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망령 [1326110] · MS 2024 (수정됨) · 쪽지

2025-07-25 21:24:02
조회수 855

엄청장문) 재수할 때 가출한 이야기-1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73980465

반가워요!


다들 힘든 시기일텐데 심심할까봐 옛날이야기좀 꺼내보려고 해요

아마 이걸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분들은 아직까지 오르비에 잇으면 안되는데....


일단 제 인생 얘기로 빌드업을 조금 하고 갈게요!


저는 어릴 때부터 동네신동 소리를 듣고 자랐어요


그런거 있잖아요..ㅎㅎ 촌동네에서 어쩌다 구구단 같은거 외우면 천재소리 듣는거


저희 가족들도 그 호들갑의 과정을 피할 순 없었는지.. 절 좀 잘 키워보려고 노력한 모양이더라구요. 특히 어떤 한 분이요.


공부를 해라, 책을 읽어라,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을 산다.. 등등


뭐 지금와서 보면 완전히 틀린말은 아니지만

지금와서 보면 아직 어린애한테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었나 싶어요


어쩌다보니 영재고 준비반에 들어가게 되었고, 동네 학원이었지만 나름 중1때까진 합격할만한 성적을 받다가... 제가 친구들에게 물들어 엇나가게 되면서 가족들의, 아니 그분의 첫번째 꿈이 무너졌어요.


제 기억으론 고등학생 때가 잠깐 공대가 떴었다가 다시 의대 열풍으로 넘어가던 시기였을거에요. 그분은 저에게 꿈을 물어보셨고, 전 그냥 돈을 많이 벌고싶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의대를 가라며 여러가지로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셨어요. 지금 이따위 성적으론 절대 못간다. 이렇게 살면 편한데 이런 삶을 살고싶지 않냐. 등등...


하지만 나태와 방탕의 맛을 봐버린 전 공부를 하고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그때가 코로나가 한창 터졌을 때니까 집에서 뒹굴거리는게 일상이었구요.


당연히 고등학교 첫 시험은 바닥을 기었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빈둥빈둥 놀다가 11월 모의고사 전교 10등이라는 타이틀을 받아냈어요.

하지만 한번 시험을 잘보면 그때부터 다시 나태해지더라구요.

공부를 또 놨습니다. 


공부를 안하고도 성적이 잘나올거라는 헛된 믿음에 안주한 결과였는지, 수능을 대차게 말아먹었고, 그분의 두번째 꿈이 무너졌어요. 

결국 기숙학원을 들어갔습니다.


당시 여자친구가 제가 재수를 한다는 이유로 이별을 말한 상태였기 때문에 매우 삼신미약 상태였어요. 거기에 내가 수능을 망쳤다는 좌절감과, 자기혐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대학에 붙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드는 열등감, 우울함 등등이 합쳐져서 정말 힘든 상황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부모님께 조르고 졸라서 1달 하고 뛰쳐나왔습니다. 나한테 방법이 다 있다고, 한번만 믿어달라고 빌었어요.


그리고 제가 원서접수를 어찌어찌 해서 강남대성에서 가장 높은 반에 들어가게 됐어요. 첫 더프도 꽤 잘봐서 빌보드라는데에도 올랐구요.

하지만 그분은 이 성적표를 보고 칭찬은커녕 질책을 하셨어요.

이따위 성적으로는 택도없다. 좋아하지 마라.


저도 알았어요. 칭찬받을만한 성적이 아니었다는거. 재수비용을 대주는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한다는거. 재수생이 그렇게 나태한 마음가짐을 가지면 안된다는거.


하지만 적어도, 응원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분은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기숙학원을 뛰쳐나온 나약한 마음가짐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약속, 어떻게 보면 협박이라고 할만한 무언가를 하셨어요.


6모에서 국수탐 111이 나오지 못하거나, 경찰대 1차를 붙지 못하면 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기숙학원에 쳐넣어버리겠다고.


저는 별 다를 방도가 없었어요. 제가 싫다고 해서 거절할 수 있는 약속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가장 가까운 시험인 6모를 보고 쭉 달렸습니다.

이게 그때의 성적표에요.


맞아요.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그리고 6모를 본 직후인 2023년 6월 6일. 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사건이 일어납니다.


-2편에서 계속-


2편 : https://orbi.kr/00073980940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