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무새 [1388802] · MS 2025 · 쪽지

2025-06-27 16: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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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습실 자리 바꾸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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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익숙할대로 익숙해진 원래의 너의 자리가 질려 자리를 바꾸겠지.

사실은 그게 파멸의 길이라는 것도 모르고.


너의 체취, 너의 물건들로 새긴 너의 자리를

어느 순간 거짓말이었다는 듯 흔적도 없이 빼며

환승하듯 다른자리에게 그걸 전부 쏟아낸다면

너의 자리는 너가 버리고 간 종이 쪼가리를 보며 널 그리워하겠지.


수학문제를 잘못 풀었을 때

너가 버리는 지우개 가루마저 사랑했던

원래 자리의 마음도 몰라준 채,

다른 자리에게 넌 헌신하겠지.


그렇게 너는 다른 자리에게 하루종일 붙어있으면서 공부하다가

어느날 문득,

쓸쓸히 외롭게 텅 비어있던

원래 자리가 궁금해질거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확인하러 간 순간,

다른 남자의 체취와 물건들로 더럽혀져있는

너의 전 자리를 보며 경악하며

이건 현실이 아니라고 울부짖겠지.


너가 조심스럽게 다뤘던 그 자리는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다른 남자의

무수히 쌓여있는 지우개 가루를 보며

분노하지만 할 수 있는게 없네.


그 자리는 이제는 더 이상 너의 자리가 아닌걸.

터덜터덜 걸어와 현재의 자리에 앉아봤자

집중을 전혀 못하고 슬픔에만 빠져있겠지.

지금 자리는 그걸 보며 의심하겠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슬퍼만하기에

너의 성적은 점점 떨어질거야.

지금의 자리도 더이상 처음 앉았을 때 느낌과 다르게

불편하고 족쇄로만 느껴지겠지.


아아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너의 무책임한 결정 하나 때문에 모든것이 망가졌네.

후회해보지만 바뀌는 건 없고

후회해보지만 바꿀수도 없네.


만약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원래 자리와 너는 행복했을까.

rare-amazara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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