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다가 먹다의 특수어휘가 된 이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4169010
표준국어대사전의 분류상 '들다'는 '먹다'의 높임말로 처리되는데 이 '들다'는 '들다(擧, lift)'와 다의어 관계입니다.
사실 '잡수다'와 달리 '들다(드시다)'가 '먹다'의 높임말로 활용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들다'가 '먹다'의 뜻으로 등재된 사전은 1960년 이전에는 찾아 볼 수가 없거든요. 1961년이 돼서야 국어대사전에 등재됐으니 그 이전에는 딱히 그러한 인식이 없었단 얘기입니다. 실제로 초기 한국어 문법가들의 연구를 봐도 높임말을 제시할 때 '잡수다'는 언급해도 '들다'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국어학계에서도 1960년대가 돼서야 겨우 '들다'가 '먹다'의 의미로 쓰인다는 보고가 보이죠.
그렇다면 '들다'가 '먹다'의 뜻을 가지게 된 것은 1950~1960년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1960년대가 되면서 언중이 보편적으로 '들다'를 그러한 의미로 쓰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들다'(raise, lift)가 '먹다'를 뜻하게 됐느냐? 그건 간단합니다. 음식물 그중 특히 '술'을 드는 과정에서 이런 다의어로 발달한 거니까요.
'[(특정)음식물][도구] 들다' 구성에서 '도구'가 빠지면 '[(특정)음식물] 들다'가, '음식물'이 빠지면 '[도구] 들다' 이런 형식이 됩니다. 여기서 '도구'는 음식을 담는 도구를 뜻합니다. '술잔'의 '잔'이나 '밥그릇'의 '그릇' 따위입니다.
그런데 '들다'가 '먹다'로 해석될 수 있는 기록의 경우 대부분 '들다'의 객체는 '술잔'이었습니다. 즉 '술잔을 들다', '술을 들다', '잔을 들다' 등에서 '들다'가 음식과 관련된 즉 '먹다'라는 의미가 전이되기 시작했다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술잔을 들면 그것을 들고 짠을 하든 짠을 하지 않든 다시 입으로 넣죠. 아마 이러한 인식이 전제됐을 겁니다. 이렇게 의미 전이가 일어나던 '들다'가 다른 음식물과도 함께 쓰이면서 점차 '들다'에 '먹다'의 의미가 있다는 인식이 생기고 곧 1950, 1960년대에 이 의미의 전이가 완료된 것입니다.
들다(raise)의 예시ㄱ은 들다(raise)의 의미지만 ㄴ은 들다(eat)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예시
'술'과 관련된 어휘가 아니라 다른 음식물까지 확대된 예시
신성철 (2013), ‘들다’[食]의 형성 과정과 기능 -다의화와 주체 높임을 중심으로-, 국어학회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거의 6년이 된 일이군
-
언미생윤사문 기준 평백 96-7이면
-
나형도 지랄맞지. 간만에 기출복습 돌리는데 미적 1단원 수열의 극한에서...
-
모고 4등급정도 나오고 고 2 인데 시발점에 쎈 꼭 해야하나요? 바로 자이스토리 풀긴 좀 그럴까요?
-
나는 공부효율으로 때려박는타입인데 많이하면 더 성적이안나온다고
-
예외없겠죠?? 제가 5시 기상하는 사람이라,,, 거의 오픈런급으로 일찍 갈 것...
-
BL웹툰 뭐없나 3
유으
-
헤헤헤헤
-
ㅈㄱㄴ
-
김승리t 아수라 3
과제양이 많다던데 과제가 주간지 형식으로 나오는건가요? 이매진 간쓸개 어쩌지.....
-
090630 신열 3번 선지 예민한 문제 5번 선지 예상 밖의 결과 문제가...
-
3월부터 탐구 1일1실모 했더니 풀게없음..
-
문학 어려웠음?... 독서화작은 당연히 다 맞았는데 문학가서 좀 틀림.... 내가...
-
★D-2★[서울시립대][2026학년도 입시상담 멘토링 COME:PATH(컴패스 멘토링) 3차 - 고교생 멘티 모집] 1
[2026학년도 COME-PATH 멘토링 3차 고교생 멘티 모집] 서울시립대,...
-
수희등끝 3
그래도듣고싶은거하나는넣었다
-
점수보존의법칙 3
아니씨발 개잘했는데 왜 또 84인데 내가 뭐 쵸비냐고 이새끼들아 씨이이이ㅣㅇ발
-
양이 말이안됨이거
바로 들어서
ㅑㅐㅛ
정보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