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제대로 된 국어 공부는 독학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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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디시 수갤·빡갤 등지에서 활동하는 무명의 국어 강사입니다.
감사하게도 지난 번에 제가 끄적인 뻘글을 좋게 봐주셨는지, 몇 분께서 국어 공부에 관해 쪽지나 댓글로 문의를 주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 무명의 국어 강사를 믿고 수험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여름을 맡긴다는 건 굉장히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될 수 있으면 저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학교/학원 선생님들이나 온라인에서 검증된 유명한 강사님들을 따르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저를 참고하고 싶으시다면... 일단 제게 문의주신 분들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아예 노베 수준이 아니라 어느 정도 베이스가 있는(3등급 중반 이상) 학생들을 주로 가르치고 있는데, 사실 제 읽기(문학+비문학) 커리큘럼은 심플합니다. 2월 말에서 6월 초까지 길어야 4개월 정도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웬만한 내용은 다 가르쳤다고 생각합니다. 6평을 치르고 수능까지 남은 기간 동안에는, 학생이 스스로 익힌 방법론을 적용해서 함께 연계교재와 기출, 모의고사를 푸는 연습을 합니다. 제가 가르치는 공부 방법론이란 것도 대단한 비결이 없습니다. 기본적인 논리학과 범주 판단, 문학 용어를 익히고, 최근 기출과 비슷한 제재/작품을 다루지만 비교적 쉬운 기출 지문·문제를 접하다 점차 난이도를 높여 어려운 지문·문제를 내놓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대신 수업 목표는 명백합니다. '학생이 교수자나 교재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혼자서 공부'하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과목은 몰라도 '국어를 제대로 공부하려면 독학뿐.'이라는 게 수험생 시절부터 제 지론입니다. 그 어떤 명강의와 우수한 문학/독서 방법론이 주어지더라도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참고만 될뿐이지, 결국은 학생이 혼자 힘으로 자신만의 방법론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제 경험상 이렇게 자신만의 방법론을 깨닫고 혼자서 공부할 줄 알게 된 학생은 가르친 학생 중에서도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그때그때 자기 입맛에 맞는 이 강사 저 교재를 깨작거리고, 무작정 강의를 들으며 지문·문제를 자기 힘으로 익혔다고 착각하지만 곧 실망스러운 모의고사 점수에 좌절하고, 이상의 과정을 반복하다가 수능을 맞이하게 되지요. 강사와 학원 입장에서는 좋은 돈벌이가 되는 비지니스 모델이지만, 그래도 제가 명색이 '선생' 소리를 듣는 걸 생각하다 보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만의 국어 공부 방법론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일단 자기가 어떻게 국어를 공부하고 있는지 스스로 진단해봐야겠죠. 그리고 제가 독학을 권장한다고 해서 국어 강사·교재를 아예 불필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롤 모델이나 가이드라인이 되는 전문가의 방법론을 참조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지문·문제를 혼자 힘으로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강의를 듣기 전에 먼저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예습만큼은 반드시 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시간이 된다면 채점해보고 지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고 스스로 해설을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건 무명의 국어 강사인 저뿐만 아니라, EBSi에서 전국 수험생을 대상으로 수능특강 독서를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하시는 말씀입니다.
EBSi 수능특강 독서 강의 OT 중
특히 틀린 문제는 귀중한 학습자원입니다. 보통 언어(국어, 영어) 객관식 시험 문제를 틀렸다면 2가지 경우가 발생합니다.
-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답인 선택지
- 내가 오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답인 선택지
여기에 대해서 시간이 부족해서 아예 읽지 못했는지, 난이도가 너무 높아 멘탈이 깨져서 집중할 수 없었는지, 배경지식이 부족했는지, 지문에서 정답의 마땅한 근거를 찾지 못했는지, 보기와 문제가 요구하는 사고 수준에 이르지 못했는지, 실수로 틀렸다면 사고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이유로 실수를 했는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봐야 합니다. 이것 역시 저뿐만 아니라 EBSi에서 수능특강 독서를 가르치는 유명한 선생님들의 말씀입니다.
EBSi 수능특강 독서 강의 OT 중
여태 이 뻘글을 쓰면서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아마 제게 쪽지나 댓글로 문의를 주신 분들은 그냥 이런 명쾌한 답변을 원하셨을 겁니다:
"OOO(강사) 풀 커리 완강하면 국어 고정 1등급 그냥 나온다!"
"XXX(교재) 다 풀면 못해도 2등급은 깔고 들어간다!"
그런데 '국어 공부는 독학하면서 스스로 방법론을 만들어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이런 선문답 같은 글을 답변이라고 내놓았으니 그 분들께는 쌩뚱맞아 보일 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저런 말을 입에 담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수능판에 15년 가까이 있으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매년 수능에서 원하는 대로 좋은 성적을 받고 목표 이상을 달성하는 수험생은 고작 한줌뿐이고, 절대 다수의 수험생이 본인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고 현실과 타협하거나 +1을 준비한다.'는 잔혹한 사실이었습니다.
예전 디시 수갤·빡갤이 활발하던 시절에도 늘상 이런 질문을 받았는데, 저는 이와 다른 답변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Q. "어떻게 하면 수능 국어 다 맞출 수 있나요?"
A.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수능 국어를 대학 진학의 장애물로만 여기고 그저 수능날 객관식 잘 찍기만 하면 될 거라는 얕은 생각으로 질문하는 수험생들에게, 저는 무성의하게 이렇게 답변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표점 135 이상, 백분위 98 이상의 고득점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 최상위권 수험생에게도, 저는 같은 말밖에 해줄 수 없습니다. 사실 수능 국어뿐만 아니라, 국어란 언어를 쓰는 이상 스스로 평생 공부하는 분야라서, 소위 '강사'니 '선생'이라며 가르치는 저도 끝이 어디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 참고가 될 수 있는, 좋아하는 수필 구절을 인용하며 마치겠습니다:
"당신 마음 속의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해서 인내를 가져주십시오. 그리고 물음 그 자체를 닫혀 있는 방처럼, 아주 낯선 말로 쓰인 책처럼 사랑해주십시오. 지금 당장 해답을 찾아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물음을 살아가십시오. 그렇게 하면 아마도 당신은 차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먼 미래의 어느 날, 해답 속으로 들어가서 그 해답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1903-1908)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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