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서독 옹이 말아주는 오르비 인증 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4710334
오르비의 역사는 '인증'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화 인증 제도를 거쳐야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었고, 최상위권의 식별인 에피옵티무스 가입은 성적표 인증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어찌 보면 오르비야 말로 숱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가운데 인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르비에서의 본인의 얼굴이나 몸 사진 인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아직까지 그 기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발원지라고 알려진 '생활상담실' 게시판에서 여러 고고학자들이(나 혼자) 수십 분 간 연구한 결과, 대략 2005년 후반부터 2006년 초반 사이에 이미 '인증'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게시물의 형식과 내용 또한 현재의 인증글과 매우 흡사하고요. 따라서 인증은 못해도 2005년에 시작되었고, 2006년부터는 오르비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견해일 것입니다.
인증 초창기에는 명칭이 지금과는 다른 '인증샷'이었습니다. '인증'과 '샷'의 합성어로 유저들 사이에서 널리 쓰였습니다.
지금은 오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의사 지망 수험생들에게 훌륭한 멘토 역할을 해주고 계시는 nicewing님의 학창 시절 모습. 10년 전에는 저희들도 아재가 아니었습니다.
인증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8년 전에도 존재했습니다. 저 때에는 일베가 없던 시절이라 조리돌림 공포의 대상은 주로 디씨였습니다. 그래도 꿋꿋한(?) 오르비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더욱 활발히 인증 퍼레이드를 펼쳐 나갑니다.
2007년과 2008년 사이, 드디어 인증샷이라는 명칭이 사라지고 '인증'이라는 표현이 보편화되기 시작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오르비가 남초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오르비 인증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여성 유저. 그렇기 때문에 그 해의 인증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는 그 해에 주목할 만한 여르비가 있었는가, 없었는가, 있었다면 다수였는가, 소수였는가 등으로 판가름 나곤 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여르비들이 주도적으로 인증에 나서기 시작하는 순간, 그 해의 인증 농사는 대풍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2008 ~ 2010년은 어느 때보다 인증이 격렬했던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 인증을 보기 위해 유저들이 어느 날 새벽, 6페이지 넘게 달렸던 적도 있을 정도로, 인증의, 인증에 의한, 인증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오르비언들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적지 않은 문제들이 불거졌습니다. 오르비 인증의 발원지이자 근거지는 생활구의 생활상담실. 이 곳의 취지는 게시판의 이름대로 생활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상담'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야 태그제로 시스템이 바뀌어 옛날의 규정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과거 생활상담실은 까다로운 제약으로 유명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상담이 아닌 일반적인 내용의 글은 쓸 수 없었고(자게화 방지 차원), 입시나 학습에 관한 상담도 쓸 수 없었으며, 본문의 내용도 다섯 줄 이상이어야 했습니다.
그런 생활상담실에서 새벽마다 인증을 달렸으니, 참다 못한 운영진은 칼을 빼들었습니다. 인증 게시물에 블라인드 처리를 하고 유저들에겐 독포를 부여했던 것이죠.
그러나 일제의 탄압이 우리 조상들의 독립 의지를 꺾을 수 없었듯이, 운영진의 탄압(이라 쓰고 매우 합리적이고 지극히 당연한 처벌이라고 읽는다)에도 오르비언들의 인증에 대한 갈망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오르비 운영진은 문화 통치를 천명하고 유화 정책을 내놓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인증 게시판의 탄생이었습니다.
꾸준한 처벌에도 인증이 끊이지 않자, 아예 멍석을 깔아준 것입니다. 인증을 위한 독립된 게시판을 만들어 생활상담실에서의 인증을 차단하고자 한 것이죠.
생활상담실은 사진관, 수능자유게시판 등과 더불어 오르비에서 가장 이용 인구가 많은 게시판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진은 생활상담실을 본연의 모습으로 지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고, 그 일환이 인증 게시판과 생담반상회의 탄생이었습니다. 인증 게시판에서 인증을 하고, 생담반상회에서 친목을 하라는 의도였죠.
생담반상회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생활상담실과 프로솔로동 등지에서 상주하고 있던 숱한 오르비 폐인들이 대거 그리로 몰려간 것이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증 게시판은 얼마 안 가 정적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새벽에 생활상담실의 불이 켜지게 되죠. 그리고 약 2년 후, 오르비는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게시판 체제에서 현재의 태그 체제로 변모하게 됩니다.
체제가 바뀐 이후에는 한동안 인증이 뜸하다,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다시 인증 러쉬가 부활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인증은 수능 이후부터 개강 직전까지인 당해년 12월부터 익년 2월까지 약 석 달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나머지 3월부터 11월 동안은 잠잠하게 되는 패턴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즉, 시즌과 비시즌으로 구분된 셈이죠.
2014년은 오르비 인증 역사상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화려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위 기적의 세대라고 불린 여신급 여르비들의 인증이 난무했고, 무관의 오장이라고 불린 훈남 인증러들도 다수 등장해 오르비의 새벽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물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2014년 오르비를 뜨겁게 달궜던 인강 조공 사건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오르비에서의 인증으로 인한 문제점으로 타 사이트로의 사진 유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과거에는 그보다 인증한 여르비에 대한 남르비들의 과도한 관심과 도를 넘는 치근거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1. 예쁜 여르비가 인증한다.
2. 많은 유저들이 칭찬한다.
3. 기분 좋아진 여르비가 몇 차례 더 인증한다.
4 - 1. 몇몇 유저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인증을 요구하거나 성희롱적 발언을 한다.
4 - 2. 몇몇 유저들이 쪽지로 연락처를 묻거나 음담패설에 가까운 농담을 한다.
5. 이에 회의를 느낀 여르비들의 탈르비행
이런 상황으로 인해 유저들이 오르비를 떠나는 일이 종종 있었고, 그 때마다 일부 유저들이 나서 자성과 반성을 촉구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옛날 오르비언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 오르비언들은 무분별한 인증을 게재, 관람함으로써 비행 오르비언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유익한 커뮤니티 활동인 인증을 바르게 선택, 활용하여 밝고 고운 심성을 가꾸도록 우리 모두가 바른 길잡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한장의 인증, 사람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출처: 야동사서독 옹
참고로 위의 글에서 "10년 전에는 저희들도 아재가 아니었습니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저희들 입장에서 보면 "20년 전에는"이겠죠. 지금 오르비를 하는 사람들(team08, team 07, team 06)이 막 태어나던 시기에도 인증 문화는 있었습니다. 그 당시 오르비는 정말 엄청나게 폐쇄적인 커뮤니티였기에 가능했었겠지만 말이죠
그때나 지금이나 인증은 여전하지만, 친목의 정도는 심해졌다고 느껴집니다. 저도 오르비를 꽤 한 편인데, 확실히 그때와는 느낌이 꽤나 달라졌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걍 본문 안 보고 대충 선지만 봐서 1. 데이터는 어쩌고 인공지능이 암튼 2....
-
정시 약대 1
정시로 약대 가려면 평균 백분위 어느정도 나와야하나요? 언미생지 볼거같은데....
-
지원금 줘 지원금 헥헥 왈왈
-
요새스카나만춥나 2
어제콧물질질짜길래바람막이챙겨갔는데그래도질질짬 아오
-
자야지요 12
피곤해
-
살자 0
의 거꾸로에 대한 지향성이 점점 짙어진다.
-
24년도에 심찬우 수업을 처음 접하고서 심찬우가 하는 말이 만물의 진리인줄 알았음...
-
기다리던 부엉이 n제 제본(공식)이 어제 도착했습니다 살짝 바빠서 오늘 올리네요...
-
언매 1 미적 3~4인데 오르는 중이라 3후반까진 정착할 수 있다고 가정….. 영어...
-
에 3
에
-
나도 그런 편인 것 같긴 한데 님들은 왜 그러는 것 같음?
-
애플워치 사고싶네
-
ㄱㅁ 0
저도 하고싶네요
-
공르비 2일차 0
실모가 진짜 넘 피곤하네ㅠ
-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거예요 항상 화이팅!
-
지금까지 매번 시험칠 때마다 과밍성대장증후군 때문에 개고생했는데 금요일에 또 볼 거...
-
인강컨 ㅊㅊ
-
팔로우취소 7
부탁드립니다
-
내일프미나를 8
보러가볼가 두구두구
-
오늘 질병조퇴 한 후 진료확인서 발급받았는데 내일 질병지각을 할 예정입니다 내일 또...
-
2, 3점이랑 15 22 30 빼고 풀면 그게 하프모임?
-
69성적 나쁘지는 않은편인데 단기강좌라도 들을까해서요. 대치동에 이런거 준비하는게...
-
하원 0
너무졸림 아
-
허어
-
3모때 등급이 다 345이랬어서 이후에 미친듯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꾸준히 해서...
-
빅리그 앱 1
김승리 앱에 매일매일 계획표 올라오잖아아요 근데 오후에 해야할거 지금 완료 뉴르니까...
-
괜찮아 1
욕심나는만큼 죽을 힘을 다해 발버둥치면 되는거야..
-
오늘 야식 결정 6
전하고 소주 딱 두잔만 마실거
-
올해는 목요일날 빠질수 없는 수업이있는데 그게 내년도 마찬가지 일 거 같은데 하하…
-
3월이었으면 허수킬러 드립쳤을텐데.. 이걸 이렇게 넘기네.. ㄷㄷ
-
ybm종로 1층 담배냄새 조지게 나지 않음;;? 담배냄새 ㅈㄴ예민해서 갈 때마다 숨참챌함 ㅆㅂ거
-
솔직히 9평수학 4
공통틀 96까지는 백100일수도 그래야만함
-
수분감 다끝내고 0
2회독 하고 나서 다른기출풀까요 아님 n제 해도 될까용?
-
올해 수능에도 이런 거 나오면 침착성 잃고 기하도 안 보여서 공통 기하 둘 다 박고 사망할 듯..
-
클릭 클릭 후 채팅방 설정 데이터관리 클릭 사진/동영상/미디어 모두 중 골라서 정리...
-
탐구 실모 풀게 없어서 풀어볼까하는데 문제 괜찮나요??
-
직원땜에 스트레스 이빠이라 네일 연장 조져야겠는데;;;;;; ㅈㄴ 뾰족하게 하고픔...
-
애웅…
-
자퇴 0
현실적으로 말도안되는 선택인가요? 어차피 내신 4~5라서 대학을 가려면 정시뿐이고...
-
이거 있으면 용량 쉽게 늘리는데 개빡치는
-
강x 오메가 블랙이랑 비교해선 어떰?
-
가 생각나네요 당시 고2라 쉬는날에 심심해서 들어와봤는데 정말 조용했음 무서울...
-
추억에 젖어보기 13
그립다...아니 그립진 않나 추억이다 암튼
-
찬우쌤 1
영상을 못 보겠음.. 진짜 열심히 알려주셨는데 9모에서 고작 4따리나 띄웠으니...
-
오르비를 하다보니 설카포 의치한약수 땜에 보잘 것 없이 느껴지는 게 슬프다 ㅠ 대입...
-
아직 부족한걸까..
-
‘EBS 김태희’ 스타강사 김효은, 국힘 대변인 임명 3
연합뉴스 전 EBSi 스타강사로 활동했던 김효은(강사명 레이나) 씨가 국민의힘...
-
미적 엔제 버릴려했는데 29번 유형만 골라푸는거 좋을거같나여
-
손으로 머리 넘길 때마다 손가락에 자꾸 머리카락이 감기고 빠짐 ㅅㅂ
와이고수?
?
아이민이 5자리 ㄷㄷ
2010년에 가입하신 분임. 그래서 오르비 역사 글 자주 쓰셨음
외쳐 야!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