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속없이 듣고 싶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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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반수를 시작하고서 제일 먼저 들은 건 수학 실전개념강의였다.
알콜로 쪼그라든 뇌는 잊었던 개념들로 상기되어 풍선처럼 부풀었고 작년에 들었던 시간의 반의 반정도만에 미적분 개념강의를 완강해버렸다. 2등급으로 마무리한, '적당히' 아쉬운 능지가 도움이 됐으리라
국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떤 강의를 선택해 들어도 배속해서 듣는다고 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
독학으로 기출 45*5개의 모든 선지에 대한 분석과 답 논리를 찾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리라. 이 공부법 또한 '적당히' 아쉽게 2등급으로 마무리했다.
*아, 두 출발 강의나 쓰라니까 무슨 일기장을 쓰고 있냐고 댓글을 달려고 했거든 한국말은 대개 말미에서 완결되니 잠시만 유보하시길
빠름의 논리로 점철된 이 나라는 입시에서도 빨리빨리를 강요받는다.
최대한 짧은 시간내에 최대한의 성과를 보이고 뜨는 것이 중요하다. 배속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처럼 보이고,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도 2.0배속을 풀지 않고 스크린을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스와이프하며 같은 구간을 무한반복한다.
(알아듣지도 못하겠는 역학 강의를 2배속해서 들으려던 고2때의 나를 비웃어 본다)
(이하부터는 국어 한정해서 이야기해보자면)
그런데 어느정도 개념과 기출을 끝낸후라면 2배속, 심지어 3배속을 해도 강의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가 머리에 들어온다.
그것이 전하고자 하는 바의 깊이이기 때문이다.
범주구분, 스키마, 유기적 연결, 선지 배제 등등등
강사분들이 전해주는 스킬이나 독해법들은 사실 기출을 제대로 분석해보았다면 자연스레 체득되는 것들이다.
이 일련의 사고과정을 혼자 해내기에는 어렵기에 알기 쉽게 그들만의 언어로 풀어주신 것들이 시중에 판매되는 유명 강의들일 것이다.
(노파심에 미리 적어두자면 이런 강의들을 비하하고자 쓰는 글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강의들은 기출의 글과 작품들을 스스로 생각하고 연결하며 '사고하는' 과정을 끝낸 이의 입장에서 보면 크게 +@가 되는 것들은 아니다. 체득한 습관에 '행동강령'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정도
수능 국어강의에는 정도가 없다는 말이 이래서인 것 같다. 생각하지 않고 강의를 들으면 강사분들의 스킬이름, 사고과정을 보고 배낄 뿐이다.(그래서 강사분들이 항상 자습을 중요시하시는 것이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완강여부가 더 '알아듣기 쉽게' 자신의 상태를 보여주는듯한 착각에 빠진다)
심찬우 선생님의 강의를 정식적으로 신청해서 들은적은 없었다. 여느 수험생처럼 그를 유튜브에서 본 것이 처음이었다. 제목은 기억 나지 않지만 농사를 하다가 허리를 펼때의 풍경을 그려놓은 시를 PPT를 통해 직접 허리를 굽혔다 펴며 강의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심상 그려'
어느때부터인가
유튜브 댓글에 심찬우 선생님의 내면심리를 서술하려는 학생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살을 빼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이상과 현실의 괴리' 선생님의 내면심리: 그리움과 괴로움
선생님을 놀리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해보이는 댓글이었지만 그 안엔 분명 '감상' 이 있었다. 눈앞의 상황을 문학도의 언어로 옮길줄 아는 능력. 이를 누군가를 놀리듯이 쓸 수 있다는 건 분명 체득되었다는 증거였다. 근들갑 떠는 걸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 눈엔 굉장히 놀라운 광경이었다. (농담은 언어의 최상위단계중하나이니 )
이번에 오르비에서 올라온 이벤트를 통해 처음 강의를 들었지만 강의 방식이 마냥 낯설지만은 않았다. 유튜브에서 간혹 올려주시는 강의 영상에서 강조하던 '감상' '심상' 따위를 유념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충격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신선하지 않다고 충격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감상을 해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
여느 강사들, 여느 강의들과는 달랐다.
'관계파악' '장소파악' 따위의 정보적 독해를 주창하는 강의들은 너무나도 많이 봤지만 작품에서의 순수한 감상으로 문제를 뚫어내는 강의는 처음 봤다.
난 여전히 수능국어는 문학에서든 비문학에서든 정보를 캐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보위주로 글을 읽으면 이런것까지는 감상 못해' 라는 그의 강의는 이런 나마저도 납득이 가게 했다.
'감상을 해야지만 도출해낼 수 있는 정보' 들이 있다.
원석이를 회유하려는 노비카르텔의 뉘앙스,
그 광경을 '관조' 하는 시선으로 독자를 유도하는 작가의 장치,
꼬깔참봉이 꼬깔참봉인 이유 등등등
아마도 심찬우 선생님이 '정보위주보다도 감상위주로 작품을 읽어라' 라고 하시는 것은 수능국어의 특성상 정보를 알아야 하지만 '정보' 에 치중하느라 '감상을 통해 얻는 정보' 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민함을 학생들이 놓칠까봐 걱정되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보기> 먼저 읽지 말라고 하시는 것도 같은 맥락같다)
이런 '감상' 위주의 강의는 배속해서 들을 수 없다
그것이 전하고자 하는 바의 깊이이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내 강의는 깔 수 없어. 교과서 베이스이기 때문이야' 라고 하시던 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교과서는 교수님들이 쓰신다. 한 분야의 정점이 쓴다.
정점에 오르고자 함은 그보다도 배의 깊이가 필요하다. 정점의 깊이를 가르치고자 하는 심찬우 선생님의 몸부림(실제로 막 움직이면서 강의하심)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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