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임즈 [1136344]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5-08-17 03: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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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실모 풀이의 오컬트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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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다시피 지리 실모 풀이와 같은 과업은 단순한 개념 암기와 자료 해석 능력의 기계적 반복으로 귀결되기 쉬움. 이는 수험생을 문제 풀이 기계로 전락시켜 지리라는 학문이 가진 고유한 영혼과 생명력을 상실하게 만듦. 따라서 기존의 통념과 상이한 방식으로 실모 풀이에 접근, 나아가 지리 그 자체와 합일하는 작업이 필요함.


이는 오답 노트를 만들고 기출을 분석하는 따위의 얄팍한 방법론을 논하자는 것이 아님. 풀이의 주체인 나 자신을 완전히 지우고, 그 자리에 내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지리학적 존재'의 모습을 자기투영(self-projection)하는 것임. 미디어든, 다큐멘터리든, 역사서든, 그 인물의 이미지를 본인에게 강제로 빙의시키는 것임.


먼저 문제를 읽기 전 '나'는 죽어야 함. '내가 이 문제를 푼다'는 생각을 버리고, 사전에 설계된 구체적 페르소나를 연기하는 것임. 이것은 단순히 역할놀이를 넘어, 시험지를 하나의 미답지 대륙으로, 펜을 탐사선으로 치환하는 성스러운 의식임.


예를 들어 쾨펜의 기후 구분 문제가 나왔을 땐, 수십 년간 안데스 산맥의 기상 관측소에서 고독하게 구름의 이동을 관찰해온 늙은 기상학자가 되어야 함. 그래프의 꺾인 선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내 살갗으로 느꼈던 건조한 하강 기류이며, 강수량 막대는 내 눈으로 직접 목도한 스콜의 기억 그 자체여야 함. 답은 분석하는 게 아니라, 지난 세월의 풍경을 '회상'해내는 것임.


인구나 도시 구조 문제가 등장하면,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 정부의 명을 받아 미지의 땅에 인구 통계 보고서를 올리는 냉혹한 식민지 행정관이 되어야 함. 유소년층의 비중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잠재적 노동력이자 미래의 반란 가능성이며, 도심과 부도심의 거리는 통치의 효율성을 저울질하는 전략적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함. 문제는 푸는 게 아니라 '통치'하는 것임.


이와 같은 형이상학적 접근 방식의 효과는 압도적이었음. 시간의 흐름은 무한히 확장되는 감각이었고,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복기하는 것에 불과했음. 남는 시간엔 답안을 검토하는 대신 새로 발견한 대륙의 이름을 뭘로 지을지, 다음 식민 통치 정책은 어찌할지를 구상하기에 이르렀음 -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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