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팅해보자 · 1318822 · 1시간 전 · MS 2024

    풍차와 바구니

  • 의아해도 · 1393699 · 1시간 전 · MS 2025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무언가 빠지는 줄로만 알았다
    헛돌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차지할 때쯤
    나는 아직 비어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제서야 바람이 들어올 자리가 생겼고
    비로소 돌아가는 일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잡히지 않는 것만이
    무언가를 밀 수 있다면
    그건 아마 바람의 방식일 것이고

    들리지 않는 속도로 돌아가는 것들 안엔
    견디는 마음이 들어 있다

    나는 바구니 안에 담겨있는 것들의 무게보다
    내가 아직 담지 못한 것들의 무게를 더 자주 느꼈다

    엉뚱한 방향으로만 도는 줄 알았던 풍차가
    사실은 수많은 공백을 모으고 있었고
    그 곁을 지나던
    가볍게 흔들리는 바구니 하나가
    내게 말없이 무엇을 건넸다

    꽉 찬 건 쉽게 쏟아졌고
    텅 빈 건 오래 버텼다
    그걸 알아채는 데엔
    생각보다 많은 바람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