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명서정시 [1315476] · MS 2024 (수정됨) · 쪽지

2025-07-30 01:16:45
조회수 138

엄청 긴 질문글(도와주세요)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4059815

반말인 점 미리 죄송해요.


1. 2017~2019


2017년 그러니까, 고등학교 1학년 때 알게된 여자애가 있음. A라고 칭해볼게.


나는 가정환경이 별로 좋지 못했어서, 누군가를 먼저 좋아한다는 것(흔히들 학창시절의 청춘스러운 연애 이런거) 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이 산듯?


내 가정환경(경제적인 것, 그리고 부모의 다툼 같은 것) 을 어린 맘에 콤플렉스라고 생각하고 살았기에, 나와 깊은 관계를 맺는건 상대에게 폐가 가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조금 꺼렸음.


그런 생각 때문이었는지 나는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보단 스스로의 자아를 확립하고 혼자 생각하는 독립적인 성향이 되어간 것 같음.


아무튼 뭐, 근데 고등학교 입학하고 사춘기의 절정이어서 그랬을까 첫눈에 반한 여자애가 바로 A임.  물론 앞서 말한, 나의 성향 덕택에 친구는 커녕 대화는 1학년 마칠 때 딱 한번 좀 길게 해본게 전부임.


그리고 걘 고2때 미국 유학을 갔다는 소식만 들었음. 그렇게 나는 잔잔하게 A가 생각나는 정도로 시간을 흘러보냈던 것 같음. 뭐 그런거 있잖아. 걔랑 친해졌으면 좋았을걸~ 이런거.


2. 2019~2021


어찌됐든 2019년 그러니까 내가 대학을 갈 무렵, 우리집은 거의 '풍비박산'이었음. 부모를 미워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원망스러웠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


원래 조금 회의주의적 시각으로 세상을 살아와서 그런가. 살고 싶지가 않더라. '자살하고 싶어 ..' 이런 생각이 아니라. 뭐 그런거 있잖아. 지금 교통사고나서 죽어도 아무런 감정이 안들겠다.. 뭐 그런 마음.


근데 2019년 크리스마스 무렵이었음. 나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져서 스트레스성 폭식증이 생겼고 고등학교때보다 40kg정도 살찐 상태였음. 자기혐오감이 슬슬 들때쯤 A한테 크리스마스에 시간되면 만나자고 연락옴. 오랜만에 한국 왔다고. 망가진 몸이 갑자기 두려워졌지만 안만나면 평생 후회할거 같아서 만났음.


근데, 너무 오랜만에 '행복'하더라. 이 감정은 다시금, 지금까지 거진 시체 수준의 감정적 우울상태로 살아가던 내 지난 날들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지게 됨.


크리스마스 딱 하루였는데. '행복'은 아니어도, '무난'한 미래를 만들고 싶더라. 그래서 미친듯이 살았음. 공부도 다시해보고, 시도 엄청나게 쓰고.


종종 연락도 나누고 행복했음. 그리고 2021년에 A를 다시 만남(이게 마지막 만남임). 조금 충격이었던건 만나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무 생각없이 내가 "다른 친구들은 언제 만나기로 했어?" 라고 물어보니 잠시 뜸을 들이더라. 그리고 나한테 그랬음.


"너 말고 한국에 있는 인간관계는 전부 정리했어. 미국에서 계속 살 생각이어서 그냥 정리했는데, 이상하게 너는 정리하기가 힘들더라."


이 얘기듣고 솔직히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고 싶었음. 일종의 희망고문처럼 들렸거든. 그래서 그때부턴 머리가 새하얘져서 뭐했는지 잘 기억도 안나.


아무튼 그 이후로부터는 서로 나누는 대화가 좀 심도가 깊어진 느낌임. 카톡으로 철학적인 고민이나 대화를 주로 나눴던거 같아.


다시 살고 싶다는 동력으로 조금의 기간 후에 나는 시가 쓰고 싶어져서 명지대학교 문창과에 입학함. A 덕분에, 내 인생이 달라진거지. 이 기간 동안 부모와 떨어져서 청주라는 지역에서 살았는데 시집과 소설을 밥먹듯이 읽으며 살아간 덕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이 무렵 2022년에 연락이 뚝 끊김. 뭐 슬프거나 감정적인 동요는 없었고. 그저 '때가 됐구나' 싶었음.


3. 2023~현재


A가 준 새로운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살도 빼고 이러면서 잘 지내옴. 그러다가 2023년 7월에 연락이 다시왔어. 


대충 요약해보면, 정신적으로 힘든 20대 초반을 보냈고, 그런 와중에 연락을 잘 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불쑥 연락해서 미안하다. 


그렇게 1년~2년 대화를 나누다가 한국에 오네 마네 하다가, 올해 변호사 시험을 친다는 소식을 전해줌. 그리고 내게 올해 말에 몇달 정도 한국에 머물면서 미국에서 지낼지 한국에서 지낼지 고민중이라고 함. 


그래서 아까 밥도 뭐먹어야하나 고민중이었던거임.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만남을 관계를 정리하는 종지부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음.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서로를 정리하는 뭐 그런 느낌. 


나는 이 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단순히 친구던 그 이상이던) 나라는 걸림돌에 걸려서 넘어져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거든.



4. 그래서 질문이 뭔데 10련아


너네라면 이런 내 상황에서 A를 만난다면, 하루를 어떻게 또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낼거같음?


진짜 머리가 너무 복잡함.


뭘 하고

뭘 먹고

뭐 어떤 하루를 보내야 할지도 막막함.


뭘 입고

어떤 말을 하지?

ㅋㅋㅋㅋ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