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억울한 LG인가, 원조 탈쥐 효과인가? LG의 아픈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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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LG트윈스는 프로야구 우승에 가장 근접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몇년 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포함해 매년 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하는 강팀이다. 그러나 이런 LG가 과거에는 10년 이상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고 하위권을 전전하면서 암흑기를 겪고 있었고, 당시 트레이드 등으로 LG를 떠난 선수들이 뒤늦게 포텐이 터지는 일이 많았는데.. 특히, LG에서 만년 유망주였던 박병호 선수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트레이드됨과 동시에 KBO 홈런왕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자리매김하자 야구팬들은 '탈쥐 효과'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알고보면 원조 탈쥐 효과라 할만한 사건이 재계에 있었는데.. LG 오너 일가에게는 아직도 아쉬움이 크게 남을만한 이 'LG반도체 흡수합병 건'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고자 한다.
정부에 의해 반도체 계열사를 강탈당한 LG
과거 LG반도체는 당시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던 램버스DRAM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인텔이 램버스디램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것을 기점으로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DDR에 힘을 집중하게 되었고, 당시 RDRAM을 고수하던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몰락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IMF가 터지자, 김대중 정부는 '빅딜 정책'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는데, 이는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목표로 하여 서로 다른 그룹의 겹치는 산업들을 인수합병하게 만드는 정책이었다.
이 빅딜 정책으로 인해 LG그룹은 LG반도체를 현대그룹의 현대전자에게 억지로 넘겨주게 된다. 당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거세게 저항했지만, 무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압박을 가한데다 은행 신규 대출을 모두 끊어버리는 금융제재까지 가해지자 결국 LG는 울며 겨자 먹기로 LG반도체를 포기하게 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현대전자의 인수 과정
당시 정부는 빅딜 평가를 위해 컨설팅 업체에 자문을 구했고, 해당 업체가 현대전자에게 후한 점수를 주면서 정부가 이를 근거로 LG반도체를 현대에게 넘겨주었다. 여담이지만 당시 평가에 참여한 컨설턴트 중 한명이 후에 넥센히어로즈를 운영하다 감옥에 가게 되는 '빌리 장석' 이장석이었다.
그런데 수 년이 지나 LG가 밝힌 '인수 업체 선정 과정'에 따르면 당시 대북 지원에 적극적이었던 현대그룹이 친정부적 성향을 띄었기 때문에 인수 회사로 선정되었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아무튼 당시 빅딜을 주도한 주체가 전경련이었고, 이를 계기로 LG그룹은 전경련과의 관계를 아예 단절하기에 이른다. 현재도 LG는 주요 그룹들 중 가장 먼저 전경련과의 관계를 끊은 기업으로 남아있다.
전경련은 멋대로 비율을 정해 현대가 가질 LG반도체의 지분율을 정했고, 안그래도 정부의 압박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반도체를 내줘야 했던 LG는 어떻게든 경영권을 사수하려 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며 결국 경영권을 포기, LG반도체는 현대전자에게 지분 전체를 모두 인수당하게 된다. 이는 이후 이상하리만큼 대북 정책에 진심이었던 김대중 정부가 대북 지원에 적극적이던 현대그룹을 고의적으로 밀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게 되었다.
억지로 합병은 했으나 무너지고 만 현대전자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LG반도체 인수 이후 현대전자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안그래도 IMF로 인해 기업들의 주머니가 넉넉치 않아진 상황에서 이미 부채가 크던 현대전자는 LG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액수를 지불한 동시에 LG반도체의 부채까지 떠안게 되었고,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이럴거면 왜 인수했냐..)
이후 왕회장의 아들들이 왕자의 난을 벌이면서 그룹이 쪼개지게 되었고,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 등까지 겹치면서 현대그룹은 껍데기만 남게 되는데, 이건희 회장의 숙원이었던 삼성자동차를 대차게 말아먹고도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삼성자동차 하나 버리는, 그야말로 여타 대기업들과 달리 IMF 위기 속에서 대선방한 삼성그룹과 여러모로 비교되는 결과다. 실제로 IMF 이후 삼성그룹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대기업집단이 되고, 현대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에게 핵심 계열사를 다 빼앗기면서 허울만 남다시피 하게 되었다.
여담으로 현대유니콘스도 이후 경영난으로 야구단을 매각했고, 이는 우리 히어로즈 -> 넥센 히어로즈를 거쳐 현재의 키움 히어로즈가 된다.
현대전자의 부도 이후 반도체 사업부는 하이닉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다가 10년 이상 지나 SK그룹에게 인수되었고, 이는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된다.
SK의 인수, 국내 2위 대기업으로
현재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2위에 랭크되어 있고, HBM 산업을 전략적으로 성공시키며 오히려 삼성전자나 마이크론보다 한발 앞서있는 디램의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생각하면 LG가 LG반도체를 빼앗긴 것을 뼈아파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LG 입장에서는 아직까지도 김대중 정부를 저주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LG에게는 재인수 기회가 있었다. 그것도 한번도 아니고 말이다. 당시의 하이닉스는 지금의 SK하이닉스가 아니었어서 재무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었고, 원래의 주인이었던 LG는 늘 거론되던 인수 후보였다.
그러나 구본무 당시 회장이 "원래 내거였는데 이걸 왜 비싸게 다시 사야 하냐"면서 반감이 컸고, 삼성전자 주도로 벌어진 반도체 치킨 게임이 거세던 상황이라(실제로 많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이때 사라졌다) 리스크를 안 지려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고 반도체를 주력사업으로 키우면서 두 그룹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당시 LG보다도 규모가 작던 SK그룹은 이후 삼성 다음가는 국내 재계 2위 그룹으로 올라서게 된다.
또, 이러한 생각도 든다. "과연 LG가 하이닉스를 다시 인수했다면 하이닉스가 지금처럼 클 수 있었을까?" 냉정하게 SK와 LG의 경영 능력은 천지차이다. SK는 과거 노태우 정부가 밀어주기 전까지 선경합섬으로나 알려져 있던 재계 10위를 전전하는 그룹이었다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의 M&A를 차례로 성공시키면서 지금의 재계 2위가 된 것이다.
당장 90년대 LG반도체가 집중하던 램버스디램을 주력으로 하던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이후 치킨게임으로 몰살당하고, 승자가 된 삼성전자가 일본의 10대 반도체 기업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즉, LG가 하이닉스를 재인수했다면 애초에 하이닉스가 지금과 같은 반도체 거물로 크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LG가 억울함이 클 것 같은지, 아니면 억울할 수는 있어도 하이닉스가 제 주인을 잘 찾아가 '탈쥐 효과'를 낸 것인데 귀인 편향을 일으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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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 사서풀려고 번장뒤적거리는데 가격도 다 다르고 낱개로팔길래 이거 대인라같은거...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좋아요 꾸욱
하이닉스 주식 샀어야..
SK하이닉스 주식을 2010년 이전에 샀더라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모르겠는데 DJ 시절 빅딜 이야기를 다루시네요.
왕회장이 생에 마지막에 열정을 다한 게 대북사업이었고, 정몽헌 회장에게
그룹의 정통인 건설과 대북사업을 넘겼는데 그게 정몽헌 회장이 궁지에 몰리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죠. 현대건설은 2010년인가 11년에 현대차그룹이
5조 가까이 주고 인수하면서 현대그룹 정통성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고요.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왕회장의 뼈대를 이어받은 현대그룹은 정몽헌 회장 스스로 목숨을 끊고, 왕자의 난 때 계열사들 다 뜯겨져나가서 쪼그라들고
정몽구의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왕회장을 잇는 것처럼 되었으니
대북사업이 사람 운명 여럿 바꿔놓았죠.
참고로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비용이 SK의 하이닉스 인수비용보다 컸습니다.
실리가 아니라 '아버지의 유산'을 되찾아온 거죠.
말씀대로 현건 인수는 명분이 굉장히 컸다 봅니다
더군다나 현대그룹에게 우선협상권을 뺐겼다가 겨우 협상 테이블에 앉은 거라
더 확실하게 하고 싶었을 겁니다. 정몽구 회장이 사실상 적장자나 마찬가지여서.
비슷한 시기에 삼성자동차-대우전자 빅딜 시도도 있었는데,
삼성이 대우전자 상황을 보고 빅딜을 포기하고 이건희 회장이 가진 비상장 삼성생명
주식을 사재출연해서 해결하겠다고 한 것도 있죠.
삼성의 신의 한수 ㄷㄷ
저도 12년 전쯤에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쓴 회고록에서 본 거라 완전히 정확한 거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빅딜 엎고, 사재출연으로 간 것은 정확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LG가 하이닉스를 먹을 기회가 생각보다 별로 없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04년에 LG카드 유동성위기로 금융업을 포기했어야 했고, 그 직후 GS와
계열분리가 이뤄졌고, 2010년에도 LG전자 유상증자를 했어야 했던 상황이거든요.
2004년 무렵에는 확실히 기회가 없었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LG카드 사태 터지고 그 뒤에는 GS 분가하던 시점이라
역시 삼성은 위기를 먼저 감지하고 조금씩 대응을 하고 있었다고 하죠.
그러고보니 아실 지도 모르겠는데 LG-삼성이 사돈 맺은 집안이긴 합니다.
이재용 회장 고모가 LG 계열인 아워홈 고 구자학 회장과 결혼을 했거든요.
삼성과 LG가 사이가 멀어진 게 삼성이 전자사업에 뛰어들면서 멀어진 건데
내막으로는 사돈 집안이 경쟁자가 된 것도 있죠.
워낙 옛날 일이라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삼성이 가전 사업에 계속 뛰어들고 싶어하다가 결국 뛰어들게 되면서 LG랑 적이 되었다 하더라구요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LG쪽으로 시집간 딸은 이병철 회장의 유산을 못 받았다고 하죠.
요즘 같으면 난리날 일이긴 한데...
지금 그랬으면 재분소만 몇년을 했을지..
다른 딸들은 계열분리를 해서 나갔는데(한솔그룹, 신세계)
LG쪽으로 시집간 딸은...
이병철 회장과 장남인 이맹희 씨와의 일화 같은 거 보면 무슨 왕조 야사같은
이야기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이방원과 이방간 이방석 얘기 보는 것 같아요
오히려 삼성그룹의 사도세자라고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사 찾아보니 2012년에 소송이 한번 있었군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7492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