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지않기 [1348563] · MS 2024 · 쪽지

2025-07-09 12: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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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공부를 하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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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어떤 공부를 하고 계신가요


어쩌면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누가 보아도 칭찬할 만큼,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갈고 닦는 분도 있을겁니다. 어쩌면 남들과의 비교 속에 지쳐가는 자신을 느끼거나, 잠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과 싸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멘탈에 한계를 느껴 주저앉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이상과 성적의 간극 앞에서,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머리를 탓하며 울분을 삼킬 수 밖에 없었던 적은요. 제자리걸음만 하는 성적표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질 듯한 좌절감을 느껴본 적은 없었나요?


이런 경험이 낯설게 느껴지시는 분들은 공부에 제대로 임하고 있지 않거나 공부에 있어 큰 굴곡없이 순탄하게 나아가고 있으실 겁니다. 허나 대부분은 후자이기보다 전자에 속하겠죠.



한 번 제 얘기를 짧게나마 해보겠습니다


제 손은 제 의지를 따르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스트레스와 개인적인 몸 상태가 부른 수전증은 연필을 쥔 손끝에서부터 미세한 떨림을 일으켰습니다. 반듯한 선 하나 긋는 것조차 사치일 때도 있었습니다, 주요 내용에 치려던 밑줄은 제 의도를 비웃듯 단어 위를 지나가는 것처럼 말이죠. 집중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 예민한 감각을 자극하듯 샤프심이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수험생 여러분들은 아시겠지요. 그 사소한 자극들이 모여 멘탈을 무너뜨리는지, 의지를 어떻게 좀먹어 가는지 말입니다.


또한 저는 수험생 때 일부 호르몬 수치가 비정상에 속했습니다.

그래서 한창 공부에 몰입하고 있을 때조차, 몸에서 불쑥 열기가 치솟으면 하던 공부를 멈추고 가벼운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될 듯하던 문제들도 그 느낌 앞에서는 포기해야했죠. 때문에 삐그덕거리는 몸과 싸우는 날이, 책상 위 문제와 씨름하는 날보다 많을 때도 있곤 했습니다.

 

다른 애들은 잘만 공부하는데 넌 뭐가 그리 특별하기에 그리 쉬냐는 말을 들을 때 속상함은 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공부를 놓지 않았습니다.


이는 어떤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나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치기 어린 오기와 좋은 대학에서 배울 점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자그만하면서도 한 순간이라도 잊어본 적 없는 소망 때문이었습니다.


하루는 사설에서 생각치도 못한 성적을 받아왔을 때 부모님의 타박을 듣고 조용히 방에서 울기도 하고, 하루는 어이없는 실수가 반복되고 굳어버린 사고에 좌절하며, 타고난 머리가 이것밖에 안되는 걸까, 저 자신의 지능에 대한 의심과 괴로움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많은 하루들이 지나갔지만 한 번도 놓지 않은 제 소망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간절해지는 소망이기도 했습니다.


작년의 나라면 쳐다보지도 못했을 고난도 문제를 깔끔하게 풀어냈을 때의 희열. 찍었던 주관식 답안이 정답이었을 때의 짜릿함. 친구와 등급컷을 예측하며 떠들던, 그 사소하지만 확실했던 행복의 순간들.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가지며 공부를 즐겁게 해보려고 정말 노력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러한 노력과 소망이 수능의 그 날까지 저를 지탱해줬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여러분들은 공부에 있어 여러분의 모든 것을 다하고 있나요? 훗날 자신이 할 후회를 최소한으로 남기기 위해 자신을 한계에 밀어붙이고 있나요?


여러분은 어떤 공부를 하고 계신가요?



-어느 일개 대학생이, 지난 수험생 시절을 돌아보며-


rare-내가 또 당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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