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재수할 때 가출한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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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6일 아침 9시였어요.
재수생이 일어날 시간이라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아침부터 갖은 욕을 들으며 헐레벌떡 자습을 하러 집을 나섰어요.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고 나서, 저녁을 먹으러 휴대폰을 가지고 학원을 나오는데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는거에요.
어머니였어요.
지금 당장 집으로 들어오라면서 진지하게 말씀하시는거에요.
그런 느낌 받을 때 있잖아요. 뭔가가 일어날 조짐이라든가..
제 예상이 맞았어요.
동생은 방에 들어가있고, 집에 들어와서 뛰어놀던 강아지들은 갇혀있고, 분위기가 아주 차가웠어요.
어머니는 제 옆에 있었고, 그분은 저에게 바닥에 앉아보라고 하시면서, 공부는 제대로 하고있냐고 물어보셨죠.
딱히 할말이 없었어요. 6모 얘기를 꺼낼게 분명했으니까요.
좋게 얘기했다면 이 글을 쓸 일도 없었겠죠?
제가 살면서 가족에게 들을 욕은 그날 전부 들었던 것 같아요.
가족들이 너한테 거는 기대가 얼만데, 부끄럽지도 않냐.
은혜도 모르는 정신병자새끼, 기숙학원이 아니라 폐쇄병동에 쳐넣어야한다.
가족들 마음은 생각 안하냐. 싸이코패스냐.
인생에서 성공이란 걸 겪어본적도 없는 실패자새끼
집에서 잠만 자고 밥만 축내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아무 도움 안되는새끼
등등...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기분이 상할수밖에 없었지만, 차마 가족에게 욕을 한다거나, 언성을 높일 수는 없었기때문에 조용히 그 말을 듣고있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어요.
그리고 그분이 딱 한 문장을 던지셨어요.
"그렇게 살거면 이 집에서 나가라"
부모님과 싸워보신 분들은 알거에요. 이게 그냥 하는 말일 뿐이라는거.
하지만 그때 저도 마음 속에 금이 가있었는지, 그 말을 들은 순간
'일을 낼거면 지금뿐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말을 듣자마자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최대한 큰 가방을 찾았어요.
갈아입을 옷, 속옷, 양말, 휴대폰 충전기, 겨울이 지나서도 들어오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겉옷까지 꾹꾹 눌러담아서 짐을 챙겼어요.
저는 어머니가 우시는걸 태어나서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제앞에서 우시더라구요.
그러지 말라면서 팔을 붙잡고 매달리는걸 힘으로 뿌리치고, 손엔 단돈 3만원만 들고 무작정 뛰쳐나왔어요.
저는 그 동네에 더이상 머무르기 싫었고, 최대한 멀리, 하지만 내가 아는 곳으로 가고싶었어요.
그렇게 경기도 촌놈이 강남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일단 잠잘곳이 필요했기 때문에 만원을 써서 찜질방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엔 어머니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잔뜩 찍혀있었죠.
담임쌤한테도 연락이 왔었네요..ㅎㅎ
그래도 어머니랑 꽤 사이가 좋았어서, 잠깐 얘기를 나눴어요.
전 절대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고, 알아서 살테니까 학원 끊으려면 끊으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여태까지 해온게 있는데 이제와서 그럴순 없다며 돈은 계속 대준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제 입장에선 어머니도 방관자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럼 알아서 하라고 한 뒤 모든 가족 번호를 차단했어요.
그날 저녁에 어머니가 학원에 찾아오셨어요.
제발 집에 들어오라고, 잘못했다고 하고 화해하라고.
전 그럴 생각이 없었고, 어머니도 그런 제 성격을 알고있어서 몇번 붙잡다가 밥 굶지 말라고 하고 조용히 가시더라구요.
그날은 피시방으로 갔습니다. 피시방이... 참 좋아요. 7천원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시설은 여기가 유일합니다.
근데 더이상 통장에 돈이 없었어요. 재수생이 돈이 어딨습니까.
그렇다고 가오떨어지게 엄마한테 달라고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노숙을 했습니다.
여긴 강남역에서 신분당 넘어가는 계단인데, 밤 11시쯤 되면 할아버지들이 주섬주섬 박스를 깔고 누우세요.
저도 기둥에 몸을대고, 가방을 뺏길 수도 있으니 가방을 앞으로 맨 다음 꼭 끌어안고 잠을 청했습니다.
근데 이제 도저히 돈이 없는거에요.
이때가 금요일이었어서 급한대로 제 인생 첫 알바를 신청했습니다.
당일알바를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해봤자 웨딩홀 아니면 쿠팡이에요.
(쿠팡하고 흘린 땀이 소금이 됏어요)
이러다보니 돈이 조금씩 모이더라구요.
여러분 2년 전 기억나세요? 그때 한창 칼부림이 일어났던 때였는데..
전 그때 일단 집이 필요했고, 신림에서 칼부림뉴스가 났던 그때
'뭐야? 그럼 집값이 싸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니나다를까 원래 집값이 싼 곳이더라구요.
근데 저도 칼은 무서웠어서..ㅎㅎ 신림은 좀 그렇고 살짝 옆동네인 서울대입구역에 있는 고시원을 알아봤어요.
그래서 돈을 모으려고 최대한 노숙과 찜질방, 피시방을 오고가면서... 주말엔 20시간정도 악착같이 알바를 했어요.
저때 당시 만났던 여자친구가 나름 심적으로 도움을 줬어서 아직도 종종 생각이 나네요...ㅎㅎ
아무튼 그렇게 혼자서 무일푼부터 고시원 계약까지 해냈습니다.
어찌저찌 수능공부도 적당히 됐지만, 알바를 하면서 공부를 하기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어요.
그렇게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저의 두번째 수능이 끝났습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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