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콩이233 [1044474]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5-09-23 17: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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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수능 냄새가 나고 나는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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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만31 저자 김세현입니다. 

오늘 아침 1교시를 가려 나와보니 쌀쌀하면서 약간은 상쾌한 공기가 저를 반기더군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뜻이겠죠. 


수능을 안 본 지는 1년이 넘었지만 이 즈음만 되면 그 때 입시를 치열하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기억상, 지금이 가장 힘들고 지쳤을 때라는 것이 기억납니다. 

지쳐서 미치도록 달리기도 힘들고, 지금 뭘 해야하나 싶고, 흔들리고, 불안하고. 

그냥 빨리 끝났으면 싶다가도 막상 수능이 두려워지고. 

그런 감정에 저는 재수 때 기출을 마구마구 풀었던 기억이 있네요...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데, T 버전과 F 버전으로 나누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T 버전>


힘들어서 정신이 안 차려진다면, 실전 연습을 한 번 보고 와라. 집모나 독서실에서 혼자 치는 것보단 가능하다면 학교에서 실전으로 치르거나, 학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같이 치르기를 바란다. 한 번 수능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오면 "아 나 진짜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겠는데" 생각이 든다. 세 번째 수능에서 그런 경험을 하고 막판 스퍼트를 다시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감정은 사라지지만 결과는 남는다". 


수능에서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최악의 점수가 나온다. 

기숙학원에서의 공부는 고되었다. 10개월 동안 감옥에 갇혀 공부를 했지만 결과가 현역 때랑 비슷했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좌절했고 믿기지도 않았다. 그 노력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었다는 생각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아무리 울고 불고 해도 현실은 차가웠고, 나는 이제 어떤 수식어로 나를 지칭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이 왔으며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었다. 


우리는 그 좌절을, 최악을 피하기 위해 담담히 공부를 해야 한다. 다만, 지친다면 일주일에 한 번은 6시까지만 하고 집에 와서 쉬도록 하자. (수능 2주 전까지 그렇게 했다)

추석 연휴때도 하루 정도는 쉬어도 좋다. 그렇게 페이스 조절을 해 가며 파이널 시기를 보내자. 


파이널 시기는 가장 중요하다. 긴장된 하루 하루를 보내고, 귀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제발)

쳐질 시간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미안하지만

필자가 재수 때, 파이널 시기에 너무 지친 나머지 하루 하루를 "그냥" 시간 보내는 공부를 하곤 했어서 그런 것이다.

그 점이 재수 실패의 한 요인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너무 힘들면,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쉬도록 하자. 하지만, 긴장도를 잃어서는 "절대" 안 된다. 

긴장이 안 되면 시험을 신청해서 학교에서 보고 와라.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수능 선배의 조언을 제발 들어주길...


<F버전>


힘들고 지치고, 거울 속의 나는 너무 초췌하고, 남들이 뭐 푸는지 흘끔흘끔 보게 되고. 안 그러고 싶어도 자꾸만 비교하고 있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얼른 이 생활이 끝났으면 좋겠고. 


다 이해하고 너만 그런 거 아닌데, 내가 3번 수능 보면서 느낀 건, 내가 라이벌로 삼아야 하는 사람은 "어제의 나" 라는 거야. 다른 사람? 필요 없어.  걔가 어떤 엔제를 풀건 어떤 실모를 풀건, 나는 "어제의 나"보다만 나으면 돼. 


난 삼반수때 그렇게 공부를 했고, 메타인지를 차근차근 높여가면서 어제의 나보다만 잘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어. 

공부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거야. 

지금 놓치면, 생각보다 삶을 많이 돌아와야 할 수도 있어. 

내가 많이 돌아왔으니, 너는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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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오면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사람들과 협력하고 부딪히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고, 남들이 부러워해서 선택하는 삶이 아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해서 선택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삶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살아가는 삶이라 믿습니다.


수험생들은 정말 쉽게 흔들리고 연약합니다. 그 맘을 잘 알아서 그들을 이용하려는 사람을 보면 화가 많이 납니다. 

흔들리지 마시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빈틈을 메꾸세요. D-51,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리고 파이널 시기는 "정말로" 달려야 합니다. 


쓰다보니 옛 생각이 나 살짝 눈물이 고이네요. 

인생의 첫 고비를 겪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진심어린 응원의 말을 전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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