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모 D-1, 비겁해지지 않기 — 행동강령과 낯선 문제 대응 프로토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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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모를 다시 풀어보는데, 분명히 “이제는 괜찮겠지” 하던 문제에서 틀린 표시가 또렷이 보였습니다. 사실 건들지도 못했습니다. 순간 머리가 띵했지만, 충격을 오래 붙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틀린 건 ‘나’고, 내 태도와 습관이 남긴 결과니까요. 인정하고, 오답하고, 자세를 다시 세워서 내일 시험장에 들어가겠습니다.
고2 때 제 수학 점수는 20~30점대였습니다. 학원에 몸만 왔다 갔다 했고, 공부는 ‘한다’고 착각했죠. 이후 점수는 조금 올랐습니다. 솔직히 더 떨어질 데가 없어서 오른 것도 있습니다. 사설은 고점을 갱신해도, 평가원/교육청처럼 학교에서 보는 시험은 여전히 위태로웠습니다. 멘탈도 흔들리고, ‘문제 궁합’도 심하게 탑니다. “수능 때 낯선 문제만 나오면 다 틀리는 것 아닌가”라는 공포가 붙어 다녔습니다.
그래서 오늘, 9모를 하루 앞둔 시점에 제가 실제로 쓰는 행동강령과 낯선 문제 대응 프로토콜을 공유합니다. 내일 시험장에 가져가 “머리 대신 손”이 움직이게 만드는 틀입니다. 저도 매번 이 틀로 버텼고, 내일도 이 틀에 기대겠습니다.
1) 왜 사설은 오르는데 평가원은 무너질까 — 짧고 냉정한 진단
- 풀이 관성: 사설에서 익힌 빠른 패턴이 평가원 ‘조건 해석’ 단계에서 발목을 잡음.
- 조건 번역 속도: 문장 → 수식 변환, 정의 재호명, 변수·범위 정규화가 느려서 초반 시간 손실.
- 검산 결핍: 부호/범위 확인 루틴이 없다 보니 어이없는 실수로 득점을 흘림.
- 시간 배분 실패: 막히는 문제를 끊지 못하고 감정 소비 → 후반 문제까지 타격.
이 네 가지는 내일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틀이 필요합니다.
2) D-1 행동강령
- 오답의 목적 제한: 오늘 오답은 “새로 배우기”가 아니라 실수 패턴 라벨링이 목적.
- 라벨 5종: (A) 정의 미소환 (B) 조건 누락 (C) 부호/계산 (D) 범위/경계 (E) 시간·집중력.
- 한 장 노트: 내 실수 라벨별 “예방 구문”을 손글씨로 A4 한 장에 정리.
- 손 안정화 루틴(30분):
- 기출에서 3점, 쉬운 4점 난도 10문제 골라 무오답으로 연속 풀기, 즉 예열 → 쓰기 속도와 필기 질감 회복.
- 시간 감각 리허설(25분):
- 스탑워치로 15·30·45분 체감 훈련(펜 놓고 남은 시간 가늠). 내일 시간 배분의 기준점 확보.
- 지금 하지 말 것: 새로운 파트 학습, 새로운 문제지, 과도한 암기. 오늘은 틀 고정.
- 준비물·동선 체크(수능 기준): 수험표, 신분증, 시계, 겉옷, 시험장 가는 길/좌석/화장실 동선 확인.
- 수면을 산다: 취침 7시간 확보를 최우선 과업으로 설정. 알람 2개, 디스플레이 소등.
3) D-Day 루틴(수학 기준, 다른 영역에도 적용 가능)
입실 전
- 10분: 한 장 노트(실수 예방 구문) 눈으로만 훑기. 펜 미사용. & 예열 문제
- 3분: 호흡 4-4-6(들이마시기4·멈추기4·내쉬기6) × 5회. 심박 안정.
시험 시작~10분 (확정 득점 구간)
- 표지 훑고, 확실히 맞는 문제만 우선 잡아 연속 득점.
- 계산은 “자리 단정–수평 필기–항마다 체크” 3단계. (헷갈림 없게 하기 위함)
- 헷갈리면 소단위 식 옆에 조건을 다시 쓰기(조건 재호명).
10~40분 (본문 전개 구간)
- 중간 난도 처리. 조건 정규화 템플릿으로 시작:
- 정의·범위·단조성·대칭 유무 표시
- 경계/특이점 먼저
- 표현 통일(예: 로그 밑, 좌표계, 길이/넓이 단위)
- 막히면 3분 규칙: 아이디어가 안 열리면 표식(☆) 붙이고 다음으로 이동.
40~80분 (상성 관리 구간)
- ☆표시 문제 재도전. 아래 프로토콜을 그대로 적용.
80~100분 (검산/회수 구간)
- 부호/경계/단위 3요소만이라도 전수 확인.
- 숫자 계산이 많은 문항은 역대입 등으로 오답 회수.
4) 낯선 문제 대응 프로토콜(“패턴이 안 먹힐 때” 그대로 따라가기)
- 문제의 언어를 수학의 언어로: 조건에 등장한 모든 단어를 기호·식으로 옮기되,
- 범위(정의역/매개변수 제약), 관계(↔인지 →인지), 대칭/단조성 표식으로 가시화.
- 경계–특이–대표값 순서:
- 경계점/분기점/절댓값 분기/함수 전이점 체크 → 특이한 지점(분모0, 로그밑/진수 조건) → 대표값(0,1,–1, π/6 등) 의미 있는 대입.
- 형 변환 4종 세트:
- (a) 치환(대칭·주기성 기반) (b) 가시화/그래프 스케치 (c) 합성관계 분해(안쪽부터) (d) 부등식 표준화
- 결과형 예측: 요구 값이 정수/자연수/개수이면 정수론적 제약이나 단조성+경계로 틀을 먼저 세움.
- 증거 축적식 풀이: 한 줄에 하나의 사실만 적고, 사실끼리 →로 연결. 감으로 건너뛰지 않기.
- 막히면 질문 바꾸기: “이 식을 푼다” → “이 식이 언제 참이 아니다?” 같은 부정문/상보 사건으로 전환.
- 검산 체크리스트: 부호/등호 성립조건/최종값의 범위·단위 적합성/극단·대칭에서의 일관성.
금지 규칙: 무지성 사례대입, 근사 추정, 기계적 미분/적분 남발, 조건 생략.
원칙: 조건에서만 출발하고 조건으로만 닫기.
5) 멘탈 스크립트(시험 중 마음에 대고 말하기)
- “모두를 맞출 필요 없다. 맞을 문제를 하나도 흘리지 않는 것이 목표다.”
- “낯섦은 오답이 아니라 절차의 시작 신호다.”
- “지금은 ‘왜 어렵지?’가 아니라 ‘어디서 시작하지?’다.”
- “감정은 나중에, 지금은 손이다.”
6) D+1 오답법
- 결과물: A4 한 장 요약.
- 구성: (1) 틀린 번호 (2) 라벨(A~E) (3) 원인 1문장 (4) 예방 구문 1문장 (5) 같은 유형 미니문제 1개.
- 원칙: 해설 필사 금지, 조건–정의–경계를 내 문장으로 다시 쓰기.
끝으로 —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
저는 실력이 없다는 사실을, 수없이 많은 오답들이 증명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제 편이 아니라 원칙의 편에 서려고 합니다. 점수는 변덕스럽고, 컨디션은 배신하지만, 원칙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내일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것을 할 겁니다. 조건을 읽고, 정의를 불러오고, 경계를 확인하고, 손을 믿는 일.
낯선 문제를 만나면 두려움부터 오지 말고, 절차를 시작합시다. 그 절차가 우리를 구해낼 겁니다.
내일, 모두 좋은 시험 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비겁해지지 맙시다.
틀렸다면 인정하고, 배웠다면 남겨두고, 끝까지 우리의 손으로 풀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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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을 여유있게 시간 들여 풀면 정답률 높은데 시간없이 풀면 정답률 나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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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통 30 6
다른분들 풀이보니까 제가푼건 비효율 끝판왕 풀이같네요.. 유튜브 풀이보고 현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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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그 2
국어 과탐 진짜 열심히 해야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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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le까지 다 풀었군 15
이러면 적어도 유급당해 뒤지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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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욕먹나 사설에도 안낼듯 배각공식 미적분 유리 어쩌구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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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어땠는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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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이래야 인생이지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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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어렵게낼거면차라리저렇게내서엄두도못내게만들라고애매하게여지주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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