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언매 TMI: '들리다'의 형태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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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다'는 피/사동사라서 형태소의 개수는 3개이지만 그것의 정확한 종류를 언급하기는 꽤 까다롭습니다
'올리다' 같은 경우는 '오르-+-이-'로 보고 르 불규칙으로 ㄹㄹ이 됐구나라고 볼 수 있지만 '들리다'는 현대국어의 불규칙활용만으로는 완벽히 설명하기 어렵거든요
'듣-+-이-'로 본다면 이건 ㄷ 불규칙 활용에 의해 '들이'가 돼야 합니다. '듣-+-어>들어'처럼요. 근데 '들이다[드리다]'가 아니라 '들리다'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들이다>들리다'라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하는데 현대국어에 이런 변화는 없거든요
그래서 일부 교재는 '듣-+-리-'로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ㄷ>ㄹ의 변화를 상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듣리>든리>들리'로 보고 '신라>실라'처럼 역행적 유음화를 적용하면 되잖아 할지도 모르지만 '신라'는 애초 표기부터가 ㄴㄹ 연쇄였지만, 듣리는 ㄷㄹ 연쇄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전에 등재된 ㄷㄹ 연쇄 단어로는 '곶리도, 갈래꽃류, 통꽃류, 엇롱'이 있는데 이들 모두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서전에서 제시하는 표준발음은 ㄴㄴ입니다. [골리도], [X꼴류], [얼롱]이라는 역행적 유음화가 아니라 [곤니도], [X꼰뉴], [언농]이라는 ㄹ의 비음화가 적용된 발음이 표준이라는 거죠
우리가 문법 공부를 하면서 가장 접하기 쉬운 예로는 한 단어는 아니지만 한 호흡으로 발음하면서 음운변동이 나타나는 구 구성 '몇 리'가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직접 언급되지는 않고 국립국어원도 구 구성이라 표준발음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이지만 많은 참고서에서 이를 [면니]로 설명합니다.
이는 실제 언중 발음을 따른 것으로 많은 언어학자들도 이렇게 봅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발음법 ㄹ 비음화 규정에서는 ㄷ 뒤 ㄹ 비음화가 언급되지 않는데 이는 한자 중 말음이 ㄷ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엇롱의 엇은 旕이지만 국자라서 일반적인 경우가 아님).
우선 첫 번째 문제와 관련하여 이 조항에서는 ‘ㅁ, ㅇ’과 ‘ㄱ, ㅂ’의 네 자음 뒤에서 이 현상이 일어난다고 규정하였다. 이처럼 4종류의 자음 뒤로 국한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ㄹ’에 앞서는 자음은 음절 종성에 놓이는데 음절 종성에서는 7종류의 자음(ㄱ, ㄴ, ㄷ, ㄹ, ㅁ, ㅂ, ㅇ)만이 발음될 수 있다. 이 중 ‘ㄹ’ 뒤에서는 ‘ㄹ’이 ‘ㄴ’으로 바뀌지 않는다. 또한 ‘ㄴ’ 뒤에서는 이 조항에서 규정하는 현상 이외에 유음화 현상이 적용되기도 한다.(표준 발음법 제20항 참조) 한편 이 현상은 주로 한자어에서 일어나는데 한자 중에는 그 음이 ‘ㄷ’으로 끝나는 것이 없다. 이러한 사정들로 음절 종성에서 발음되는 7종류의 자음 중 ‘ㄴ, ㄷ, ㄹ’이 빠져 이 조항에서 언급한 ‘ㄱ, ㅁ, ㅂ, ㅇ’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표준발음법 제20항 해설
우리는 ㄱ, ㅂ 뒤 ㄹ의 비음화를 배우지만 흔히 ㄱ, ㅂ과 세트로 이루어지는 게 ㄷ입니다. 얘네들은 평파열음(평음+파열음)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거든요
그래서 경음화도 ㄱ, ㄷ, ㅂ 뒤 평음으로 설명하고 일반적인 비음화도 ㄱ, ㄷ, ㅂ 뒤 비음으로 설명하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몇 리' 같은 경우를 ㄱ, ㅂ 뒤 ㄹ 비음화에 준하여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듣-+-리-'로 본다고 하여 '들리-'가 되는 것을 완벽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규범주의적 관점에선 [든니다]가 기대되거든요. 고로
'들리다'의 형태소를 공시적으로 완벽히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통시적 즉 국어사적 지식을 동원하여야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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