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국어 사설 점수는 '진짜로'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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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수능이든 무슨 시험이든 사설 점수 그거 의미없다~ 라는 글이 많긴 하지만, 사실 수학, 탐구는 어느 정도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설 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면 그건 그 과목에 대한 이해도와 감각, 운용 방법이 잘못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척도일 수 있다.
그런데 수능 국어 사설은 정말 의미 없다. 사설모고 중 가장 많이 풀고, 퀄리티도 높다고 평가 받는 이감모의고사도 점수는 별 의미없다. 이감이 보통 수능보다 어려움에도 이감 점수는 90점대 중후반 받으면서 평가원은 꼬라박는 경우 많이 봤고, 이감은 70점대 후반 80점대 초중반 나오는데 평가원은 백분위 100 나오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국어라는 과목이 점수 진동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사설 잘치는 사람과 평가원 잘치는 사람이 좀 갈린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내 개인적 감상이라기에는 수능 국어뿐 아니라 리트판에서도 사설 의미 없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왜 그럴까?
1. 아무리 잘 만든 사설도 평가원과 같을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가원이나 사설이나 생김새도 비슷하고 정답 원리도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잘 분석해보면 사설은 인위적인 냄새가 좀 많이 난다. 수능 국어든 리트 언어이해든, 독해 시험은 당연한 걸 당연하게 푸는 놈이 당연히 잘하는 시험이다. 그런데 사설은 어떻게든 학생들에게 여러 상황을 연습 시켜줘야 하고, 어렵게 만들어서 돈값한다는 느낌도 줘야 한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어려움을 가미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어려움은 수능의 어려움과는 결이 다르다. 수능도 디테일한 부분을 선지로 물어보긴 하지만 결국 정답이 되는 것들은 내용 이해를 중심으로 나온다. 디테일한 내용이 출제되더라도 각종 표지어를 통해 독해를 하면서 '아 이게 출제되겠구나'라는 느낌을 직관적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설의 경우 무의미한 정보 나열이 과해서 '지문에 다트 던져서 찍힌 곳'에서 무작위로 낸듯한 느낌이 강하다.
2. 수능과 같은 큰 시험은 쫄지 않고 평소대로 풀어야 잘 맞춘다.
나도 수능을 대비하면서 사설은 이감, 상상 안 가리고 겁나 많이 풀었고, 보통 1컷 언저리가 나왔다. 점수 잘 나오면 당연히 기분 좋고, 안 나오면 기분이 더러웠다. 심지어 더프 3등급 나온 적도 있었는데, 살면서 국어 3등급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엄청 멘탈이 터졌다. 보통 다른 과목은 점수가 낮게 나오면 충격을 받고 열심히 공부해 점수가 오르지만, 국어만큼은 아니다. 충격 받고 한 번 시험지에게 쫄기 시작하면 지는 거다.
당연히 수능날 누가 긴장을 하지 않고 치겠는가? 나도 온갖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면서 시험장 들어갔고, 1교시 끝나니 온몸에 기운이 쫙 빠질 정도로 몸에 힘을 확 주고서 시험을 응시했다. 그러나 나는 내 직관을 믿고 풀었다. '이렇게 읽는 게 맞을까, 저렇게 읽는 게 맞을까?' '여기다가 밑줄을 그을까 말까?' 이런 고민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풀었다. (어차피 문제 풀 때 밑줄 잘 안 보더라.)
'4분 남았는데 27번 문제가 찜찜한데 좀 더 볼까, 아니면 아직 못 푼 지문을 마저 보는 게 나을까?' 그런 고민은 5초 내로 끝내고 내 결정을 되돌아보진 않는다.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는 시험이 아닌 만큼 한 번 정했으면 자신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 애초에 1년 간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는가? 논리적으로 설명은 못한다고 해도 내 직관은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사설은 수많은 시험 중 하나다 보니 목숨 걸고 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설 점수는 진짜 극도로 긴장되고 예측 불가능한 시험의 점수를 미리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없다.
결론: 이건 세번째 레슨. 일희일비 않기.
일희도, 일비도 하지 말자. 잘 쳤을 때는 자신감을 채우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이렇게 풀었을 때 잘 풀었으니 수능도 이렇게 풀어야지'라고 쉽게 생각해버리면 안된다. 즉, 너무 깊게 분석하지 말 것. 일희보다 조심해야 하는 건 일비하는 것이다. 이감같은 사설에서 우수수 틀리고 나면 사람이 좀 위축되게 됨. '아 다음에는 이런 것도 봐야지', '혹시 이 선지는 한 번 더 꼰 거 아닌가?'하고 의심하게 되면서 대담함이 사라짐. 국어든 리트든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이해해서 다 맞추겠다는 생각을 해선 안됨. 국어 100점을 받았다고 모든 문제에 확신을 가진 채로 푼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시험은 100점에서 점수 잃는 것을 방어하는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망한다. 0점에서부터 2점, 3점씩 차근차근 쌓아 나가는 시험이라고 생각해야 함. 그래야 더 담대하게, 적극적으로, 논리적으로 완벽하진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맞다고 생각되면 내 생각을 믿고 나가야 하는 그런 시험임.
그런 점에서 평가원 국어 점수와 사설 국어 점수는 아예 비교가 불가능한 다른 영역이다. 이감 예상 1컷이 84점이고 실제 수능 1컷이 89점이라고 해서, 당신의 이감 87점을 수능 92점과 대충 비슷하다고 계산할 수는 없다는 것. 이감에서 백분위 100 안에 드는 학생 풀과 수능에서 백분위 100 안에 드는 학생 풀은 전혀 다르다.
수능을 잘 치는 것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의미는 없다. 오로지 대학을 가는 데에만 유의미할 뿐이다. 그것이 그 사람의 배경지식도, 독서량도, 논리력도, 추론능력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없다. 수능 국어에 대한 예찬론도 많지만, 나는 본질적으로 큰 시험을 잘 버티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데서 인재를 판별하는 제대로 된 도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옳든 그르든 정시러는 수능만으로 대학을 간다. 그렇다면 평가원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 사설을 따라가는 것은 주객전도가 될 뿐이다. 사설은 매기고 틀린 문제를 대충 확인한 후 점수는 잊어버리도록 하자.
사설 모의고사는 틀려도 '아 이렇게도 물어볼 수 있구나', '시험 칠 때 이런 실수는 줄여야지', '풀이 순서는 이렇게 푸는 게 나한테 좀 더 맞는 것 같네' 뭐 이 정도만 느끼고, '아 저번에 독서 한 지문 12분 동안 풀고 다 틀렸는데 이번에도 그러면 어떡하지...' 이런 소심한 태도를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능 국어는 고민 많이 한다고 더 꼼꼼해져서 덜 틀리는 것도 아니고, 걍 속도만 느려진다. 대충 날림으로 풀라는 말이 아니라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딱히 제대로 된 칼럼은 아니어서 대충 썼어요. 새벽에 국어 관련 생각을 하다 쓰게 됐습니다. 질문 있으시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혹시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는데, 이건 사설 컨텐츠를 풀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기출은 한정되어 있고 국어는 항상 낯선 텍스트를 접하는 훈련을 해야 하기에 이감 등 사설모의고사나 이매진 등 주간지는 큰 도움이 돼요. 그러나 틀리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사설에 절여진 사고를 하지 않도록 기준은 항상 평가원에 두라는 말입니다. 사설 점수 안 나와서 기분 나쁘면 '에이 사설이 사설틱한 건 당연한 거다'하고 치워버리세요. 그게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국어성적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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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 대연계 공부하기엔 좋은 것 같아요
사설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설 점수가 무의미하다는 논지였습니다!
연계 공부에는 도움 많이 되고 저도 24 때 이감 간쓸개 벅벅 풀고 가서 연계체감 좀 받았어요. 오히려 독서에서 더 체감 많이 됐음
네 그쵸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잠들려던 차에 잘 읽었습니다

수능 차석이셨다니 존경합니다.저는 사실 해린님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표본을 꽤 많이 봤는데, 평가원 백분위 99~100% 거의 나오는 분들은 (아무리 낮아도) 이감 80중반~거의 90점대가 나오더라고요.
수능이나 리트같은 종류의 인지능력시험에서 최상위권 분들은 점수의 신뢰성(타당성과는 구분되는)때문에 많이들 불안해 하시더라고요.
저는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답은 신체적 최적화 관리인 것 같아요. 이 인자만 관리가 되면 리트150점대, 수능 상위 100등 이내 실력을 가진 사람이 같은 성적을 계속 '복제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진심입니다. 올해 9모와 수능에서 제가 직접 몸으로 보여 볼 계획입니다.
수능도 머리로 하는 운동이고, 수능이나 리트 상위권 수험생은 '인지적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정말로 프로 스포츠선수들처럼 생물적 기반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반례여서 ㅎㅎ.. 전 사설 풀면 80점대 초반에 1컷 아래로 나온 적도 많거든요. 굳이 안 적긴 했지만 시대리트 모의고사 풀면 표점 130점 언더로 나온 적도 많아요.. 집릿은 평균 140 넘는데 말이죠
그렇군요. 저도 리트 직전에 본 이감만 올해 본 사설중에 유일하게 80점대 나왔습니다. 문제가 이상한 것도 두어 개 있었는데, 제가 잠을 잘 못자고 봤어요. 결국 신체 인자가 가장 중요했던거죠.
이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평하자면, 4-1은 매우 좋았고(제 점수는 93으로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4-2는 별로, 5-1은 좋았고, 5-2, 5-3, 5-4는 별로, 5-5는 좋았습니다.
대략 반반의 뽑기정도로 평가원급 퀄리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이정도만 되어도 수험생들에게는 필수재라고 불려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이감에서 돈 받은 거 없습니다)
솔직히 이감이 제일 고급인데도 저정도 퀄리티이고, 국바나 강k 상상 등은 더 이상한 회차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풀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해린님 얘기나 제 얘기나 상충하는 부분은 크게 없습니다. 다만 저는 사설 점수를 맹신하자는 건 아니지만, 어느정도 지표로서 꽤나 의미있다고 볼 뿐입니다.
리트 사설은 모르겠네요. 제가 21 22시즌에 이원준T 리트모의 빼고는 안 푼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요. 그때도 본시험이랑 갭은 크다고 느꼈는데, 그래도 풀 거 없으니 '리딩 경험치' 키운다는 느낌으로 계속 풀었던 것 같아요
넵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국어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저도 사설 모의고사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 회차냐의 차이는 등급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올해 리트 최종표본 기준으로도 한자리 등수이실 것 같은데 지금 님보다 국어 잘하는 사람 여기 없다고 봅니다ㅋㅋ
결국 등수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신체적 폭발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는 점점 체감중이라, 마침 틀딱인 제 신체를 가지고 올해 실험을 해 보려고 합니더. 저도 결과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해린님보다 늙어서, 어떤 발버둥을 쳐도 산화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대한 하는데까진 해 봐야죠.
그냥 이런 의견이 있다 정도로만 어여쁘게 봐주시면 감사할 뿐입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크게 다른데
사설이랑 평가원이랑 비슷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있고
아예 상관 없이 움직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ㄹㅇ
이게 맞는듯
넵 진리의 사바사입니다. 이감도 계속 잘치다가 본수능 때 잘치는 사람도 많이 봤어요. 다만 이 시기에는 사설 점수로 실망하고 좌절하거나, 지나치게 자만하는 사람이 생기기 좋아서 글 써봤어요.
사바사도 사바사인데, 두 유형 자체가 아예 다른 것 같아요
전자는 사설 특유의 애매한 발문이나 평가원과 다른 포인트를 물어보는 것에 있어서 둔감한 케이스인 것 같고, 후자는 사설에서 주로 나오는 포인트에 유독 강하거나 약하면 사설을 더 잘보거나/못보거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도 현역 시절 사설에서는 4-5등급도 나왔었는데, 정작 수능날에는 2등급이 나왔던 기억이 있네요.. 만약 성적대가 낮다면 평가원에 포커싱을 둔 공부를 하는게 좋은 것 같고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2번 내용중에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는 시험이 아닌 만큼 한 번 정했으면 자신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 이부분 너무 공감되면서 작년에 그러지 못했던 스스로가 너무 짜증나네요ㅋㅋㅋ올해는 스스로 믿고 쭉쭉 나가봐야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믿고 따릅니다.
제가 오르비를 가입하게 된 이유이신…
헉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활동할게요.
사설 점수 한두개로 실력을 측정하는 건 위험한데
몇십개씩 풀면 얼추 맞아떨어지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