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9월 모의평가 국어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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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여러분의 수능 국어 길잡이' 길품이라고 합니다.
제 본업은 국어 강사이구요, 큰 학원은 아니고 작은 동네 보습 학원에서 내신과 수능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부업(?)은 인스타그램에서 수능 국어 관련 배경 지식을 전달해드리는 피드와 하루에 한 개 씩의 어휘와 한 구절의 시를 업로드하고 있는 자칭 인플루언서(????)입니다. ㅎㅎ
한 때는 1만을 웃돌던 시기도 있었으나 소홀한 계정 관리로 많은 분들이 떠나가셨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오르비로 플랫폼을 확장한 이유는 아무래도 더 많은 스펙트럼의 수험생분들과 소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실 오르비에 글을 쓸까 말까 정말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글을 쓰러 들어온 지금도 '서울대 박사'께서 해설해주는 글도 보이고, 저보다 수험생활 때 높은 점수를 받으셨던 분들도 계시기에 감히 내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더 많은 분들께 제 존재를 알리려면 용기내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적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르치는 것에 대한 용기가 없는 것은 지금 제 수업을 들어주는 수강생들에게도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수에게 내보이지 못할 창피한 것을 돈을 받고 가르치는 것이니깐요.
오르비는 참 기억이 많은 플랫폼입니다. 재수 시절에 심찬우 선생님 강의를 들으러 왔다갔다 하던 통로였기도 하고, 감사하게도 너무 좋은 정보들을 얻어서 실제로 성과를 보기도 했던, 제게는 좋은 기억이 가득한 곳입니다...ㅎㅎ
서두가 너무 길었습니다. 신규 강사인 제 나름의 총평 남겨보겠습니다.
일단 시험 보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마지막 평가원 모의고사라 긴장이 되셨을텐데 수고하셨습니다.
점수가 어떻든 ‘모의’평가이기에 큰 의미를 두지 말고 약점 보완만 합시다.
독서
어떤 분들은 쉬웠다, 어떤 분들은 '물'이었다, 정말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고 계신 파트입니다. 제 입장에선 나쁘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해 쉬웠다는 입장에 손을 좀 들어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존재했을 것임이 분명한 시험입니다. 특히 (가)/(나) 형 지문으로 출제된 영화 제재 지문에서 갈릴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 이유는 문장의 추상성입니다. 추상적인 문장이란 '맥락에 따라 뜻이 쉽게 바뀔 수 있는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가령, '사회적 영향'이라는 것은 '사회에 끼치는 영향'으로 읽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나 어떤 지문의 맥락에서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일반적으로 해석이 되더라도 '영향을 끼치는 방식'에 따라 그 의미가 세분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장들을 많이 접해보고 생각해보신 분들은 '이게 왜 어렵지?'라는 생각이 드실테지만, 이런 문장들을 많이 접해보지 않고, 접해보더라도 깊게 고민해보지 않고 넘어가시는 분들께서는 충분히 당혹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당해 6월에 출제된 '플로리디의 정보 철학'에 관한 지문도 '문장의 추상성'이 짙진 않아도 다소 드러나는 편이니 올해 수능도 같은 결로 출제가 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봅니다.
만약 독서에서 시간을 많이 쓰셨거나 허덕이셨다면 이 부분을 점검해보시고 만약 동의가 가능한 이야기라면 남은 기간 동안 이런 추상적인 문장들에 대해 고민하는 습관을 지금이라도 들여보시길 추천드립니다(물론 당연히 EBS도 해야죠!).
독서는 다른 분들께서 질 좋은 평들을 많이 남겨주셔서 제가 더 남기면 피로감만 느끼실 테니 9월의 본령인 문학으로 출발합시다.
현대시
(가), 박목월의 경사가 수능특강 연계로 출제되었습니다. (나), 이수익의 달빛 체질과 (다), 채제공의 용연사기는 비연계 작품입니다.
(가) 작품이야 연계 작품이니 넘어가구요, 개인적으로는 비연계 작품 2개, 특히 이수익의 달빛 체질은 난이도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용연사기도 ‘크고 작음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라는 교훈만 잡으면 어려운 건 없었습니다.
변수는 문제입니다. 23번 문항은 비연계 작품에 대한 고도의 ‘감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감상이라는 것은 시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긍정 부정의 이분법적 논의에서 벗어나서 화자의 구체적인 정서를 잡아내는 것을 말합니다. 부정 중에서도 외로움인가, 아쉬움인가 등을 일컫습니다. 23번을 단순히 긍/부정으로 잡았다면 ’멀리‘라는 부사어에 낚여 ’아쉬움‘을 맞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분야 최고봉은 24번 ’비유의 정의와 개성적 표현‘을 묻는 <보기> 문항이었는데, 비유는 유사성을 매개로 한 연결이라는 것과 더불어 그 연결 속에 드러나는 구체적 정서를 묻고 있습니다. ‘그냥 긍정적인 느낌이 나네’와 같은 감 풀이는 선지를 지워낼 수 없게 만듭니다. ‘희망’에서도 긍정적인 느낌이 나기 때문이죠.
비유를 정말 직접적으로 대놓고 출제한 문제는 제 기억상 처음입니다. (제가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혹시라도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비유라는 것은 유사성을 매개로 하는 연결이다' 중학교 교과서에서 상징과 함께 나오는 부분으로서, 언제 한번 나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9월에 출제가 되었습니다. 운이 좋게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들어 배포했던 문항이 24번 문항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수능특강 독서의 내용을 담고 싶어서 비유와 '이질적인 시어'를 중심으로 출제를 했지만, 24번 문항도 자작 문항도
1. 비유는 유사성을 매개로 한 연결이다
2. 비유와 연결을 통해 드러나는 구체적인 정서
를 묻고자 했던 점에선 충분히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중하위권 학생들도 풀고 의도를 파악하게 해주고 싶었기에 난도를 크게 높이진 못했지만요..^^
또한, '연결은 매개체를 전제한다'는 명제는 6월 모의평가에서부터 짙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2026학년도 6월 모의평가 '표구된 휴지'의 <보기> 문항이 그랬고, 2026학년도 9월 모의평가의 24문항이 그렇습니다. 여기서 제 PR 좀 하자면...!(자기 PR의 시대 아니겠습니까 ㅎㅎ)
저는 제 교재에서 작년부터 해당 명제를 하나의 Theme으로 잡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명제라고 믿고 있고, 이는 6월부터 드러나고 있습니다. 문학에서 드러나는 '연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문학이 어렵다는 평이 많은 것은 ‘구체적인 감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자의 입장에서 ‘좋은 것 같다’ 정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구나’ 등의 자세한 정서 파악을 요구합니다. 같은 긍정적인 정서 내부에서도 이 정서가 옳은지 다른 정서가 옳은지까지 묻고 있습니다.
기출 문제를 보실 때, 작품의 화자가 자세하게 어떤 정서를 가지고 있는지, ‘아쉬움’이 아니라 정확히 어떤 정서로 고칠 수 있는지 고차원적인 사고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현대소설
현대소설이 비연계로 출제되는 흐름은 작년 수능 이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9월 모의평가는 심지어 난이도도 높아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2024학년도 수능 박태원 작가의 '골목 안'과 유사하다는 평을 주고 계신데,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많은 인물의 등장과 복잡한 내용 등에서 어려움을 느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문의 서술에서도 유사성을 느끼고 있는데요,
2024학년도 수능 '골목 안'입니다. 갑득이 어머니와 정이의 갈등 상황에서 갑순이 할머니가 등장하는 모습을 보는 갑득이 어머니의 내면 서술입니다. 갑순이 할머니가 정이의 편에 서서 2 vs 1 갈등 구도를 만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도 할 말이 있다!'라면서 스스로의 심리적 압박을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6학년도 9월 모의평가입니다. 순사가 찾아온 상황에서 원식의 내면 서술입니다. 같이 나란히 보니 유사한 지점이 더욱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 기출에서는 물어보진 않지만, 비슷한 상황을 주고 이번에는 물어보는 상황을 위해 언제나 기출 분석은 바닥까지 긁어야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ㅎㅎ
세 줄 요약
1. 독서는 추상적 문장에 대한 독해력이 필요하다
2. 화자의 정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자
3. 기출 분석은 언제나 꼼꼼하게
글을 쓰는 지금도 긴장이 되네요..ㅎㅎ 제가 평소에 중하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다보니 여기 계시는 GOAT들께서는 당연시 여기는 부분들이 많겠지만, 국어가 고민인 누군가께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짧은 소감 남기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내일 또 학교를 가야해서...개강 정말 싫네요
제가 오르비에서 받은 만큼 돌려드리고 싶어 다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생 많으셨고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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