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회계사라는 직업의 역사와 현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4234218
회계사를 처음 준비하기 시작했던 게 벌써 10년도 넘었는데,
대충 2010년대부터 제가 아니 그 때부터 써보자면 그 당시 회계사는 지금만치 많이 준비하는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연봉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주 52시간 제한도 걸리기 전이었는데 업무량은 그 당시엔 쓰는 프로그램도 더 후졌다 보니 살인적이고 하다 보니 이름만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출퇴근같은 거에서 좀 자유도가 높다 이런 거였죠
오히려 한은 금감원같은 금공들이 그 때는 더 인기가 많았는데 거길 가기 위한 스펙 1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죠 저 같은 경우도 그런 목적으로 회계사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었습니다. 당시 로스쿨도 사시변한테 밀린다 짝퉁이다로 인식이 그리 좋지가 않았었고, 행시도 조직문화가 경직적인 건 말하면 입 아픈 정도인데 별로 안 땡기더라고요. (로스쿨이 인기가 많아진 현 시점도 근데 법조계 경직적인 이미지 때문에 별로 땡기진 않습디다... 법 공부도 너무 싫었어요)
회계사 수요는 제가 아는 시점을 기준으로 얘기하자면 2010년 전후로 회계기준으로 IFRS를 도입할 때 웬만한 회사들은 죄다 재무제표를 회계기준을 바꿔서 다시 써야 하는 그런 일이 있었고, 그래서 2008~2009년 정도에 합격자 수가 일시적으로 1000명을 넘겼다가 그 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2010년 초반대에
다시 900명 전후로 내려앉았죠
그러다가 2010년 중반에 대조양 사태가 터지면서 회계 감독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합니다. 그로 인해 신외감법 등이 도입되고,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 등을 의무화하고 감사인 지정 등 회계감사가 더 엄격한 방향으로 하게 되면서 일거리가 폭발하게 됩니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일거리를 보장해주기 시작하면서 회계사 수요가 폭증하고, 처우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때마침 업무 특성상 52시간 적용을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이 업계도 52시간 적용 대신에 대체적인 보상을 해야만 했고 그로 인해 워라밸도 상당히 개선되며 그간 금공들에 밀리던 입장이 역전됩니다. (2010년 후반 한 3년차쯤에 한 해에 연봉을 올려주는 연봉계약서만 2번 썼던 기억이 납니다.)
회계사 선발 인원도 2010년 후반에 1000명대로 다시 늘렸지만 이 때까진 그래도 일감도 많았기 때문에 연봉을 많이 끌어올려주고도 아직까진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2020년이 되면서 코로나가 터집니다. 경기 전반이 안좋아지면서 기업들이 회계법인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용역들이 죄다 홀딩되고, 2020년에는 그래서 미지정이 은근히 좀 나왔습니다만 코로나에 어느 정도 적응되면서 2021~2022년도에 용역을 재개하면서 이 때까진 그럭저럭 봐줄만 합니다.
그러나, 이게 거의 끝물이 되는 2022년 말 정도부터는 법인들이 다시 일감이 없어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코로나가 끝났어도 경기 전망은 계속 어두웠고 윤 정부가 기업 규제를 줄인답시고 약간의 규제를 풀어서(대형비상장회사 기준을 1000억에서 5000억으로 올린다던지) 용역받을 회사들을 상당히 줄여놓은 것도 악재였습니다.
결국 법인들은 어떻게든 일감을 따기 위해 가격으로 경쟁에 들어갑니다. 사실 이는 호황기때도 이때다 싶어 법인 규모를 키우기 위해 성행했던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전체 파이가 많았기 때문에 이정도까지 가격 경쟁이 격화되었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2022년에 지정감사(3년간 감사법인을 강제 지정하고, 그 후에 다시 회사가 뽑을 수 있게 한 제도)가 한 사이클 돌고 다시 감사인을 회사가 뽑는데 이 때 가격경쟁이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기업들과도 이해관계가 맞았던 게 기본적으로 회계사가 하는 일은 기업을 감독, 규제하는 업무입니다. 이걸 좋아할 기업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보니 대충 싸게 치우는 걸 원하다 보니 법인과 클라이언트 양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가격 경쟁은 계속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성이 낮아지니 결국 인건비를 절감해야 해서 사람을 많이 뽑을 수가 없고,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의 업무 부담도 가중되어 업무 퀄리티가 지속적으로 하향되고 있지만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는 답답한 형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법인의 회계사 수요가 없는데도 금융위는 민간 수요도 고려해서 회계사를 뽑으라고 증원을 요구합니다. 그나마 올해 50명 깎긴 했는데 이미 전년도에 미지정,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합격한 백수가 몇백명 단위로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이 정도 감원은 택도 없는 수치입니다. 금융위가 증원을 요구했던 근거인 사기업에서도 정작 "회계사가 필요는 한데 신입은 필요 없어" 라는 스탠스를 취하며 지금은 붙어놓고도 백수 걱정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질문을해드려용 41
넵
-
탐구 33 박아도 언매미적 원점수 100 100 뜨면 가나?
-
원래 탈퇴하면 에피 사라지지 않나
-
설인문 ㄱㄴ? 6
언매 미적 생윤 사문 백분위 100 100 3 85 85 ㅇㅇ
-
국어 노베고 독서 한 지문당 2분씩 주는데 너무 빡세요 솔직히 강의에서 하는 말도...
-
7시 일어날수있나,,,
-
줄여보도록 노력해야지 공부가 말도안되게 쌓여있는데 외로움 하나 못 이겨서야 인생은 혼자다
-
아님 걍 밤샐까 내일 2 연강 ㅐ
-
갑자기 졸리네
-
안광지배철 1
-
직업탐구 응시
-
오늘부터 1
적어도 9모때까진 하루에 정해진 할당량 못 채우면 안 잔다. 밤 새서라도 할당량 꼭...
-
좀만 더 있어줘 9
가지마
-
언 확 경제 사문
-
뇌 빼고 공부만 한다 먼가 역설적이군 입시 이후에 진로라든지 방향성이라든지 그런건...
-
어싸를 2
한 10문제만 풀어야지
-
퉆
-
아시눈뷴???이거개슬퍼요…일본애니영화인데 추천함
-
실패 0
흠
-
슬퍼..
-
제 이상형은 11
저랑 취향 잘 맞는 사람입니다 기억해두세여
-
글구 저 p 뱃지는 또 뭐임 ㅋㅋ
-
복권 2등까지 5
노방종
-
복권 4
400덕 넣어서 50덕을 얻은 후로 하면 안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
건대좋은학굔데 3
한참 수시 원서 고민하는 시즌인데 건대 지망하는 친구 앞에서 다른애가 건대는 자기...
-
인증문화가 ㄲㅋ 9
나무위키에 있네
-
밖에 개시원하네 0
와
-
여름이었다 3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었다~
-
생명 2등급 3
작수 보니까 3-4문제 버리고 나머지 다맞춘뒤에 찍으면 2뜨는거같던데 이제는 준킬러...
-
비가 내려 7
-
이하 생략
-
백지헌눈웃음갖고싶다 나는그냥 일자눈이 돼버림..
-
호감고닉 1
심찬우 유대종 션티
-
아이고 0
ㅠㅠㅠㅠ
-
7번의 2번째 선지 질문임다.'~~하는 리보솜에서 합성된 것이다.' 라고 단정을...
-
안자는 사람? 10
왜 안자요?
-
Yeah, I'm countin' my bluefaces 응 퇴계 이황 나를 둘러싸는 많은 여대생들 Damn 여대 이화 음원 수입으로 연명 중 ok 앨범만 잘 내면 된다 이기야 2
Yeah, I'm countin' my bluefaces 응 퇴계 이황 나를...
-
ㅈㄱㄴ 진심궁금함 76-84에서 항상진동해요 교육청은 내내 2였음 미적진짜시발이고...
-
우우
-
“수능 1등급 비결? 다 내 손가락 운 때문임ㅋㅋㅋ” “이렇게 하면 모의고사 0점도...
-
지금 화작 14분 2~3개틀리는데 다 맞으려면 인강끼지 들어야 하나요? 기출은 1회독 했습니다
-
오예 복권 3등 4
으흐흐
-
트리플에스 유연,신위 프미나 백지헌 이채영 이나경 박지원 설윤 카리나
-
화를 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내가 화를 내는 모습만 보고 날 안...
-
어렸을때 햄스터류를 엄청 좋아했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홈플러스에 가서 한마리 사달라고...
-
https://orbi.kr/00074231274/(26%EC%9A%94%EC%B2%...
-
여름방학때 실모랑 N제만 푼 고1... 2학기 내신 어쩌죠 3
네. 제목 그대로 입니다. 저는 09년생, 5등급제를 적용받는 고1입니다. 제가...
-
수학..나몰라ㅜㅜㅜ
-
‘이것도 답이 될 수 있을거같은데?’->X ‘이건 틀렷다고 할 수 없는데?‘->O...
절반이백수라고
요즘 분들 정말 너무 고생 많으심...
합격한 백수가 그렇게 쏟아지는데도 씨파 점점 고이는 건 왜 그런 건가요
진입장벽이 없어서?
이럴 줄 모르고 들어온거죠; 본격적으로 문제된게 작년부턴데 이 분들은 대부분 시장 박살나기 3년전 시장이 괜찮을 19~20 시즌에 시작했을 거
ㅠㅜ...
문과전문직은 안그런게 없네요
요즘 변호사도 취직을 못해서 변협연수를 백명단위로 듣는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