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옹 [1408728] · MS 2025 (수정됨) · 쪽지

2025-10-03 22:08:37
조회수 205

기만 썰 추가 (산화 당하기 전에 삭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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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삼수 끝나고 알바 미친 듯이 했음

사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해서도 있었지만, 잡념을 떨치기 위함이었음

하지만 그 나이 먹고 군필도, 대학생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깃집 서빙 알바 정도였음


당시 서울에 살고 있을 때로 여친 대학 근처였음

그래서 여친은 내가 난처할까봐 그 곳은 평소에 오지도 않았음

근데 그 고깃집은 주류를 주로 취급해서 밤에 알바를 하다 보니, 대학을 다니는 여친이랑 만나기 너무 어려웠음

여친은 밤에 시간이 되고 나는 밤에 일을 해야 하니까..


일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왔고 그날은 어떻게든 일을 빼보려고 했는데, 사장님의 부탁+당일 페이 더블 로 포기할 수 없어서 결국 여친한테 양해를 구하고, 크리스마스 이브랑 크리스마스는 일을 하고 다음 날 하루 종일 같이 있기로 했음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창 일하는데 단체 손님이 들어왔음

20대 내 또래 무리, 그리고 그 맨 뒤에는 내 여친이 있었음

말도 못 걸고, 자존심은 엄청 상하는데 난처한 그 애의 얼굴을 보니 화도 낼 수 없었음

카톡으로 물어보려고 폰 키니까 카톡이 엄청 와 있었음


여친이 다른 곳은 자리가 없어서 동기들이랑 온 거였음

이때 전썰 사건이 있은지 얼마 안 지난 시점이라 아직 내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

사진으로만 보던 그 멋진 사람들 틈에 빛나는 여친을 보니 내가 더 초라해졌음


그 테이블을 오가며 술을 서빙하고, 불을 넣고, 고기를 내가 굽게 되었음

그런데 연애 얘기 중이었던 거임

여친한테 한 여자애가 '언니는 왜 남친도 있는데 여기 있어~' 이러는 거임


내가 당황함.. 진짜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었겠구나 싶어서 너무 미안했음

그런데 내 여친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 있어 내 남친' 하더니

나한테 "일 3시간 뒤면 끝나지? 끝나면 같이 가자!" 라고 나한테 말함

약간 오묘했음

자존심 상하는데, 생각해보면 모르는 척 하는 게 더 마음 아팠을 거 같고, 무엇보다 지금 제일 난처한 건 내 여친이니까..


그러더니 내 남친 소개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소개하게 되네~ 하면서 우리 남친 진짜 잘생겼지! 그래서 사장님이 오늘도 일해달라고 일해달라고 사정하셔서 내가 어쩔 수 없이 양보했어..

하고는 나랑 2년 전에 맞춘, 심지어 엄청 저렴한 커플링을 내 손 잡고 애들한테 같이 보여주면서

이렇게 일해서 이것도 맞춰줬어! 하는 거임

그런데 옆에서 사장님이 오시더니 음료수 서비스 주면서 우리 가게 에이스라고 치켜세워주심

그리고는 1시간 일찍 보내주시더라, 여친한테 잘하라면서..


너무 따뜻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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