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 [617758] · MS 2015 · 쪽지

2025-08-10 01: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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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회계사라는 직업의 역사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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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를 처음 준비하기 시작했던 게 벌써 10년도 넘었는데, 

대충 2010년대부터 제가 아니 그 때부터 써보자면 그 당시 회계사는 지금만치 많이 준비하는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연봉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주 52시간 제한도 걸리기 전이었는데 업무량은 그 당시엔 쓰는 프로그램도 더 후졌다 보니 살인적이고 하다 보니 이름만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출퇴근같은 거에서 좀 자유도가 높다 이런 거였죠


오히려 한은 금감원같은 금공들이 그 때는 더 인기가 많았는데  거길 가기 위한 스펙 1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죠 저 같은 경우도 그런 목적으로 회계사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었습니다. 당시 로스쿨도 사시변한테 밀린다 짝퉁이다로 인식이 그리 좋지가 않았었고, 행시도 조직문화가 경직적인 건 말하면 입 아픈 정도인데 별로 안 땡기더라고요. (로스쿨이 인기가 많아진 현 시점도 근데 법조계 경직적인 이미지 때문에 별로 땡기진 않습디다... 법 공부도 너무 싫었어요)


회계사 수요는 제가 아는 시점을 기준으로 얘기하자면 2010년 전후로 회계기준으로 IFRS를 도입할 때 웬만한 회사들은 죄다 재무제표를 회계기준을 바꿔서 다시 써야 하는 그런 일이 있었고, 그래서 2008~2009년 정도에 합격자 수가 일시적으로 1000명을 넘겼다가 그 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2010년 초반대에 

다시 900명 전후로 내려앉았죠


그러다가 2010년 중반에 대조양 사태가 터지면서 회계 감독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합니다. 그로 인해 신외감법 등이 도입되고,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 등을 의무화하고 감사인 지정 등 회계감사가 더 엄격한 방향으로 하게 되면서 일거리가 폭발하게 됩니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일거리를 보장해주기 시작하면서 회계사 수요가 폭증하고, 처우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때마침 업무 특성상 52시간 적용을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이 업계도 52시간 적용 대신에 대체적인 보상을 해야만 했고 그로 인해 워라밸도 상당히 개선되며 그간 금공들에 밀리던 입장이 역전됩니다. (2010년 후반 한 3년차쯤에 한 해에 연봉을 올려주는 연봉계약서만 2번 썼던 기억이 납니다.)


회계사 선발 인원도 2010년 후반에 1000명대로 다시 늘렸지만 이 때까진 그래도 일감도 많았기 때문에 연봉을 많이 끌어올려주고도 아직까진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2020년이 되면서 코로나가 터집니다. 경기 전반이 안좋아지면서 기업들이 회계법인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용역들이 죄다 홀딩되고, 2020년에는 그래서 미지정이 은근히 좀 나왔습니다만 코로나에 어느 정도 적응되면서 2021~2022년도에 용역을 재개하면서 이 때까진 그럭저럭 봐줄만 합니다. 


그러나, 이게 거의 끝물이 되는 2022년 말 정도부터는 법인들이 다시 일감이 없어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코로나가 끝났어도 경기 전망은 계속 어두웠고 윤 정부가 기업 규제를 줄인답시고 약간의 규제를 풀어서(대형비상장회사 기준을 1000억에서 5000억으로 올린다던지) 용역받을 회사들을 상당히 줄여놓은 것도 악재였습니다. 


결국 법인들은 어떻게든 일감을 따기 위해 가격으로 경쟁에 들어갑니다. 사실 이는 호황기때도 이때다 싶어 법인 규모를 키우기 위해 성행했던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전체 파이가 많았기 때문에 이정도까지 가격 경쟁이 격화되었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2022년에 지정감사(3년간 감사법인을 강제 지정하고, 그 후에 다시 회사가 뽑을 수 있게 한 제도)가 한 사이클 돌고 다시 감사인을 회사가 뽑는데 이 때 가격경쟁이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기업들과도 이해관계가 맞았던 게 기본적으로 회계사가 하는 일은 기업을 감독, 규제하는 업무입니다. 이걸 좋아할 기업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보니 대충 싸게 치우는 걸 원하다 보니 법인과 클라이언트 양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가격 경쟁은 계속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성이 낮아지니 결국 인건비를 절감해야 해서 사람을 많이 뽑을 수가 없고,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의 업무 부담도 가중되어 업무 퀄리티가 지속적으로 하향되고 있지만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는 답답한 형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법인의 회계사 수요가 없는데도 금융위는 민간 수요도 고려해서 회계사를 뽑으라고 증원을 요구합니다. 그나마 올해 50명 깎긴 했는데 이미 전년도에 미지정,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합격한 백수가 몇백명 단위로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이 정도 감원은 택도 없는 수치입니다. 금융위가 증원을 요구했던 근거인 사기업에서도 정작 "회계사가 필요는 한데 신입은 필요 없어" 라는 스탠스를 취하며 지금은 붙어놓고도 백수 걱정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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