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이야기: 십과 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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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십'은 단독으로 나타나는 예시를 찾기 어렵지만 합성어 형태에서는 발견됨. '할미꽃'을 뜻하는 말로 '할ᄆᆡ십가비(17C)'가 쓰였는데 여기의 '십'이 바로 현대국어의 그 '씹'임. '십가비'의 '가비'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거웃(<*거븟)'과 관련된 어휘라면(‘씹거웃(씹두덩에 나는 털)’에 대한 강릉방언으로 ‘씹개비’가 쓰임), '십'은 분명히 그 생식기일 거고 '가비'는 털을 뜻할 거임. 생식기의 털과 같이 생겼다 하여 '십가비'라는 이름이 식물명에 붙었겠지.
'십가비'가 붙은 말로는 '닭의장풀'의 옛말이 있음. 근대국어 시기 표기인 'ᄃᆞᆯᄀᆡ십가비(17C)'나 'ᄃᆞᆰ의십(17C)' 등. 또 15세기 문헌인 향약집성방에서 '鷄矣十加非(*ᄃᆞᆯᄀᆡ십가비)'라는 표현이 쓰였기 때문에 '십'은 15세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어휘가 된다. 닭의장풀이 닭의 생식기를 닮았다고 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었을 거임.
그리고 '십' 말고 '밑'도 쓰였는데 'ᄃᆞᆯᄀᆡ믿가비(15C)'와 같은 표현이 있음. 음부는 아래에 있으니 '밑'이라는 어휘로 완곡히 표현한 거지. 성기를 직접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려우니(아무래도 성과 관련된 것은 터부시되는 분위기가 있으니까 ㅇㅇ) 이러한 관습은 옛날부터 있었을 것.
이처럼 식물명은 우리에게 아주 좋은 국어학 자료가 되는데 남성의 생식기를 이르는 '좆' 역시 확인된다. 바로 '구기자나무'를 뜻하는 옛말 '괴좃나모'의 '좃'이 그것이다. 1613년 문헌인 동의보감에 '괴좃나무'로 등장하는데 마경초집언해(16XX)의 '졷'보다 이를 가능성이 있다. 17세기 초 문헌이니 '좃'은 아마 16세기까지는 무리 없이 소급할 수 있을 것이고 성기 명칭이라 기록되지 않았을 뿐 더 이른 시기까지 소급할 수도 있을 듯하다. '괴좃나모'는 '괴좃+나모'의 형태로, '나모'는 '나무'이고 '괴좃'은 보통 '괴좆(고양이의 좆)'으로 본다. 익은 열매의 모습이 고양이의 성기 모습과 비슷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보는 것인데, 현재 사전에는 '괴좆나무'가 실려 있지 않지만 큰사전(1947-1957)까지만 하더라도 '괴좆나무'로 표제어가 존재했다.
아무튼 이를 통해 여성의 생식기를 나타내는 말이 원래는 '씹'이 아니라 '십'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고 '좆' 역시 유구한 역사를 지닌 어휘라 하겠다. 마경초집언해에 '졷'으로 나와 원래 말음이 ㅈ이었는지 ㄷ이었는지 알 수 없었는데 하필 '좃'이 쓰인 동의보감도 근대국어 문헌이라 ㅅ이 ㄷ과 발음이 똑같아진 때라서 원래 말음이 뭐였는지 알 수 없게 됐다(자지의 지가 구개음화를 겪은 형태일지도 모르니). 그렇지만 현대국어에서 '좆'으로 표기되는 것으로 보아 원래 '좆'이었지 않을까? '좆'이 아니었다면 굳이 20세기의 사전들에서 '좆'으로 다시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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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개추
일단 개추
고3국어쌤이 민간어원으로
할아비 조(祖)의 우측부분이 남자성기처럼 생겼고
그래서 조가 ㅈ이 되었다
뭐 이런 말씀하셨던 기억나네
그건 또 재밌는 민간어원이네요. 보통 성기 관련 민간어원은 율곡 이이 관련 에피소드인데
저희 학교 국어 선생님도 '마를 조'자와 '젖을 습'자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전형적인 한자 부회이지만 재밌는 발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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