소재가 뭘 은유하는지 잘 감이 잡히지 않을 때, 시의 전체적인 주제나 맥락(context)가 잡히지 않을 때 이 보기를 참고하면 시의 내용을 해석하는데 상당히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대시의 경우에는 등장할 수 있는 주제가 너무나도 다양하고 똑같은 주제여도 작가에 따라 세세하게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데 현대시에서 거의 늘 나오는 주제인 "슬픔"을 주제로 삼아도 자식이 죽었을 때의 슬픔, 아내와 사별한 슬픔, 내가 이루지 못한 자아에 대한 슬픔, 조국의 독립에 대한 슬픔 등등 다양한 슬픔부터 극단적으로는 "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작품처럼 슬픔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작품까지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작품의 가닥을 어느 정도 잡은 다음에 보기를 참고한다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런 경우 보기에 딸린 문제는 보기를 읽어야만 풀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굉장히 도움이 되는 보기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적었지만 사실 이건 좋은 보기가 아닌데, 왜냐하면 보기에서 작품설명을 떠먹여준다는 건 작품이 ㅈㄴ 난해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작품만 보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내용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은데 높은 확률로 역사적 배경이나 작가의 스토리를 알려줍니다. 예시로 18년도 수능의 [비가]를 들 수 있는데 이건 병자호란에 끌려간 세자와 백성들을 안타까워한다는 보기가 없으면 작가의 생각 파악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문 주석에 청나라 내용이 달려 있어 그나마 어느 정도 파악이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보기를 읽어야 병자호란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대해 완전한 이해가 가능합니다. 또 단종의 폐위나 임진왜란 때 패배한 장수들의 원한을 다룬 작품들도 기출애 등장했는데 이 역시 역사에 관한 배경지식이 어지간히 좋지 않고서는 추론해 냐기는 어렵습니다. 전쟁이 한두번이 아닌데 어떻게 알겠어요? 심지어 저 위 [비가]라는 작품은 전쟁에 관련된 내용 자체를 작품에 안 써놔서 주석과 보기를 참고해야 독해가 됩니다.
고전시가에서도 가끔 등장하는데 보통 고전시가는 귀양간 놈이 주제를 정하지만 이놈이 귀양을 억울하게 갔는지, 진짜 잘못이 있는지, 그리고 진짜 안빈낙도하는지, 아니면 벼슬 복구하고 싶어 미치겠는데 쿨찐짓 하는건지 구분이 안될 때가 있어서 보기에서 얘는 이러이러한 놈이고 이러이러해서 귀양왔다, 라고 알려줄 때가 있는데 참고해서 풀면 됩니다.
3)당연한 말이라서 도움이 안되는 보기
고전소설에서 맨날 나오는데요, 고전소설은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내용 뻔하잖아요? 저는 고전소설 푸는데 보통 5분 걸립니다. 맨날 영웅, S급아이템, 조력자, 하렘 얘기만 하는데 뭐 더 볼게 있겠어요. 보기 출제하는 분 입장도 똑같습니다. 할 얘기가 없어요. 가부장적 질서, 고난을 겪고 도약, 이런 얘기가 주류인데 이건 보기 안 읽어도 되잖아요? 극단적으로는 보기에 딸린 문제조차 보기를 안 보고 풀어도 맞힐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짓은 안합니다.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는 없으니까...) 애초에 고전소설은 과거-현재 시간대 파악, 인물 파악, 환상-현실 파악이 변별요소이지 정형화된 유형에서 뭔가 더 꼴 수 있는 건덕지가 보이지 않네요. 그래서 글 맨 첫부분에 고전소설이 보기 제일 쓸데없다고 적어놓은 겁니다.
4)난해해서 도움이 안되는 보기
할매턴우즈가 대표적입니다. 애초에 할매턴우즈(골목집)은 그렇게 어려운 작품이 아니에요. 인물 심리 파악이랑 호칭 문제만 살짝 걸리는 정도지 숙련된 학생이면 무리 없이 파악 가능합니다. 제가 현역때 본 시험지인데 그때도 내용 파악에 전혀 문제 없었어요. (물론 바로 다음에 담 넘어온 나뭇가지한테 개쳐맞고 운영 말아먹긴 했지만) 근데 할매턴에서 보기는 뭔가 작품 파악에 도움을 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배경지식을 던져주고 거기에 맞춰서 작품을 해석하라는 과제를 줬기에 보기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킬러 요소로 작동했던 것 같네요. 이런건 무조건 지문 분석 끝나고 보기 풀어야죠, 애초에 작품에 대한 실마리 자체를 안 주는데 보기 먼저 읽어서 뭐하겠어요. 다행히 할매턴 말고 이런 수준의 악랄한 보기는 잘 안 보이는 듯 합니다 요즘.
그래서 보기, 지문 뭐 먼저 읽으라고??
정답은 "그때그때 다르다"입니다.
위에서 보기 4가지 유형을 기껏 설명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보기와 지문 중 뭘 먼저 읽을지를 능동적으로 파악하시라고 설명을 드린 거에요. 예컨데 할매턴 같은 유형이 나왔다, 그러면 닥치고 지문부터 분석을 해야죠. 보기 문제를 버리든가. 근데 고전소설에서 뻔한 소리 한다? 그럼 보기 슬렁슬렁 읽으셔도 됩니다.
물론 슥 보고 지문과 보기가 어떤 관계인지 파악하는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최소 높2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글을 쓴 건 국어는 유동적으로 태도를 전환하는게 중요한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괜히 지문에 집착하느라 보기에서 던져주는 힌트를 못 보고 씨름하는 것도, 도움도 안 되는 보기 읽고 지문 읽어서 보기에서 던져준 미끼만 집착하고 정작 작품 전체의 context는 잡지 못하는 것도 좋은 현상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도 되도록이면 지문 먼저 읽기는 합니다. 어차피 어려운 작품은 지문-보기를 여러 번 왔다갔다 해야 하고, 또 보기를 먼저 읽으면 보기에서 강조한 것에만 집중하다 거시적 관점으로 작품을 잡는 시야를 놓칠 수 있으니까요. 모 국어 강사가 보기를 먼저 읽지 말라고 하셔서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건 알고 있습니다. 그 발언의 앞뒤 맥락을 모르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수능 국어에 "절대"는 없다는 점입니다. 다른 과목에 비해서 특히요.
수학이나 영어, 탐구는 킬러문제가 독립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킬러는 나중에 풀고 쉬운 것부터 풀면 간단한 운영이 되지만 국어는 킬러부터 기본 어휘 문제까지 하나의 지문 아래에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과목들에 비해 이질적입니다. 문학, 언매, 독서, 화작 이 4가지 소과목도 수1수2선택, 탐구 개념형/킬러에 비해서 서로 잘 호환되지 않고요. 그래서 무엇보다 운영이 중요한 과목이 국어인데 정형적인 순서나 왕도에 집착하셔서 시험지를 통째로 말아먹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현역때 제가 운영 연습 안하다가 좆됐거든요.
아무튼 제 보기-지문에 대한 인사이트가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고 수능날 첫 교시인 국어도 막힘없이 풀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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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시 김재훈 수업 들으셨나요
국어는 인/현강 막론하고 강의 들은 적 없어요
너무 똑같은말을하셔서요
좋은칼럼 감사합니다
수능국어에 절대란 없다라... 정말 공감되는말이네요 하긴 자기말이 절대적이라고 하는건 전근대적인 사고죠 좋은글 읽고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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