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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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늙어서 판단을 못하지만, 팀원들이 말하길 요즘을 ‘불 9평’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이제 대학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데,
예전과는 9평을 바라보는 마음이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대학을 8년째 다니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ㅎㅎ
원래라면 지금쯤 박사과정에 있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동기들이나 후배들이 조교로 있는 걸 보면 예전엔 현타도 왔지만,
지금은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9평 잘 보든 못 보든 수능에서 최선을 다하자!”
이런 말을 했을 텐데, 지금은 여기에 한마디 더 붙이고 싶습니다.
“수능 점수보다 중요한 건 물고 늘어지는 경험이다.”
오르비에서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났고, 저에겐 큰 기회가 되었습니다.
8년 동안 재밌는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
출판: 기출의 파급효과
모의고사 납품: 메가, 대성, 국·수·탐 모두 납품 중
IT 내부: 문제은행, 스나이퍼 등
IT 외부: 시대, csm17, 에듀셀파 등
솔직히 말해 저 혼자 실무 능력이 탁월한 것도 아니고, 망친 프로젝트도 많았습니다.
잘되서 기쁨을 같이 나누기도 하고, 안되서 아쉽게 이별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항상 팀원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온 건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는 습관 덕분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제도 스나이퍼 오류가 나서 새벽까지 버그를 잡았고,
오래전에 끝낸 프로젝트라도 요청이 들어오면 다시 손을 봅니다.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돈도 안 받습니다.
돈보다 중요한 건 신뢰와 완성도라 믿기 때문입니다.
수능 고득점을 위해 들인 습관이 남아 있는 건지, 불완전한 결과를 보면 잠이 안 와요.
그래서 돈을 덜 받거나 안 받아도 끝까지 해결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이런 성향 덕분인지 아직 회사가 흑자를 크게 내진 못했습니다.
저도 월급 좀 받아보고 싶지만 ㅠㅠ
그래도 제 마음이 편한 게 더 중요합니다.
그 덕분에 단골 고객이 생기고, 가끔은 더 큰 요청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게 또 기쁘더라고요.
물론 대학 덕을 본 적도 있습니다.
능력 이상으로 평가받거나, 투자와 고객사 관계에서 조금 유리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신뢰를 이어가려면 성과가 뒷받침돼야 하죠.
주변을 보면 돈을 버는 길은 참 다양합니다.
꼭 대학을 나와야 하는 것도 아니더군요.
AI가 많은 걸 해주고 있고, 앞으로도 더 그럴 겁니다.
이번 스나이퍼 초안 제작도 3개월 걸렸는데, 개발자 한 명이 붙었고 코드의 70% 이상은 AI가 작성했을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착이 아닐까 싶습니다.
8년 전 9평 때 독서실에서 실모를 풀고 인강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공부 내용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그때의 치열함만큼은 아직도 심장 깊숙이 남아 있습니다.
다 잘 되실 겁니다. 제 경험상, 끝까지 버티는 힘을 믿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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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가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지 정의는 사람이 더 뚜렷하지 않나 싶네요 ㅎㅎ 잘만 활용한다면 큰 기회입니다.
개발도 예를 들면 예전엔 프론트, 벡엔드, 서버 등 3명 이상은 있어야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이제 도메인 하나 정도 제대로 알면 나머지 역할은 AI가 맡아 할 수 있으니까요

그 3할의 터치를 하는 인간 또한 AI의 3/7을 하기 위해 끝이 없는 고군분투를 하게 됩니다.. ㅠㅠ라고 옆집 철수가 말했어요.
바이브 코딩을 배워보고 싶군여

재밌습니다. ㄹㅇ8년이라...
저도 이번 겨울에 사교육 쪽 창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내내 준비해 왔는데 모킹버드처럼 꾸준히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해 보고 싶네요
창업을 처음 도전하는 사람에게 한 마디 말씀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마인드부터 다루자면...
많이 힘들고 뜻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으며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의대생이어서 바쁘시기도 할 것이며 원하는 결과가 빠르게 안 나오면 남과 자신을 비교하여 힘듭니다. 주변에 일찍 졸업하는 동기들이 신경쓰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냥 의대 빨리 졸업하고 의사할걸' 생각이 하루에 수십번은 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말 드물게 원하는 기회가 옵니다. 이 기회를 잡는 것은 매일 뭐라도 조금이라도 도전해본 성실성입니다. 저도 23년부터 24년 상반기부터는 거의 자표자기였는데 1년전 이맘때쯤 좋은 기회를 포착하여 생존하고 있는데요. (뭐 앞으로도 전쟁이겠죠.)
실질적인 내용을 다루자면...
하고 싶은 일에 맞는 좋은 분을 찾고 그 분이 본인을 왜 따라야 하는지 끊임없이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저도 매번 결국 팀원들에게 평가받는 것이지요. (어느정도 계약을 따오나 팀원을 구해오나 원하는 것을 해주나 등등)
하고 싶은 일에 실무도 잘하면 좋으나 그렇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개발, 문항 제작 둘 다 거의 아예 못합니다.) 다만 방향성과 기획에 대해서 항상 누구보다 깊게 고민해야 하며 가장 합리적인 답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이는 인공지능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gpt에게 물어보면 항상 사용자편이겠죠)
또한 IT쪽을 생각한다면 '뭔가 단순 사람들이 필요할 것 같은 것'을 예상해서 heavy하게 만드는 것은 금물입니다. (제가 문제은행을 이렇게 말아먹었죠) 돈과 시간 모두 많이 들고 망하면 모두에게 상실감을 줍니다.
감당할 수 있는 예산 안(대체로 본인이 과외 등을 한다면 1년간 모을 수 있는 돈)에서 핵심가설 하나만 짧은 기간(3개월 내)로 증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스나이퍼는 여러 경쟁사이트가 있어 긴가민가 하여 일단 SKY만 3개월 내에 AI로 데모 만들고 반응을 지켜봤죠. 몇몇 수치적 지표가 이 product의 성공 시그널을 보여 조금씩 더 확장했구요.
제가 만든 문제은행은 이걸 누가 따라할까봐 8개월간 꽁꽁 숨기며 제가 만들고 싶은대로 만들었다가 망했죠. 아마 근데 다른 접근법을 활용한 누군가는 같은 아이디어여도 성공했을 것입니다.
어쩌다 주저리 썼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